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화산섬 용암의 땅, 곶자왈 탐사 3. 원시의 세계 양치식물

부처손.

식물에는 관다발이 있다. 관속이라고도 하는 이 조직은 정교하게 설계돼 있어서 잎에서 만들어진 탄수화물은 뿌리로, 뿌리에서 흡수한 물과 광물질들은 잎으로 서로 섞이지 않게 이동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식물에서는 이 조직이 없거나 아주 단순한 원시형태로 돼 있다. 양치식물은 포자로 생식한다는 점에서는 이끼식물과 닮았지만 이끼식물에는 없는 관다발이 있다는 점에서는 꽃피는 식물과 닮았다. 그래서 전통적으로는 포자로 생식하면서 관다발이 있는 식물들을 모두 뭉뚱그려서 양치식물이라고 했다.

긴다람쥐꼬리

곶자왈에서 발견되는 석송이나 부처손, 그외 다람쥐꼬리, 긴다람쥐꼬리, 만년석송 같은 종들을 얼마 전까지는 당연히 양치식물로 구분했다. 그러나 이들은 여타의 양치식물들과 다른 특징들이 밝혀졌다. 특히 관다발 체계가 아주 단순하거나 원시형으로 돼 있다. 그리고 DNA 분석 결과에서도 많은 차이를 갖고 있었다.

결국 이 종들은 양치식물보다 관다발이 없는 이끼식물에 더 가깝다는 점을 알게됐다.

최근 식물학자들은 이와 특징을 갖는 종들이 전세계적으로 1338종(3목 3과 18속)이 있으며 이들을 석송식물이라고 이름 지었다. 또한 양치식물은 종자식물과 매우 밀접한 혈연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석송식물은 양치식물과 종자식물을 모은 집단과 근연관계를 보였다. 비유하자면 양치식물은 종자식물과 4촌, 양치식물과 종자식물은 석송식물과 6촌 정도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종자식물(피자식물)이 지구상에 나타난 건 1억 2000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데 비하여 석송식물은 4억 2000만 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구상에 출현한 최초의 관속식물들이다.

석송.

석송식물을 제외한 대부분의 양치식물은 진정양치식물이라고도 한다. 잎은 처음엔 바이올린 머리모양을 하다가 차츰 풀리면서 펴져 잎몸을 이룬다. 갓난아기의 손을 고사리손이라고 하는 것은 손을 꼬옥 쥐고 있는 모양이 바이올린 머리모양을 한 어린 고사리를 나타낸다. 포자는 석송식물이 줄기나 이삭에서 만드는데 비해서 양치식물은 잎 뒷면이나 별도의 포자잎에서 만든다.

전통적으로는 종자를 생산하지 않는 모든 관속식물을 양치식물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이처럼 석송식물을 제외하여 부르고 있는 것이다.

양치식물은 데본기 후기 지금부터 약 3억6000만 년 전 지층에서 처음으로 화석이 나온다. 지금은 꽃피는 식물들이 육상 생태계를 지배하는 실정이지만 초기 백악기라고 하는 지금부터 1억 4500만년 전까지도 지금 살고 있는 많은 과와 종들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처음 양치식물이 출현한 3억6000만 년 전이래 1억8000만 년 전까지는 주로 이와 같은 양치식물들이 지구상의 육상생태계를 지배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초기에 번성했던 거대한 양치식물들은 지구환경이 변하면서 서서히 멸종하거나 쇠퇴하고 트라이아스기(2억4000만 년 전~2억1000만 년 전)가 돼서 현생 하는 과와 관련된 종들이 나타났다. 후기 백악기에 들어서 엄청난 양의 양치식물들이 출현하는데 이 현상을 '양치식물의 대폭발'이라한다.

양치식물은 세계적으로는 주요 경제적 중요성을 갖지는 않지만 식용, 약용, 관상용으로 이용하거나 재배하며, 토양을 정화하는데도 사용한다. 제주도에서는 고사리가 경제적 중요성을 가지며 제사상에 올리는 등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독특한 양치식물의 생애주기

양치식물은 꽃과 씨가 없이 포자로 자손을 남기는 관속식물로 전 세계에 1만560종이 알려져 있다. 이들은 배수체와 반수체라고 하는 세대가 별도로 독립생활을 하는 독특한 생애주기를 가지고 있다. 양치식물보다 원시형의 식물들은 대체로 이런 생활양식을 갖는다. 당연히 석송식물 1338종도 마찬가지다.

이와 같이 생물은 엄마와 아빠의 몸에서 만들어지는 난자와 정자의 결합으로 자식을 만들어낸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않고는 양치식물은 이해할 수 없는 생활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고사리들은 생식과정을 가지지 않는 무성세대라고 한다. 즉 성적 과정을 갖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꽃과 같은 기능을 하는 기관도 없다. 이 단계의 식물체를 조포체식물 또는 포자체식물이라고한다. 대부분 잎의 뒷면에서 포자낭을 만들고 그 속에서 포자를 만드는데 생식과정이 없이 만드는 것이다. 이 포자는 핵이 반수체여서 홀씨라고도 한다.

이 포자가 싹이 트면 부모와는 모습이 전혀 다른 식물이 태어나게 된다. 이것을 전엽체라고 한다. 이 식물체는 반수체인 포자에서 발아했으므로 당연히 반수체이며 배우체 세대라고 한다. 이 전엽체에서 정자와 난자가 생기고 이곳에서 이들이 수정하는 유성생식과정을 거친다.

꽃의 기능을 하는 기관들이다. 그러므로 유성세대라고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식물체를 포자체식물에 대응해 배우체식물이라고 한다. 이들의 수정과정에서는 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므로 양치식물은 수분이 충분한 곳에 자라는 것이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포자는 특별히 접합자라고 하며 배수체이므로 홀씨가 아니다. 이 접합자가 발아하면 배수체인 고사리가 되고 다시 무성세대라고 한다. 이러한 반복을 세대교번이라 한다.

양치식물의 천국이라고 하는 곶자왈에서는 무수히 많은 양치식물의 유성세대인 반수체식물들이 살고 있다. 어떻게 생겼을까. 육안으로 볼 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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