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가꾸면 뭐합니까.갖다 놓으면 그 순간 없어지는 걸요.이제는 시민의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27일부터 제주시 중앙로 거리화분에 봄의 전령인 ‘팬지’꽃 식재작업을 벌이고 있는 제주시 서모과장은 다음날인 28일 작업현장을 들러보다가 깜짝 놀랐다.전날 심었던 팬지 꽃 20여 본이 뽑혀 없어진 것이었다.

 행인이 취중에 뽑아버린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 뿌리 채 고스란히 뽑힌 것으로 보아 일부 시민들이 집에 옮겨심기 위해 뽑아간 게 분명했다.지난해에도 이랬다.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이 파릇파릇 피어나는 봄의 기운을 잘라버린 것이다.시민의식 실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22일 평당 335만원을 들여 최고급 수준으로 오픈 한 제주시청 화장실. 새롭게 문을 연 그날 남녀 화장실에 비치해 둔 드라이기와 스킨·핸드크림·스프레이 등 화장품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공무원들이 도난사실을 발견하고 다시 갖다 놓았지만 다음날 역시 일부 물품이 도난 당했다.

 이 보다 앞서 새롭게 단장한 탑동 화장실은 더욱 심하다.

 화장실 내부를 환하게 하기 위해 벽에 걸어 둔 소형 액자가 도난·훼손 당하고 심지어는 고가인 절전형 삼파장 형광등까지 뽑아 가는 현실이다.취객에 의해 문이 부셔지고 화장지가 없어지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최근 들어서는 스프레이 페인트로 화장실 곳곳을 낙서하는 바람에 공무원들이 이를 지우느라 난리법석이다.

 제주시는 각종 물품이 없어지면 그 즉시 갖다놓고 있다.시민들이 ‘제자리에 있어야 할 물품’이라고 생각할 때까지 계속 갖다 놓는다는 방침이다.공공시설에 비치된 각종 비품이 제자리를 찾는 순간,실종된 우리 시민의식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이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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