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관리 핵심은 결국 사람…전문인력 양성 집중

교토대 방재연구소 1951년 설립…지진·화산 등 연구 활발
해외주요 대학교·연구기관·국제기구과 협약 체결 성과 공유 

방재선진국을 가보면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재난관리 전문가가 전공을 살려서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아직까지 대부분 토목·건설 등을 전공한 이들과 관련학과 교수들이 재난안전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6년에야 국립방재연구원이 출범했고,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은 내년도 정부 예산에 반영된 수준이다. 일본은 주요 대학마다 방재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미래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재난관리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재난관리 전문가 양성 시급

교토대 내진설계실험기계.

방재전문가들은 "재난관리의 핵심은 시스템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최첨단 시스템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고, 문제점을 찾아내 개선할 전문가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의미다.

게다가 재난관리 전문가가 아니면 효과적인 방재시스템을 개발하기도 쉽지 않다. 재난관리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으면, 재난을 막기 위한 방재시스템이 방재선진국 등의 다른 방재시스템을 흉내 낸 기계에 그칠 수 있다는 뜻이다.

방재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들은 체계적인 재난관리 전문가 양성을 위한 대학·대학원 수준의 교육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국내에서도 여러 대학이 소방방재학과·안전공학과 등을 개설했다. 그러나 이들 학과에선 소방과 산업안전 위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수요가 있는 소방관 및 산업안전 관리자 육성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방재선진국은 재난관리 전문가 육성을 위한 대학·대학원 교육이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방재연구의 컨트롤타워

일본의 주요 대학에서도 지진 등 자연·사회재난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전문가 육성이 이뤄있다. 이 가운데 1951년 설립된 교토대학교 방재연구소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꼽힌다.

교토대 방재연구소는 현재 종합방재, 지난·화산, 지반 연구, 대기·물 연구 그룹 등 4개 연구그룹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한신-아와지 대지진(고베 지진) 이후인 1996년에는 재난에 대한 학리연구 및 종합방재연구를 위해 이공학적 연구에 인문·사회과학 연구를 강화했다.

종합방재 연구그룹은 사회방재연구부문과 거대재해연구센터로 구성됐다. 재해의 발생 과정에서 인간 활동과 사회·경제 영향의 중요성에 주목해 사회의 재해 취약성의 변화 과정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사전 개선방안과 재해후 재건 정책에 대해 종합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진· 화산 연구그룹은 지진재해연구부, 지진방재연구부문, 지진예지연구센터, 화산활동 연구센터로 구분된다. 다양한 자연재해에 노출 일본에서도 지진·화산과 관련된 재해는 특히 심각한 피해를 발생한다. 빈도가 낮고 예측이 어렵지만 한번 발생하면 피해가 막대하다. 이 그룹에서는 지진·화산 관련 재해의 발생을 과학적으로 해명하는 기초연구를 통해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전략 개발 및 고도화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지반연구그룹에서는 액상화 지반 침하, 사면 붕괴, 산사태, 토양 침식 등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해 재해예측 및 완화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대기·물 연구 그룹에서는 환경변화에 따른 대기·물 순환의 변화에 ··대한 연구를 실시하고, 풍수해의 예방 및 경감, 수자원의 확보와 관리, 물 환경의 보전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한다.

교토대 방재연구소는 한국과 중국, 미국 등 전 세계 주요대학과 방재연구기과 등과 협약을 체결해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1989년 중국과학원과의 협정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70여개의 교육기관과 국제기구, 국가기관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도 강원대학교 방재기술전문 대학원과 충남대학교 국제수자원연구소, 울산과학기술대학교 도시환경공학연구과 등 3곳과 협약을 체결해 다양한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타 대학에서도 교육활발

교토대 풍향실험기.

도쿄대 도시기반안전공학국제연구센터(ICUS·INCEDE)는 도시기반시설 정비와 유지관리를 포함한 안전공학 연구를 목적으로 2001년 4월 설립됐다. 주요 연구과제는 지속가능한 엔지니어링, 동시방재안전공학, 도시정보 등이다. 이 연구센터 생산기술연구소에서는 도쿄대 공학계와 이학계 대학원생을 받아들여 연구자의 자질을 높이고 있다. 특히 학과간 벽을 넘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폭넓은 시야를 갖도록 하는 데 힘을 기울인다. 도시기반안전공학국제연구센터 석사과정 대학원 교과과정은 도시기반안전공학, 원격감시, 방재행정학, 지속가능한 도시환경공학, 지구수환경시스템, 건설재료관리, 도시기반정보공학 등이다.

치바과학대학 위기관리학부는 방재시스템학과·환경안전시스템학과·위기관리시스템학과 3개 학과로 이뤄졌다. 방재시스템학과는 '안심하게 살 수 있는 평온한 일상생활 창출'을 기본이념으로 한다. 이를 위해 재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재해 발생원인과 대규모 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과정을 명확히 밝히고, 재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별취재반=김대생 교육문화체육부 부국장, 강승남 정치부 차장, 자문=김병곤 도시계획 박사(오사카대 대학원 졸업)

마키 노리오.

"방재 연구로 재해 피해 최소화 기여"
"세계의 방재연구 거점으로 활발한 국제교류를 통해 재해피해 최소화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키 노리오 일본 교토대 방재연구소 부소장은 "방재연구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일본에서도 유일하게 공동 이용·연구 거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키 부소장은 "1952년 설립한 이후 사회가 원하는 핵심적인 방재 요구를 발굴하고 이를 복합적인 연구방법을 통해 해결하는 실천적인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며 "재해·방재에 대한 세계 각국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해외 유학생과 젊은 연구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공동연구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발생했던 재해를 분석하면서 '재해의 학문적 추구와 방재에 관한 종합적이고 실천적인 연구 추진'을 미션으로 한 연구 교육을 전개하고 있다"며 "이학, 공학, 사회 과학, 정보학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100여명의 상근 연구원을 필두로 많은 연구자 및 대학원생들이 모여 거의 모든 자연 재해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키 부소장은 재난, 특히 자연재난을 막을 수는 없지만 철저한 준비와 국민 인식개선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결국 방재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재해 또는 방재에 대한 전문 지식과 연구 성과를 사회에 전파해 방재에 대한 국민과 사회의 이해 향상을 도모하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방재 시책 수립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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