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 문화로 꽃 피우다9-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모범사례

유산가치 확산,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정신 접목
'사람'중심·전승체계 구축 등 다각적 접근 가능해
지속성 확보를 위한 공동체 내부 의지·노력 발현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이는 방안은 다양하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지금까지의 접근은 소극적이거나 방어적이었다. 문화적 가치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어떻게'에 대한 고민은 덜했다. 이슈 발굴을 통해 이미지를 변화하는 작업이라든가 지역 결속 수단으로 사회적 가치를 끌어내는 방법이 있지만 하지 못했다. 정통성에 치우치거나 시대 변화에 맞춘 융복합화를 허용하지 않는 한 문화유산은 박제화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모범사례'관심 어디로

지난 2017년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등재 후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제주해녀문화의 보존·활용에 있어 '생존력(viability)'과 '모범사례(Best Practice) 보급'이라는 방향성이 제시됐다.

지금까지도 유용한 주문이다.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이후 '해녀 양성'과 '콘텐츠 활용'의 균형에 치우치면서 유네스코 관점에서 정책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녀의 날' 지정 의미를 풀어 설명하면 자원순환과 환경 보호 등의 의미 부여가 가능하지만 유네스코가 인정했던 양성평등의 가치나 여성의 경제적 활동 평가에 대한 평가는 아직 더딘 상황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2017년 12월 제3차 어촌지도자 특강에서 밝혔던 "해녀 생계보장부터 문화전승까지 유네스코의 모범사례 만들겠다" 구상에 대한 실현 계획도 찾아보기 힘들다.

'모범사례'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는 의미 보다 지금까지 제주해녀문화 활용에 있어 새로운 전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타이틀 아닌 가능성 검증

유네스코는 지난 2003년 채택된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에 따라 인류의 문화다양성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중요한 원천인 무형유산 보호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09년부터는 세계 각국의 무형문화유산 보호 프로그램·프로젝트·활동 모범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것으로 '생존력'과 활용에 대한 해석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모범사례로 인정하는 경우의 수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의미 있다.

모범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17개에 불과하다.

2009년 볼리비아·칠레·페루의 아이마라족 사회의 무형문화유산 보호 시스템을 주목했다. 이어 인도네시아 페칼롱간의 바틱 박물관과 공동 수행하는 초·중·고등학교, 직업학교, 기술전문학교 학생들에 대한 바틱 무형문화유산 교육 및 훈련과 에스파냐 전통 문화 센터 푸솔 학교 박물관의 교육 프로젝트가 모범사례 인정을 받았다.

안달루시아 세비야주 모론 데 라 프론테라의 전통적 석회 제조 기술의 재활성화, 벨기에의 놀이다양성 진흥 프로그램:플랑드르 지역의 전통 놀이 보호, 브라질 판당고의 살아 있는 박물관 사업과 국가 무형유산 프로그램, 헝가리의 탄차즈 방식, 멕시코 베라크루스주 토토나카족의 원주민예술센터의 크탁스크가크겟 막그칵스틀라와나, 중국 차세대 푸젠성 인형극 예능보유자의 양성 전략, 에스파냐 생물권 보전지역의 무형문화유산 목록 작성 방법 : 몬트세니의 경험, 벨기에 '카리용 문화 보호-보전, 전승, 교류 및 인식제고' 등이 모범사례 목록에 올라 있다.

모범사례는 선정뿐만 아니라 사후관리 역시 평가 대상이다.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는지, 지역 또는 국가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는지, 그로 인한 파급 효과가 있는지를 점검하며 2013년 이후 선정 사례가 손에 꼽을 정도다.

제주해녀문화를 모범사례에 접목하려는 이유는 많은 경우 기능이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전승체계 구축에 무게를 뒀다는 점에서 찾을 있다. 특히 활용 방안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문화와 관광, 교육을 연계한 프로그램 구성이 가능하다.

뒤 이을 '청년'양성에 주목

제주해녀문화 활용을 위한 사례로 '중국 차세대 푸젠성 인형극 예능보유자 양성 전략'을 살폈다.

푸젠성 인형극은 중국을 대표하는 연행예술로 줄인형(String-pulled puppetry)과 손인형(hand puppetry)으로 이루어진다. 10세기 장저우(?州)의 취안저우(泉州)에서 시작되어 주변지역으로까지 퍼져나갔다. 역사 속에서 푸젠성 인형극은 상당한 양의 전통극과 아리아, 성악곡과 같은 노래 곡조(唱腔)를 축적했을 뿐만 아니라 정교한 기술과 독특한 연행 체계, 인형 제작을 위한 장인정신으로 발전해 왔다. 지역민들에 의해 사랑받고, 그들의 문화적 삶의 일부가 됐다. 하지만 1980년대 경제 발전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인해 사양길을 걷는다.

글로벌 경제와 문화 전파 경로가 다양화했는가 하면 기능을 익히는데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연행예술의 계승자를 키우기 힘들게 됐다.

이랬던 푸젠성 인형극이 '모범사례'인정을 받은 배경에는 '2008-2020 미래세대 훈련 전략'이 있다. 정부나 자치단체 주도가 아니라 관련 공동체, 단체, 개인들이 뜻을 모아 2006년 기획한 사업이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사업은 크게 두 가지 목적을 두고 있다. 하나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훈련을 통해 젊은 연행자들을 양성하고, 푸젠성 인형극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젊은 연행자와 향유자 집단을 대상으로 한 보호 및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푸젠 인형극의 가치를 확대하고 전승 분위기를 조성하는데서 찾을 수 있다.

환경 변화로 인한 문화 공동체의 소멸 위기, 청년 등 전승 인력 양성 필요성, 공동체 내부의 의지와 결단력 등 모범사례가 제시하는 것들은 제주해녀문화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요소와 상당 부분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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