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위기 경고등 켜진 제주경제 <6> 제주농업 악재 산적

양파 수확모습(자료사진).

제주농업 노지감귤 가격 호조 반면 만감류 오렌지 관세 철폐 등 경쟁력 약화
양배추 무 마늘 양파 등 밭작물 인건비 상승, 하차경매에 PLS 등 악재 쌓여

제주지역 농가소득이 전국 최초로 5000만원을 달성하는 등 제주농업은 급성장했다. 하지만 FTA 등으로 인한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 가락시장 하차경매 도입, 농약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 시행, 최저임금 상승 및 인력난 심각 등 여러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생명산업인 제주농업이 악재에 적극 대응하면서 경쟁력을 키울 대책이 시급하다.

△소득 안정화 대책 필요

제주도는 전국 17개 시도 중 최초로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열었다. 2017년 제주지역 농가소득(통계청 분석)은 가구당 5292만원이며, 전국 평균 3824만원과 비교해 38.4%(1468만원)나 상회했다.

제주농업의 핵심품목인 제주감귤의 경우 2016년산과 2017년산 2년 연속으로 높은 가격을 형성했다. 

무와 당근, 양파, 양배추, 마늘 등 제주 주요 밭작물도 체계적으로 지원·육성되면서 농가소득 증가에 기여했다.

하지만 제주지역 농가부채 역시 2017년 6523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고, 전국 평균 2637만5000원에 비해 2.47배나 많은 수준이다.

농사와 생계로 인한 농가부채 비중이 높은 다른 지역과 달리 제주지역은 FTA기금 생산시설 현대화사업에 따른 시설투자 확대로 부채가 증가했다.

대부분 시설투자에 의한 농가부채이지만 향후 제주농가 소득이 안정화되지 않는다면 제주 농민들은 빚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시설투자부담 만큼 제주농업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도 쌓이는 것이다.

김한종 한국농업경영인 제주도연합회장은 "농지 임대료 증가, 인건비 상승, 농약·비료·종자 등의 비용 증가로 생산 및 경영비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하지만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는 이상 제주농가의 빚 탕감이 쉽지 않아 부채관리 대책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대근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 부본장은 "제주지역 농가부채는 규모면에서 전국 최고이지만 대부분 시설투자에 따른 것"이라며 "농가소득도 전국에서 압도적으로 많은데다 자산증가로 충분히 뒷받침되고 있는 등 건전성 악화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제주 현실 무시한 시책들

노지감귤 가격이 호조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한라봉 등 만감류 가격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만감류 가격 하락의 이유는 FTA기금 지원 등으로 시설재배면적 증가에 따라 생산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부터 미국산 오렌지 관세가 철폐되면서 오렌지 수입 물량이 증가한 것도 큰 요인이 됐다.

오렌지 뿐만아니라 양파나 당근, 마늘 등 채소류 역시 외국산 수입량이 급증하면서 제주농업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히고 있다. 

더구나 정부도 농산물 가격 인상 조짐이 보이면 소비자물가 안정을 이유로 저율관세할당(TRQ) 수입농산물을 유통시키고 있다.

제주를 비롯한 전국 농민들이 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LS)의 내년 전면시행을 유예토록 요구했지만 정부는 계획대로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

제주농가들은 토양에 장기 잔류하는 농약 등으로 비의도적 오염, 월동채소 등 장기 재배 또는 저장 농산물의 PLS 적용시기 등 문제점을 지적하며 내년 전면시행 계획 유예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수용하지 않았다.

김한종 한농연 회장은 "제주는 바람이 많아 PLS도입시 의도하지 않게 옆 밭과 작물 등에 퍼져 피해가 발생되고 이에 따른 농가 손실이 예상된다"며 "여전히 농약 직권등록이 완료되지 않았고 일부 작물은 등록 농약 자체가 없는 등 준비부족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지난해 11월 겨울무와 올해 4월 양파에 이어 오는 9월부터는 양배추에 대해 상차경매를 금지하고 하차경매로 전환하고 있다.

도내 농가들은 하차경매로 전환하면 기존 상차경매보다 물류비용 증가로 인해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섬이란 특성상 제주지역은 농산물 운송에 필요한 선박과 이에 맞는 화물차를 확보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지만 서울공사는 하차경매 전환을 강행, 제주농민만 피해를 입고 있다.

변대근 제주농협 부본부장은 "제주농협이 여러 차례 정부와 서울시 측에 하차경매 지원액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며 "또한 해외수출 확대와 대형마트 등 고정거래처 확보 등을 통해 유통망을 다양화 시키겠다"고 했다.

△인력난에 인건비도 상승

인건비와 농자재비 상승 등으로 인해 제주지역 농업경영비는 2012년 2211만원에서 2017년 4265만원으로 5년새 92.8%(2054만원)나 급증했으며, 전국 2053만원과 비교해 2.07배나 높다.

도내 농업인구는 2017년 8만6463명으로 2010년 11만5439명과 비교해 7년새 25.1%(2만8976명) 감소했고, 농업경영주 중 만65세 이상 비중 역시 2010년 35.2%에서 2017년 48.7%로 높아지는 등 고령화도 심각해지고 있다.  

제주농업은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2019년도 최저임금은 전년도 16.4% 인상에 이어 올해 7530원보다 10.9%나 오른 835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농업계는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숙식비 등 현물급여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포함문제 역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제주농가들은 다수의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 급여가 최저임금에 맞춰져 있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다. 숙식비용까지 추가로 부담하지만 현물급여는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사실상 1인당 최저 고용비용은 시간당 1만원을 훌쩍 넘어 농가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양두환 제주도 친환경농정과장 "농어촌진흥기금에 융자제도 개선을 통해 농업인월급제 등을 도입하는 동시에 농산물 가격안전관리제를 통해 농가소득을 안정화시킬 계획"이라며 "수입산 농산물 관세철폐와 PLS 도입 등으로 인해 농가피해를 최소화 하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고영진·양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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