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JDC 공동기획/ 제주환경 자산 용천수를 찾아서] 7. 신엄리 남또리물

예로부터 제주인들이 터를 잡고 생활한 마을은 해안가나 중산간에 위치했다. 물이 귀하던 그 시절 생명과 직결되는 용천수가 샘솟았기 때문이다. 제주인의 삶과 함께 한 용천수가 난개발과 무분별한 사용, 과도한 정비 등으로 인해 본래 모습을 읽어가고 있다.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에 있는 '남또리물'은 과도한 정비로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물의 흐름이 차단되면서 오염되고 있어 정비가 시급하다.

△수박 명산지 신엄
애월읍 신엄리는 제주시 중심지에서 서쪽으로 16㎞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동쪽으로는 중엄리가, 남쪽으로는 용흥리가, 서쪽으로는 고내리가 인접해 있고 북쪽으로는 바다가 펼쳐진 농어촌 마을이다.

특용작물로 재배하는 수박은 제주특별자치도의 60% 정도 차지할 정도로 맛좋고 질 좋은 수박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인근 지역과 달리 축산업 종사자가 드물다.

△남또리물 유래 다양
남또리물의 정확한 유래에 대해서는 전해지는 바가 없다. 주민들 사이에 전해지는 이야기나 사료 등을 통해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남또리물은 1970년 시도기념물 제23-7호로 지정된 남두연대(南頭煙臺)의 한글명이라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설은 남또리개에 있는 용천수라 '남또리물'로 불리게 됐다는 것이다.

신엄리와 고내리 경계 바닷가 일대를 예로부터 '남또리'라 불렀고 이 남또리 바닷가의 개(浦)를 '남또리개'라 했다.

남또리를 한자 차용 표기로 쓸 때는 '南頭理(남두리)', '南道理(남도리)', '南頭(남두)', '南月(남월)' 등으로 표기했다. '남또리개'는 한자 차용 표기로 '南頭浦(남두포)'라 했다.

이를 비춰볼 때 '남또리개' 동쪽 해안가에서 솟아나는 물을 '남또리물'이라고 지칭했다는 것이다.

△주민 삶과 함께
남또리물은 지역 주민들의 쉼터 노릇을 해왔다.

신엄리 주민들은 무더운 여름이면 남또리물에 둘러앉아 목욕을 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아낙들에게는 찬거리를 씻는 부엌으로, 옷가지를 빠는 빨래터로, 수다를 떨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랑방 역할을 했다.

남또리물은 물이 맑고 물줄기도 세 인근 주민들까지 일부러 찾아 물을 길러다 먹고 물맞이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과도한 정비로 흉물 전락
이처럼 주민들과 동고동락한 남또리물이 과도한 정비와 후속 조치 미비 등으로 방치되면서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찾은 남또리물은 각종 쓰레기와 부유물 등으로 뒤덮여 본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물을 순환시키기 위해 설치된 파이프에는 녹조가 들어차 흐름을 막고 있었다.

용천수 정비사업을 진행하면서 물의 흐름이나 순환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콘크리트 시설을 해 용천수 본래 모습을 잃은 것이다.

△수질 '최악' 오염 '심각'
이 같은 상황은 용천수 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제주연구원이 지난 2016년 12월 제주도에 제출한 '제주특별자치도 용천수 관리계획 수립' 용역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남또리물은 역사문화와 접근성, 용출량, 수질, 주민이용, 환경 등을 평가한 보전관리평가 점수에서 20점 만점에 12점을 받았다.

세부적으로 용출량(항목별 5점 만점)은 3점으로 평이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역사문화와 접근성, 주민이용, 환경 등에서 2점을 받는데 그쳤다.

특히 수질은 1점을 받아 용천수 오염의 심각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줬다.
 
△제주 생명수 보존 절실
제주 용천수는 흔히 생명수로 불린다. 식수로, 생활용수로, 농업용수로, 축산용수로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를 지탱해줬기 때문이다. 또 용천수와 함께 하며 자연스레 물허벅과 물구덕, 물팡 등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의 삶과 함께해온 용천수가 위협받고 있다.

지금이라도 제주 용천수가 생명수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보존하고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주의 생명수인 용천수를 지키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의무'이다. 

[인터뷰] 홍웅삼 애월읍 신엄리 주민 

"오랜 시간 동안 마을주민의 생명수 역할을 한 용천수를 보전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수십년째 애월읍 신엄리를 지키고 있는 홍웅삼씨(77)는 "본래 모습을 잃어가는 남또리물을 보면 안타깝다"며 이 같이 말했다. 

홍씨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뛰어 놀던 용천수 남또리물은 폭포가 형성돼 여름철 폭포 밑에서 물을 맞을 정도로 수량이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수량도 줄어들고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또리물은 애월읍 지역 다른 용천수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시원하고 맑은 물로 유명했다"며 "남또리물을 이용하기 위해 주변 마을에서도 찾아오곤 했다"고 회상했다.

또 "상수도가 보급되기 전에 식수뿐만 아니라 생활용수, 농업용수, 축산용수 등 우리 삶에 필요한 대부분의 물을 얻었을 만큼 남또리물은 마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며 "지금은 과도한 정비와 관리 소홀 등으로 예전 모습을 잃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전했다.

홍씨는 "몇 해 전 용천수 정비사업이 이뤄졌지만 이후 부유물이 생겨 남또리물을 뒤덮고 있다"며 "하루빨리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 보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용천수는 우리 세대에서 사용하다 고갈되거나 사라지면 되는 그만인 것이 아닌,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연유산"이라며 "용천수를 후손들에게 가능한 한 본래 모습 그대로 물려줄 수 있도록 지금 세대가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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