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JDC 공동기획/ 제주환경 자산 용천수를 찾아서] 10. 조천읍 조천리 두말치물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에 위치한 두말치물은 최근 그늘막이 설치되면서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주인들은 담수(淡水)가 흐르는 지역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하고 살아왔다. 용천수를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과정에서 물 보전과 이용에 대한 연대의식이 생겨나고 물허벅과 물구덕, 물팡 등 제주만의 독특한 물 문화가 만들어졌다. 제주인의 삶과 함께해온 용천수가 위협받고 있다.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에 있는 '두말치물'은 과도한 정비로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서 경관을 헤치는 것은 물론 용출량 감소로 고갈 위험에도 직면해 있다.

△항일정신 상징 조천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朝天里)는 제주시내에서 동쪽으로 12㎞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이웃마을은 동쪽으로 함덕리가, 서쪽으로 신촌리가, 남쪽으로 대흘리가 인접해있다.

조천은 제주 항일정신이 투철한 곳으로 조천만세동산과 항일기념관이 있다. 기념물로는 비석거리, 연대, 제주도 지정 문화재로 연북정이 있으며 고가옥이 잘 보존돼 있다. 매해 2월에는 용신제가 열리는 지역이기도 하다.

조천리는 예로부터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충절의 고장이며 예향의 고장으로 과거 관리들의 숙소인 조천관이 있었던 유서 깊은 마을이다.

△주민과 함께 한 두말치물
두말치물은 한 번 뜨면 두 말(36리터)을 뜰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름을 통해 예전에는 물이 많이 나왔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두말치물은 마을 주민들의 삶과 궤를 같이 했다. 평소에는 길러다 먹는 식수로 사용되고 목욕탕으로도 이용됐다. 또 빨래를 하고 채소 등을 씻는 생활용수로 기능했다.

무더운 여름철이면 주민들이 모여앉아 더위를 식히는 쉼터로, 동네 아낙들이 모여 수다를 떠는 사랑방으로 주민들의 삶의 일부로 함께 했다.

 

두말치물 내관.

△본래 모습 상실
주민들과 동고동락한 두말치물이 과도한 정비 등으로 인해 생명력을 상실하고 있다.

두말치물은 최근 정비작업을 하면서 그늘막이 설치됐다. 그런데 철제빔과 방부목 등을 사용해 만든 이 그늘막이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또 그늘막 기둥과 두말치물이 맞닿은 부분에는 녹조까지 생기고 있었다.

특히 두말치물 주변 담 위쪽과 돌 사이에는 콘크리트가 시설돼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용천수 정비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변 경관이나 용천수 등을 고려하지 않고 공사자재를 사용해 용천수 본래 모습을 잃은 것이다.

△생명수에서 애물단지로
조천리 주민들과 함께해온 두말치물이지만 지금은 주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제주연구원이 지난 2016년 12월 제주도에 제출한 '제주특별자치도 용천수 관리계획 수립' 용역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두말치물은 역사문화와 접근성, 용출량, 수질, 주민이용, 환경 등을 평가한 보전관리평가 점수에서 20점 만점에 14점을 받았다.

역사문화와 용출량, 수질 항목(항목별 5점 만점)은 3점을 받아 무난한 평가를 받았지만 주민이용 항목은 최하점인 1점을 받는데 그쳤다. 접근성과 환경은 각각 2점을 받았다.

이처럼 주민이용 항목 점수가 낮은 것은 용출량이 줄어 예전만 못하고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 생명수 보존 절실
제주 용천수는 흔히 생명수로 불린다. 화산섬이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식수로, 생활용수로, 농업용수로, 축산용수로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를 지탱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난개발과 무분별한 사용 등으로 우리의 삶과 함께해온 용천수가 위협받고 있다.

지금이라도 제주섬 최고의 보물이자 자연자원인 용천가 생명수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보존하고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터뷰] 김기배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주민(사진)

"역사라는 것은 다 기록을 해야 합니다. 두말치물 역시 하나의 역사라 보존을 해야 기록도 할 수 있습니다"

84년 동안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에서 한 평생 살고 있는 김기배씨(84)는 오랫동안 두말치물을 보고 자라왔다.

김 씨는는 "수도가 없을 적에는 두말치물을 길어다가 마시고, 목욕도 하고, 빨래도 하고, 야채도 씻었다"며 "대부분 마을 주민들이 생활수도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30~40년 전 두말치물은 사람들이 아무 때나 들어가도 잠길 정도로 물이 팍팍 나오고 넘쳐났다"며 "이러한 이유로 두말치물 인근에는 남자 목욕탕도 존재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다르게 물줄기도 약하고 물의 양도 줄어들었다"며 "특히 물의 양이 감소하면서 남자 목욕탕도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김 씨는 "아마 수도와 지하수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물의 양이 감소한 것 같다"며 "특히 지하수에서 농업용수, 생활용수로 뽑아서 쓰는 양이 많다보니 줄어든 것 같다"고 짐작했다.

김 씨는 "용천수 보존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두말치물도 이대로 두다가는 사라질 것 같다"며 "이름있고 역사깊은 두말치물은 보존을 해야 한다. 지역 주민들 모두 똑같은 마음이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