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JDC 공동기획/ 제주환경 자산 용천수를 찾아서] 9. 신촌리 감언물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에 위치한 감언물은 인근 조반물과 더불어 인근 주민들의 식수와 생활용수 등으로 널리 이용됐으며 돌담을 사이에 두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제주에서 용천수는 '생명수'로 불린다. 화산섬이라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땅을 일구고 하루 종일 바다에 몸을 의지한 채 고된 노동을 해야 했던 제주인들에게 땅에서 솟아나는 용천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 그 자체였다. 섬사람들이 식수 등 생명과 직결되는 담수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용천수와 빗물을 모아 사용하는 봉천수(奉天水)가 유이했다. 이처럼 제주인의 생명줄 역할을 해온 용천수가 위협받고 있다.

해안을 중심으로 수많은 용천수가 흐르는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를 대표하는 용천수인 감언물이 용출량 감소로 인해 고갈 위험에 직면해 있다.

△새로 생긴 마을 '신촌리'
조천읍 신촌리는 400여년 전 마을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속칭 '숙군'이라는 이름으로 지금보다 남쪽에 위치했다. '숙군'은 군수가 많이 나왔다는 데서 유례한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식수 문제 등으로 물을 찾아 해안으로 내려온 것이 지금의 '신촌리'이다. 이때 새로이 생긴 마을이라는 데서 '신촌리'라 부르게 됐다.

또 700여년 고려조 충렬왕 26년(서기 1300년)에 제주를 동.서 도현으로 설치할 때의 호칭이라는 설도 있다.

△주민과 함께 한 감언물 
감언물(신촌리 2052-2)은 인근 조반물 등과 함께 인근 주민들의 식수와 생활용수 등으로 널리 이용됐다.

감언물은 돌담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서쪽 공간은 식수로 사용되던 구역과 채소를 씻거나 빨래를 하는 등 생활용수를 위한 구역이 구분됐다. 동쪽 공간은 말이나 소를 씻기거나 물을 먹이던 장소로 이용됐다.

하지만 지금은 과도한 정비로 인해 본 모습을 잃은 것은 물론 용출량 감소로 고갈 위험에 직면해 있다.

감언물은 새로이 돌담을 쌓고 시멘트로 바닥을 포장.개수해 우물 형태의 식수통과 빨래터로 구분됐다. 지금은 감언물 전체가 각종 쓰레기가 버려지고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면서 용천수 본래의 기능을 못하고 있다.

조천읍 신촌리에 위치한 감언물 내관.

△수량 감소 존폐 기로
본래 기능을 못하는 감언물은 최근 용출량이 급감하면서 존폐마저 위협받고 있다.

제주연구원이 지난 2016년 12월 제주도에 제출한 '제주특별자치도 용천수 관리계획 수립' 용역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감언물은 역사문화와 접근성, 용출량, 수질, 주민이용, 환경 등을 평가한 보전관리평가 점수에서 20점 만점에 10점을 받는데 그쳤다.

역사문화와 접근성 항목(항목별 5점 만점)에서 각각 2점을 받아 중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수질은 3점을 받아 그나마 괜찮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용출량과 주민이용, 환경에서는 각각 1점을 얻어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실제 감언물 일용출량은 475㎥로 180m 가량 떨어진 조반물(1)의 2850㎥와 큰 차이를 보였다.

△커져가는 용천수의 가치
시간이 흐를수록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용천수의 가치는 커지고 있다.

용천수 관광 자원화 가능성과 용천수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과 주민 생활권 등은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또 용천수를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과정에서 물 보전과 이용에 대한 연대의식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특히 물허벅과 물구덕, 물팡 등 제주만의 독특한 물 문화는 다시 조명 받고 있다.

우리가 용천수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이 용천수는 훼손되고 사라져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우리의 소중한 자연자원인 용천수가 본래 모습을 찾도록 보존. 관리해야 한다.

[인터뷰] 신원일 동부경로당 회장(사진)
"수백년 전부터 내려오던 감언물을 보존해야 후대에 알릴 수 있습니다"

74년 동안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에 거주하고 있는 신원일 신촌리 동부경로당 회장(74)은 과거와 다르게 감언물이 줄어들었음을 지각했다.
신원일 회장은 "당시 감언물은 안과 밖 두 군데로 나눠져 있었다"며 "밖에서는 채소를 씻거나 말이나 소 등에게 물을 주기 위해 이용했고 안에서는 평상시 입고 다니던 옷을 빨래를 하거나 마실 물을 길러다 쓰는 등 생활용수로 사용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주로 여성들이 목욕을 하기 위해 찾았다"며 "이처럼 수십년 전 감언물은 마을 사람들이 애용했고 밀물 때나 썰물 때 상관없이 넘쳐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는 맥이 끊어졌는지 물줄기가 과거처럼 세지도 않다"며 "맨땅을 드러내는 경우도 잦고 이용객들도 별로 없다"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신 회장은 "아마 제주도에서 개발붐이 일어났을 때 중간중간 지하수를 끊어버리고 물길을 다른 곳을 돌려버려서 줄어든 것 같다"며 "또 용천수 정비사업을 하면서도 감언물이 줄어든 것 같다"고 추정했다.
신 회장은 "이대로 가면 감언물이 사라져 자취를 감추게 될 지도 모른다"며 "만약 이렇게되면 100년 역사도 감추는 것과 같아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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