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화산섬 용암의 땅, 곶자왈 탐사 4. 1부 원시의 세계 양치식물

곶자왈을 탐방하다보면 간간이 물이 고여 있는 곳을 지나게 된다. 작으면 수십에서 크면 수백 ㎡쯤 된다. 우기에는 이보다 훨씬 넓은 습지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런 곳에 마치 부추처럼 생긴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알고 보면 의외의 식물이라서 놀라게 된다.

곶자왈의 특산식물, 전 세계적으로 제주도 곶자왈에만 자라는 고유식물로 제주고사리삼이 유명하다. 그런데 곶자왈 고유식물은 그 외에도 또 있다. 제주고사리삼은 양치식물에 속하지만 지난 회에 이어 석송, 뱀톱, 부처손 등 석송식물에 대해 알아보는 김에 또 다른 식물도 짚고 넘어가자.  

곶자왈을 탐방하다보면 간간이 물이 고여 있는 곳을 지나게 된다. 작으면 수십에서 크면 수백 제곱미터쯤 된다. 우기에는 이보다 훨씬 넓은 습지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런 곳에 마치 부추처럼 생긴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알고 보면 의외의 식물이라서 놀라게 된다. 

전통적으로 양치식물로 분류했던 제주물부추 자생지는 대체로 밑바닥이 암반으로 되어 있는 저지대 습지다.

이 식물이 바로 전통적으로는 양치식물로 분류했던 제주물부추라는 종이다. 선흘곶자왈을 비롯해서 구좌읍 상덕천리, 한림읍 금악리, 표선면 가시리와 성읍리, 성산읍 신풍리 등에서 발견된다. 자생지는 대체로 밑바닥이 암반으로 되어 있는 저지대 습지다. 지하부는 진흙에 박혀 있으나 잎은 물 위로 나와 있는 정수식물 혹은 모든 부위가 물속에 잠겨 있는 침수식물로서 연못의 가장자리에 주로 분포하며 소규모의 연못에서도 관찰된다. 

이 무리에는 또 하나의 제주특산종이 있다. 한라물부추라는 종이다. 이 종은 한라산의 고지대 습지에 자라고 있다. 이들은 제주특산종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두 종 모두 아주 희귀하여 여간해서 보기 힘들다. 문제는 이 두 종이 외관상 너무나 흡사해서 구별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아직도 이들의 분류학적 위치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학자들도 있다. 

또 하나의 제주특산종 한라물부추는 한라산의 고지대 습지에 자라고 있다.

두 종을 비교해보면 우선 제주물부추는 해발 200미터 이하의 저지대의 고여 있는 습지에서 자라고 대포자의 표면구조물이 낮은 주름형이라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라물부추는 한라산 고지대의 흐르는 물에 자라고 대포자의 표면구조물이 침모양이라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지? 

사실 이런 정도의 차이라면 전문가라도 구별해 내기가 만만찮다. 다만 물부추속의 식물들은 외부형태가 단순하여 종을 구분할 때 대포자의 표면 구조물의 형태를 아주 중요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 두 종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이런 현미경적 특징을 관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유전적으로 보면 다소 의외의 결과가 있다. 비록 큰 차이는 아니라할지라도 저지대에 분포하는 제주물부추는 일본에 자라는 가는물부추와 근연관계인데 비해 한라물부추는 타이완과 한반도, 중국에 자라는 참물부추와 가깝다.   

뱀톱(사진)에서 분리한 후페리진 에이라는 물질은 알츠하이머 병의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연구 중이다.

석송식물은 한 때 높이가 수 십 미터에 달하는 슈퍼 자이언트 나무였다. 아무리 큰 공룡이라도 이 나무의 꼭대기까지는 다다를 수 가 없을 정도였다. 지구상의 육상생태계의 리더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그 무성했던 시대를 증언이나 하듯 지금은 화석으로, 또는 석유나 석탄으로 남아 있다. 

지금은 양치식물과 석송식물을 통틀어 가장 작은 식물의 일부가 되었다.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땅위를 기거나, 나무나 바위 겉에 붙어 자라거나 심지어 물부추 무리들처럼 물속에 잠기어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석송식물의 포자는 가연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불꽃놀이에 사용된 적도 있다. 또한 뱀톱에서 분리한 후페리진 에이라는 물질은 알츠하이머 병의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연구 중에 있다.  

석송식물의 생태

현생하는 석송식물들은 대부분 다른 식물들의 그늘에서 혹은 착생식물이거나 수생식물로서 매우 느리게 생장한다. 그래서 현존 생태계에서는 중요한 위치를 갖고 있지 못하다. 이들은 다른 식물들도 그러하듯이 열대의 습한 지역에서 종 다양성이 가장 높지만 고산성이거나 아북극성인 종도 꽤 많다. 

부처손에 속하는 여러 종들이 극도의 건조조건에서 생존할 수 있다. 그 중 일부는 미국 남서부의 건조하고 암석이 많은 지역에서 알려져 있는데 자라는데, 암벽의 경사면과 노두 가장자리에 달라붙어 자란다는 것이다. 석송식물의 어떤 종(Selaginella lepidophylla)은 수 개월간의 완전 건조에서도 회복할 수 있어서 '부활 식물'이라고 불린다. 이것은 관속식물에서는 아주 드문 경우다.

석송식물들은 현대 식물상에서는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진 않지만, 후기 고생대에서는 큰 나무들이 있었다. 35 미터가 넘는 이 나무들은 북아메리카와 유럽의 석탄기 석탄 습지에서 숲을 형성했다. 

양치식물과 또 다른 여타의 종자 없는 관속식물들과 마찬가지로, 석송식물도 그들의 부모인 포자체식물과는 독립적으로 발달하는 배우체식물을 낸다. 석송의 경우 배우체식물은 보통 아주 작고, 땅속에서 자라기도 한다. 그들은 공생하는 균한테서 영양물질과 물을 얻는다. 어떤 석송식물들의 배우체식물들은 정자를 방출하거나 포자체식물을 자라게 하는데 15 년이나 걸리기도 한다. 부처손류의 또 다른 석송식물은 배우체식물이 포자의 벽 안에서 완전하게 성장한다. 이것은 연약한 배우체식물을 위험한 환경으로 내보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배우체식물들은 이전의 포자체식물 세대의 조직 내에서 새로운 포자체식물 세대로 넘어가는 과정 중 유성단계를 부모의 포자낭 내에서 거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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