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섬 용암의 땅, 곶자왈 탐사 13. 검은별고사리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빛나는 것이 별인데 왠 검은 별. 제주도에 자라는 식물 이름에 별고사리가 있다. 검은별고사리도 있다. 

제주도에서 가장 흔한 고사리는 어떤 종일까. 일일이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이 별고리일 듯싶다. 제주도의 저지대에 이 고사리가 없는 곳은 없을 것이다. 길가에서 흔히 보이고, 밭담주변, 야산이나 계곡의 사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이 식물이 없는 곶자왈도 없을 것이다. 곶자왈의 가운데로 난 길가, 도랑, 돌무더기나 바위틈에서도 흔히 보인다. 억새밭이나 새왓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이 이름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너무 흔해서 그런가. 너무 흔하기도 하려니와 딱히 소용이 없는 식물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사람이나 가축에게 크게 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농사에 방해가 되는 것도 아니다. 계절에 따라 모양이나 색깔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특징이 없는 양치식물도 없을 것이다. 

이런 식물이 아름답고 보배로운 이름을 얻었다. 별고사리! 뜻하지 않은 행운이란 이럴 때 쓰는 거다. 이 식물 어느 구석에 반짝반짝 빛이 나는가. 아니면 어디에 별모양이 새겨져 있나. 이 이름은 1937년에 발간한 조선식물향명집에 처음 나온다. 그런데 당시 이런 이름을 붙인 내력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연유를 알 길이 없다. 북한 사람들은 이삭고사리라고도 한다. 이 이름도 왜 붙었는지 모르지만 딱히 어울려 보이지는 않는다. 어쨌거나 이 이삭고사리라는 이름도 우리가 부르는 이름의 하나다. 

학명은 사이클로소루스 아쿠미나투스(Cyclosorus acuminatus)다. 사이클로소루스는 포막이 둥그런 모양이라는 뜻이다. 아쿠미나투스는 끝이 뾰족하다는 뜻이다. 학명의 뜻은 '잎의 끝이 뾰족하고 둥근 포막을 가진 고사리'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키는 보통 50㎝ 내외지만 80㎝까지 크게 자라는 것도 볼 수 있다. 지하줄기는 비늘조각이 드문드문 붙고 털이 나있는데 길게 옆으로 긴다. 잎 몸은 전체적으로 창날모양인데 끝부분이 갑자기 좁아져서 뾰족해진다. 이게 이 고사리가 갖고 있는 독특한 특징이다. 학명 아쿠미나투스는 바로 이 모양을 묘사한 것이다. 잎몸을 지탱하는 엽축의 양쪽으로 10~20쌍 정도의 깃모양의 우편이 난다. 잎 뒷면에 포자낭군이 달리는데 열편의 가운데에 한 줄로 배열한다. 포막을 확대해보면 작은 털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제주도의 곶자왈을 비롯한 거의 전역에 분포한다. 전남, 경남에도 자란다. 국경 넘어 일본, 중국, 타이완, 필리핀 등에 분포한다. 아주 넓은 지역에 흩어져 자라지만 추운 지방으로는 퍼져나가지 못한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따뜻한 지방에만 분포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제주도보다 북쪽에는 분포하지 않는다. 

식물학적으로는 별고사리와 유사하지만 생태적으로나 형태적으로 상당히 차이가 많은 또 다른 고사리가 있다. 검은별고사리다. 이 종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국내에서 김녕리 해안뿐이다. 필자는 이 종의 실체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발표를 미루다가 2002년에야 비로소 문명옥박사 등과 공동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 종은 독특하게도 수생식물이다. 별고사리보다는 훨씬 크게 자란다. 별고사리가 비스듬히 자라는데 비해서 이 종은 뻣뻣하게 곧추선다. 지하줄기는 직경이 5㎜ 이상 굵고 비늘조각이나 털이 없이 옆으로 길게 벋는다. 잎자루는 녹색이었다가 점차 갈색으로 변하는데 밑으로 갈수록 검은색이 진해진다. 잎몸은 창날모양이며, 깃털처럼 깊게 갈라진다. 

학명은 사이클로소루스 인터룹투스(Cyclorus interruptus)이다. 인터룹투스는 선처럼 길게 이어지다가 중간 중간 어떤 원인으로 끊긴다는 의미다. 포자낭이 잎 조각 가장자리를 따라 지그재그 또는 v자 모양으로 배열하면서 중간에 규칙적으로 끊기는 듯 이어지는 모양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유라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대륙 등 세계 4대륙 열대에서 아열대까지 널리 분포한다. 

검은별고사리 발견 250년

신대륙에서는 멕시코에서 아르헨티나에 이르는 지역에 분포한다. 구대륙에서는 인도, 중국,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남아프리카에 분포한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를 포함한 오세아니아, 하와이를 포함하는 태평양의 여러 섬에도 분포한다. 이러한 수많은 집단들은 유전학적, 형태학적으로 조금씩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자라는 곳은 모두 민물습지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 김녕에 자라는 집단은 이 넓은 세상에 흩어져 있는 집단 중 어느 집단의 일파일까를 연구한다면 새로운 학술적 성과가 될 것이다. 

검은별고사리가 처음 알려진 것은 1770년경이다. 탐험가면서 항해가인 제임스 쿡은 영국의 해군과 왕립탐험학회와 합동으로 1768년부터 1771년까지 남태평양제도를 처음 탐험했다. 보통 쿡 선장으로 불린다. 이 당시 탐험에 동원된 배가 엔데버호(HMS Endeavour)였는데 그 배에는 2명의 박물학자가 타고 있었다. 잉글랜드 출신의 조섭 뱅크(Sir Joseph Banks, 1743~1820)와 스웨덴 출신의 다니엘 솔란더(Daniel  Solander, 1733~1782)였다. 이들은 가는데 마다 동식물을 채집했는데 당시 시드니 인근에서 이 식물을 채집했다고 한다. 그러니 이제 첫 채집 후 250년이나 되었고, 제주도에서 발견된 것은 그만큼의 세월이 지난 후라 할 수 있다.    

그 후 제임스 쿡은 1772년 남극권까지 들어가게 됐으며, 1776년에는 북태평양 탐험을 떠나 베링 해협을 지나 북빙양에 도달했다. 그의 탐험으로 태평양의 많은 섬들의 위치와 명칭이 결정되고 현재와 거의 같은 태평양지도가 만들어졌다.

유럽은 18세기 대항해시대를 열었다. 200여 년이 흐른 지금 중국은 달의 뒷면에, 일본은 소행성에 도달했다. 우리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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