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주 '도시재생'을 살피다 <하>

재개발 아닌 재생…'걷는 사람 많아지면 곧 길'
유사 사업·성과 위주 학습효과로 피로감 커져
문화영향평가 대표 사례 '지역 공감'확대 절실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정부에서 큰 돈을 투자 한다'는 말에서 비롯된다. 단순한 셈법과 투기심리가 사업 취지보다는 부동산 효과에 편중되는 일이 허다하다. 공공 영역과 민간 영역의 구분까지 흔들며 지역 내부 갈등을 빚는 일도 있다.

전문가들은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놓고 루쉰을 언급한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다. 사실 땅에는 원래 길이 없었다. 걷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곧 길이 된 것이다"

△소모성 사업 한계
도시재생사업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묻는다면 슬쩍 고민이 된다.  마을만들기사업 등을 비롯해 다양한 사업이 바탕이 됐고 2006년부터 국가 주도 도시재생 정책이 시작됐다.

2013년 6월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시재생특별법) 제정·공포하고 같은해 국무총리 소속 도시재생특별위원회도 출범한다.

도시재생특별법은 주민과 지자체가 주도하는 도시재생의 기본방침을 제시하고 지원조직과 특례지원, 선도 사업 등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일부에서 우려하듯 어느 날 갑자기 막대한 예산을 들여 낙후한 지역을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 시키는 사업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동안 진행한 소모성 사업으로 인한 학습효과 역시 득보다는 실로 작용한다.

정부 차원에서 진행한 도시재생 또는 유사 정책 사업만 봐도 국토교통부의 살고싶은 마을만들기 시범 사업과 도시활력증진 지역개발사업, 안전행정부의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사업, 참 살기 좋은 마을마꾸기 사업, 접경 특성화 사업,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 농어촌 신문화공간조성사업, 지역발전위원회의 지역창조사업 등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만 해도 2002년 시작된 문화역사가꾸기 조성 사업에서부터 공공디자인시범도시 조성사업(2005~),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2009~), 문화도시조성사업(2013~),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2014~), 유휴공간을 활용한 생활문화센터 조성지원 사업(2014~) 등 10개가 넘는다.

'문화도시' '문화마을' 등 기대보다는 불편하다는 반응도 적잖다.

실제 사업을 했다는 말만 있을 뿐 '원주민 재정착'같은 기초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다. 원래 기능을 살리는 것이란 주안을 둔 접근 방식이 아니고는 새로 짓고, 다시 부수는 소모성 사업을 반복한 결과다.

△제주적 특성 '장점'으로
제주의 도시재생은 '긴 호흡'과 문화·역사 자산,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다. 지난해 제주시 원도심이 문화·예술 자산 접목 도시재생 협업 모델로 부상했던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도시재생뉴딜사업지에 대한 문화영향평가(Cultural Impact Assessment)를 공식화하면서 대표 사례로 제주시 원도심을 꼽았다.

제주시 원도심은 2016년 국토부의 도시재생 사업 지역 선정에 이어 지난해 문화영향평가에서 '원도심 기억 공유 공간 조성사업'을 추가하는 등 문화형 도시재생 사업의 스타트를 끊었다.

제주시 원도심은 이들 사업 연계를 통해 관덕정 광장 및 주변 활성화, 도심올레길(이야기길)과 원도심 기억 공유 공간 조성 등으로 문화 정체성을 콘텐츠로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주시 원도심 사례는 △문화접근성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기본권 △문화적 유산경관·공동체 등을 아우르는 문화정체성 △문화적 다양성 및 창조성 등 전체 평가 지표 설정에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에 모두가 만족하지는 않았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건물 소유주 등의 반발로 활용에 제약을 받고 있다.

뉴딜사업지로 선정된 지역들에서도 아직 주민의 이해 격차를 좁히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산다'를 기준으로 도시를 되살리기 작업이다. 개발이 목적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삶의 구현이다. '주민 구성이 바뀌더라도'의 전제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 중심에는 거버넌스가 있다.

적극적인 민간 경험과 민간 참여 유도 장치 마련, 둥지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예방대책 등을 보다 구체화하는 작업 역시 과제로 남아있다.

2018 도시재생 우수사례 경진대회서 '우수상'
지난해 최우수상 등 제주 도시재생 수준 확인


지역 문화·역사 자산을 보물로 캐낸 주민들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바람의 섬 제주에서도 유배문화와 저항의 역사로 점철된 서귀포시 대정읍의 도시재생 주민 참여 프로젝트가 전국 경진대회에서 입상했다.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지난 26일 대구삼성창조캠퍼스에서 국토교통부 주최로 열린 '2018 도시재생 한마당' 주민참여 경진대회 지역맞춤형 콘텐츠 발굴 사례 부문에서 제주 대정읍이 우수상을 수상했다고 30일 밝혔다. 

'2018 도시재생 한마당'은 정부·지자체의 도시재생 정책과 사업 홍보, 우수 사례· 성과의 공유 및 전파, 도시재생 참여자들의 사기 진작 등을 위해 열리고 있다. 올해 행사는 '도시재생 미래를 잡(job)다'를 주제로 대구에 판을 깔았다.

이 번 우수사례 경진대회에는 전국 50여 지자체들의 사업 중 1차 예선을 통과한 12곳의 사업이 최종 경쟁했다.

대정읍은 앞서 9월 '2018년도 도시재생 뉴딜사업'공모에서 일반근린형 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는 지역자산을 활용해 청년 인구를 유입하는 내용을 강조했다.

경진대회에 참가한 '도시재생 디자인&창작자 커뮤니티 워크숍'팀 역시 지역 내역사·문화·건축을 과거·현재·미래의 콘텐츠로 디자인하는 '역사를 품은 도시재생' 주민참여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해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삼도2동 새마을부녀회 천연염색사업단 사례가 지역 자생단체와 사회적 경제를 접목해 협동조합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성과를 인정받으며 최우수상에 뽑히는 등 제주 도시재생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한편 이번 행사에서는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그 동안 진행한 도시재생사업의 과정과 성과를 알리는 홍보부스, 제주 관련 액세서리·기념품 장터부스를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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