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주 '도시재생'을 살피다 <상>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뉴딜 2년차 유기체 성격·정확한 사업목표 공유 과제
공동체 분열, 난개발·부조화 경험 등 학습효과 추진 지지부진
제주시 신산모루·남성마을, 서귀포시 월평마을·대정읍 과정 관심

지난해부터 조용하면서도 뜨겁게 지역사회를 달구고 있는 말이 있다.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부동산정책 중 하나로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윤곽을 정확히 그리기 어려운 것들로 분류한다. 제주도 그런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범사업을 포함해 올해까지 사업 대상 지역 4곳을 선정한 것을 알고 있을 뿐이다. 분명한 것은 '원도심'과 '도시'가 지닌 유기체적 성격을 인정하고 정확한 사업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는 방향성이다.

△거버넌스 협의체 구성 가물가물
기존 거주자의 지속적인 생활여건을 확보하고, 사회·문화적 기능을 회복하며, 지역에 맞는 도시경제의 모형을 만드는 것으로 도시 커뮤니티 유지 및 활성화 과정에 있어 이해 관계자간의 합의 형성 등 의사결정시스템을 전제 조건으로 한다.

기존 시가지의 재활성화와 도시공간구조의 기능 재편을 통한 신·구도시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낙후된 구도심의 재생을 통해 도시경쟁력을 제고하면서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모델을 확립하는 것으로 도시 경쟁력을 제고 한다.

분명 좋은 의도를 가지고 공적 목표를 추진하는 사업이지만 너무 어렵다. 성과 보다는 과정에 의미를 둔다고 하지만 사실상 특정한 결과물 없이는 설명이 쉽지 않은 것이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다.

심지어 비슷한 성격의 정책 사업이 잇따른 데다 '둥지 내몰림' '공동체 분열' 같은 부작용을 먼저 학습하면서 거버넌스라는 협의체를 이루는 작업마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도시재생사업은 지난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본격 출발했다. 일단 용어가 만들어졌지만 적은 예산으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부 성공사례에도 불구하고 예산 투입 정도에 따라 자본이 몰리면서 기존 거주민과 세입자를 밀어내고 이로 인해 상권이 흔들리는 연쇄공동화 파장이 컸다. 민관 활력을 활용한다는 명분 아래 각종 규제가 풀리면서 난개발과 부조화 등 부작용이 현실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생긴 선입견이나 편견이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의 흐름을 끊는 일이 있을 만큼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귀포시 원도심.

△시범 포함 4개 사업지 선정
'문재인표'라는 출발신호와 '제주형'이라는 동력까지 가동했지만 제주 지역의 도시재생 뉴딜 성적표는 아직 빈 칸이 더 많다.

문재인 정부는 수도권, 특히 서울 집중화를 견제하기 위해 사업 대상지 선정에서 2년 연속 서울시를 제외했다. 중앙 공모 사업에 있어 상대적으로 불리한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시에는 '지자체가 선정하는 사업'을 우선 배정하는 등 균형을 노렸다.

그 결과물이 제주는 지난해 12월 시범사업대상으로 선정한 제주시 신산머루와 서귀포시 월평마을, 그리고 올 9월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로 뽑힌 서귀포시 대정읍과 제주시 삼도2동 남성마을 등 4개의 우리동네살리기와 일반근린·주거지지원형 사업이다.

제주시 신산머루에는 자율 주택정비와 정주환경 개선, 공동체 프로그램 운영 등을 내용으로 2020년까지 3년간 총 83억 원이 투입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서귀포시 월평마을은 오는 2021년까지 99억원을 들여 주거지원 사업 중심의 도시재생 프로그램을 꾸린다.

서귀포시 대정읍은 옛 해산물통조림공장 옛터를 활용하는 '캔(CAN) 팩토리와 다시 사는 모슬포'와 원도심 노후 저층주거지에 사회·경제적 재생을 시도하는 '다시 돌앙 살고 싶은 남성마을'사업에 앞으로 4년 동안 국비 150억원, 지방비 60억원 등 총 210억원 투자를 예정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본격 착수'라는 수식어를 단 사업이 없을 만큼 뜸을 들이고 있다. 활성화계획을 수립하고 주민공청회와 지역의회 의견 청취, 도시재생지방위원회 심의, 국토교통부 승인까지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는 때문이다.

대정읍 하모리 대해 식품공장.

△'지역주민'기준 설정 혼란
처음 사업안이 나왔을 때 예견했던 일도 이미 현실로 나타났다.

재개발이 아닌 지역 재생이란 목적 아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발전 및 도시재생을 위해 추진하는 일련의 사업은 물론이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항만법·경관법·도시개발법·역세권의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등 기존 법률상 규정돼 있던 재정비 사업을 진행했던 경험을 한꺼번에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나온 가이드라인 중 일부가 올해 바뀌었고, 사전에 실행 가능성을 평가 기준에 담았다. 달라진 기준을 설명하는 자리가 올 5월초 열렸다. 현장에서는 사업 추진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적 문제에서 부터 사업별 예산 반영 차등에 따른 조율, '지역주민' 기준 설정 등에 대한 구체적 매뉴얼 제시 등을 요구했다. 힘들 것이란 우려 속에 사업대상지 2곳을 추가했지만 미리 선정한 시범대상지에서 주민 반발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원하는 '을 우선순위로
기존 원주민의 재정착 한계, 트렌드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눈높이, 사업지 주변과 형평성 논란은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다.

'낙후된' '쇠퇴한'이란 설정과 지역자원을 활용한 문화적 접근에 있어 복사판 수준의 사업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 역시 부정하기 어렵다. '설득력'의 기준이 심사를 하는 정부나 지자체인지, 현재 살고 있는 주민인지, 아니면 집이나 땅을 가지고 있는 소유주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은 폭주 수준까지 치달았던 제주 부동산 경기만큼이나 우왕좌왕이다.

지역공동체를 하나로 모으는 코드로 끄집어낸 '문화'라는 아이콘이 오히려 분열 요인이 되는 사례도 있다. 문화와 역사, 도시문제, 주민 수요 등을 고려한 모델 개발과 시스템 정착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져야 하는 상황 역시 사업에 되돌이표를 다는 이유로 꼽힌다.

앞으로의 과정이 밝다는 평가도 있다. 이른바 '원도심'에 대한 고정관념을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제주시·서귀포시 옛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에 주안을 두고 있지만 이번 사업 대상지에 대정읍이 포함됐고 도시재생활성화 지역도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원하는 것'을 찾아 사람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제주형 도시재생에 장밋빛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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