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김영진 제주도관광협회장

외부 환경 민감…2000년 이후 수차례 위기에도 뒷북대응
관광국 승격 외형적 전문성 확보 그쳐 역할분담 등 미흡
"관광수익 선순환 향토자본·경쟁력 강화 방안 모색 필요"

"'관광'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 아닌가 싶다. 유기체적 성격을 파악하고 경쟁 시스템을 구축했어야 했는데 행정도, 업계도 활황세에 안주했던 것이 위기로 이어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김영진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장의 지적은 아프지만 반박하기 어렵다.

제주 관광 성장세가 주춤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만 2003년 사스 파동,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09년 신종플루 위기, 2014년 세월호 충격, 2015년 메르스 확산, 2016년 이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등 고비가 많았다. 

남북 관계 개선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금강산 등 북한 관광 시장에 대한 부담도 이미 한 차례 겪은 적이 있다.

김 회장은 "문제는 그런 상황들에 있어 뒷북대응에 그쳤다는 점이다. 힘들다, 어렵다고 말들도 많았고 이런 저런 정책이 나왔지만 그 때뿐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위기'"라고 쓴소리를 했다.

달라진 것도 있다. 도 조직에 관광국이 생겼고, 관광협회 외에도 관광협회와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컨벤션 뷰로 등 기관도 생겨났다. 외형적으로는 전문성에 무게를 두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소통을 통해 협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 회장은 "관광객을 비롯해 유입인구가 늘면 당연히 생활 인프라 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국제안전도시'라는 제주가 정작 관광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볼 때 강력범죄 등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다 각종 사회 갈등이 연관 검색어로 등장하는 목적지라는 점도 안타깝다.

"제주 관광에 어떤 메리트가 있냐고 물으면 선 듯 대답하기가 힘들다"고 표정이 어두워진 김 회장은 "관광수익의 선순환 구조에 대한 해답을 아직까지 찾지 못한 것이 함정"이라고 진단했다.

저비용항공사(LCC) 진입으로 제주 관광의 약점이라고 꼽히는 접근성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지만 결론적으로 혼잡도라는 불안요인을 키웠다.

경기도와 강원도 등이 DMZ관광자원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가 하면 정부 차원에서도 균형발전의 논리로 제주 외 지역의 관광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분위기도 불안하다.

당장은 여유 객실이 늘어난 것을 경계하고 있지만 대기업 계열 호텔 등에 이어 전국 단위는 물론 외국계 숙박공유플랫폼이 제주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도 경계 대상이다. 이런 흐름은 관광수익의 역외 유출 창구가 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열악한 관광서비스업 종사자의 고용 질 저하까지 파장이 크다. 1인 기업 형태로 여행사 같은 관광산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나는 것 역시 전체 제주관광시장 약화 요인으로 꼽힌다.

1962년 제주방문 관광객 집계를 시작한 이후 2년 연속 관광객이 줄어든 것이 1998년 외환위기(IMF) 때와 2017·2018년 뿐이라는 점, 관광 전반에 걸쳐 '공급 과잉'논란이 심화되고, 혼잡도와 고물가로 인한 저항이 커진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제3차 관광진흥계획(2019~2023년)을 쉽게 꺼내지 못할 상황이 됐다.

시한폭탄이 된 관광숙박시설 문제에 대해 이미 수년전부터 수급 불균형을 우려했고 적정 수준 유지를 위한 정책 연구나 제도를 도입했지만 역부족이었던 학습효과도 맞물린다.

김 회장은 "적어도 자체 상품을 기획해 팔 수 있는 구조여야 하는 데 아직까지 수도권 대형 관광업체의 종속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파급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탈피해야 제주 관광이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작업으로 관광국의 역할을 짚었다. 김 회장은 "현 상황은 물론 미래 예측과 대응 등을 총괄할 컨트롤타워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기관이나 단체별로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힘을 실어주는 등 역할을 분담하는 것 만으로도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행정과 공사에서 제주 관광 이미지마케팅을, 실제적으로 상품을 만들어 파는 비즈니스 영역은 협회나 컨벤션 뷰로 등에 맡겨야 한다는 얘기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정부 주도 관광 사업에 제주가 배제되는 상황에 대한 개선과 향토자본 활용에 대한 고민을 주문했다.

김 회장은 "정부의 측면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제주에 있어 관광을 '실적'용이 아닌 기간산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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