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방문한 관광객들. 자료사진.

돈 편취한 여행사 폐업후 영업 재개해도 제재 못해
업체간 거래 기망 증명 어려워 피해 증가…대책 시급

한 도내 여행사에 근무하는 김모씨(41)는 최근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2014년 행사비 수백만원을 편취하고 폐업한 뒤 수년간 잠적했던 업체 대표 A씨가 새로운 상호의 이름을 걸고 영업을 한 정황을 발견한 것이다. 김씨는 곧바로 경찰에 고소하려 했지만 "현행법상 사기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희박하다"이라는 수사관의 말을 듣고 포기했다. 

김씨는 "업계의 악질 관행을 끊고자 오랜 사건임에도 고소하려 했지만 법의 한계만 절감했다"며 "A씨의 기망을 증명하기 애매하다고 손을 놓다가는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분개했다.

여행사 간 소액 먹튀 사례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전수조사나 대책 마련 등은 이뤄지고 있지 않아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여행사 폐업에 의한 피해를 구제한 사례가 2015년 2건(피해액 규모 3600만원), 2016년 3건(2800만원), 지난해 4건(7500만원)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여행업 등록과 폐업 기준이 낮은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악의적인 마음을 갖고 영업신고 후 '먹튀'하고 폐업을 해도 재영업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여행업을 등록하려면 행정시에 자본금과 사무실 기준을 채워 신고하면 된다. 또 행정처분에 의한 등록 취소가 아니라면 잦은 폐업이 제재 요건이 되지 않는다. 먹튀 후 차명을 이용해 영업을 재개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업체간 거래 후 먹튀는 '사기'와 '기망'을 증명하기 어려워 사건을 당하고도 신고를 하지 않는 업체도 적지 않다.

거래를 하기 전 여행사의 지불능력을 평가하거나 점검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투명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청업체 입장에서 소액을 거래하면서 지불이행 보증보험을 요구하기란 어렵다"며 "행정 차원에서 여행사 난립을 막고 거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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