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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자원 용천수, 보존·관리 방안 마련 절실[제민일보·JDC 공동기획/ 제주환경 자산 용천수를 찾아서] 6. 하귀1리 거스린물
고영진·이은지 기자
입력 2018-07-24 (화) 17:03:37 | 승인 2018-07-24 (화) 17:16:37 | 최종수정 2018-07-24 (화) 18:24:48

예전부터 제주의 해안이나 중산간에는 용천수와 산물이 솟아나는 곳에 마을이 형성됐다. 우리 선조들은 이 물을 항상 신성시하고 깨끗하게 보존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고 있다. '거스린물'은 자연의 순리를 역행한다고 해 신령 시 되고 있지만 지금은 원형을 잃고 시름하고 있다.

△애월읍의 관문 하귀1리 
관전동, 고수동, 군항동, 안남동, 남주동 등으로 이뤄진 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는 완만한 평지와 긴 해안선을 따라 좋은 어장을 형성하고 있어 예부터 사람이 정착하기에 매우 좋은 조건을 지닌 곳이다.

제주시 중심지에서 서회선 일주도로를 따라서 가다보면 조부천(藻腐川)이 있다. 이곳이 바로 애월읍의 관문인 하귀1리이다. 이 하천에서 서쪽으로 가면 고성천(古城川)에 이르는데 본 마을은 동쪽의 조부천을 경계로 제주시 외도동과 서쪽의 고성천을 경계로 서남쪽에 상귀리와 접해있고 또 파군봉 동쪽 기슭을 끼고 하귀천(일명 버렁내)을 따라가면 남쪽으로 고성리와 경계를 이루며 남동쪽으로는 광령저수지를 경계로 광령리와 접해 있다.

△거슬러 흐르는 '거스린물'
하귀1리 고수동 해안가에는 '거스린물'로 불리는 용천수가 샘솟고 있다.

거스린물은 '거스른(逆) + 물'의 합성어이다. 제주의 용천수는 대부분 한라산에서 바다 방향으로 솟아나지만 거스린물은 보통의 용천수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하지만 거스린물은 바닷가의 세 곳에서 솟아나서 바로 바다로 흘러내리는 것이 아니라 바다와 반대 방향으로 솟아나서 거슬러 흘러 바다로 간다는 데서 이름이 유례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에 따라 거시른물, 거시린물, 거스른물, 거슬린물, 개시리물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주민과 함께 한 용천수
거스린물은 고수동을 비롯해 인근 주민들의 삶과 궤를 같이 한다.

'마시면 장수할 수 있다'는 전설이 있을 만큼 거스린물은 마을 사람들에게는 병을 낫게하는 '약물'로 통한다. 이 약물을 마시기 위해 인근 마을은 물론 중산간 마을에서도 거스린물을 찾았다고 한다.

거스린물은 주민들의 식수와 생활용수로 이용되는 것은 물론 무더운 여름철에는 온 동네 주민이 모이는 피서지로도 각광 받았다.

또 마을 아낙들이 모여 식사를 준비할 때는 수다를 떠는 사랑방으로,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로 주민들의 삶과 함께 했다.

△용출량 급감 몸살
이처럼 주민과 함께 한 거스린물은 상하수도 보급 등으로 이용이 줄면서 본래의 모습을 잃고 있다. 용출량이 급감하면서 이용자가 줄고 이로 인해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훼손까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중산간 난개발과 지하수의 무분별한 이용 등으로 인해 용천수 용출량이 급감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거스린물의 현재 상황은 용천수 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제주연구원이 지난 2016년 12월 제주도에 제출한 '제주특별자치도 용천수 관리계획 수립' 용역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거스린물은 역사문화, 접근성, 용출량, 수질, 주민 이용, 환경 등을 평가한 보전관리평가 점수는 20점 만점에 10점에 불과하다.

세부적으로 보면 수질은 3점을 받아 보통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접근성과 용출량은 2점을 받는데 그쳤다. 특히 역사문화와 주민이용, 환경 등은 최하점인 1점을 받았다.

△생명수 보존 절실
제주에서 용천수는 생명수로 불린다. 그만큼 제주인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를 차지해왔다. 이 용천수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고 물허벅과 물구덕, 물팡 등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가 만들어졌다.

제주인과 함께 한 용천수가 무분별한 개발과 난개발, 과도한 정비, 원형 훼손 등 다양한 이유로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 이에 미래세대는 우리의 소중한 자연자원인 용천수를 맛보지 못할 상황에 이르고 있다.

제주의 생명수인 용천수를 보존.관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용천수 체계적인 관리 필요"

문원수 전 노인회장.

[인터뷰] 문원수 전 하귀1리노인회장

"제주인의 삶과 한께 한 용천수를 후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문원수 전 하귀1리노인회장은 "예로부터 거스린물은 '약수'라고 불릴 정도로 깨끗한 물과 맛을 자랑해 식수와 생활용수로 이용됐다"며 "또 마을 노인과 어른들은 쉼터로, 아이들은 놀이터로, 아낙네들은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랑방으로 이용하는 등 지역 주민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회장은 "거스린물은 깨끗한 물뿐만 아니라 '물이 거꾸로 솟아나는 용천수'로 유명해져 많은 이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며 "지금은 게를 잡는 사람만 손과 발을 씻으러 잠깐 들릴 뿐 찾는 이는 거의 없고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지역 주민의 삶이 담겨있는 거스린물이 본래의 기능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문 전 회장은 지난 1975년 자비로 용천수 복원 사업비를 내기도 했다. 25년이 흐른 지난 2010년, 애월읍이 용천수 보전 사업을 시작하며 다시 복원 작업이 이뤄졌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같은 문제가 되풀이됐다.

문 전 회장은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거스린물에 들러 환경정비를 하고 있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민간과 행정의 체계적인 관리로 용천수를 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예전 거스린물은 주민들의 '생명수'나 다름없었다"며 "주민의 애환이 담겨있는 거스린물을 미래 세대에 온전히 물려주기 위해서는 머리를 맞대 효율적인 관리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영진·이은지 기자  kyj@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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