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 문화로 꽃 피우다13-인상 다홍파오

우이산 '차'재배 역사·기술 내용 마케팅 목적 담아
전문예술학교 등 인적자원 양성 지역민 고용효과
다홍파오 공연 후 인지도 급상승 파급·선순환 커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화유산이 즐비한 중국 항저우에서 빠뜨리면 안 되는 코스가 둘 있다. 하나는 '인상 서호(印象 西湖)'고, 또 다른 하나는 '송성가무쇼'(宋城歌舞表演)다. 오직 항저우에서만 만날 수 있는 문화상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2007년 6월 초연 이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인 '서호'를 지역 전설과 지역주민이 어우러진 대형 야외무대로 바꾸는 시도로 단숨에 '문화 경쟁력'의 상징이 됐다.

푸젠(복건)성의 '인상 다홍파오(印象 大袍)'는 지역 특산물을 문화와 연계하는 것으로 제주에 가능성을 던진다.

△ '지역의 것'으로 살 길 찾다

인상 다홍파오는 우이산(武夷山)의 절경을 한곳에 옮겨놓은 듯한 '구곡계(九曲溪)'를 아홉 번 굽이쳐 돌아 나오는 샛강이 큰 강과 만나는 곳에서 약 80분간 펼쳐진다. 이 공연은 우이산시는 물론, 중국이 자랑하는 볼거리 중 하나다.

지역 특산품인 '차(茶)'를 주제로 하는 것으로 다른 인상 시리즈와 차이가 있다. 공연도 차와 관련된 지역의 전통문화와 더불어, 차를 벗어나 살 수 없었던 지역민들의 애환이 담았다.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 전설 등이 아닌 지역 특산품에 엄청난 비용을 투자했다는 것으로도 이목을 끈다.

현재 회당 입장료는 218위안(원화 4만원 상당)으로 관객의 95%가 중국인이다. 경제 사정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 월급이 1500~2000위안인 중국 현지 사정을 감안하면, 공연을 보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 부담은 적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총감독이 장이머우란 사실 외에 공연의 완성도를 위해 기획단계에서부터 세밀하고 철저한 준비가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은 중국 정부와 우이산시의 적극적인 의지가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2009년 7월 시작된 이 공연을 위해 투자된 비용은 모두 1억 8000만 위안(원화 300억원 상당)에 이른다. 공공투자 부문에 6000만 위안(원화 100억원 상당), 민자 부문인 무대시설 및 배우와 스태프 등에 1억2000만위안(원화 200억원 상당)이 투자됐다.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지역특산품을 홍보하기 위해 기획단계에서 1억8000만 위안(300억원 상당)을 투자하는 발상은 전무후무하다.

우이산 인상다홍파오문화여유유한공사 관계자는 "현재까지 공연을 알리기 위한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다.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내국인들만 해도 적자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투자한 비용을 회수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았다.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수요층은 충분하므로 '얼마나 투자할 것인가'란 고민에 앞서, 완성도에 치중하면서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집중한 결과다.

△공연 전후 이미지 전환

인상 다홍파오가 무대에 올려지기 까지 상당한 준비기간이 소요됐다. 공연에 필수적인 배우와 스태프 등의 선발을 우이산시에 거주하는 주민들로 구성하는 것은 물론, 실경을 무대로 활용하기 위한 토목공사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민자를 담당한 인상다홍파오문화여유유한공사는 2006~2008년 3년간 공연장 시설공사에 주력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인상 다홍파오 극장은 '세계 최대'타이틀을 거머쥔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360도 회전식 관람석을 갖췄고, 세계 제일의 '산수환경 극장'으로 공인받았다.

또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지역민을 선발한 뒤 이들을 전문적인 배우와 스태프로 육성시키기 위해 2008년 말 전문예술학교를 세웠다. 여기서 배출된 배우와 스태프는 380여명으로 이 가운데 80%가 우이산시에 거주하는 지역민들이다.

이 같은 노력은 우이산에 대한 이미지도 바꿨다. 지금까지 우이산의 풍광에 감탄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놓치면 후회할 문화 공연을 기억에 남기고 있다.

단순히 '지역특산물'을 알리는 작업만으로는 해석하기 힘들다. 

다홍파오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이산에서 생산되며, 1997년 제1회 중국 명차 박람회에서 금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각종 차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휩쓴 명차다. 전통 다홍파오 차 제조법은 2005년 중국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하지만 차 종류가 늘어나고 시장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다홍파오를 찾는 사람들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인상 다홍파오는 다른 공연과 달리 차를 알리고자 하는 마케팅 목적을 분명히 하면서 공연의 절반 이상을 대홍포의 유래와 차를 만드는 과정, 차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 문화공연·지역산업 시너지 효과

현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수요 부족으로 2010년 초 만 해도 ㎏당 소매 가격이 600~1000위안에 불과했던 다홍파오는 '인상 다홍파오'공연 후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여기에 희소성을 노린 투기자금도 대거 유입되면서 가격이 두 세배 급등했다.

우이산시 차 재배 농가 면적은 9300㏊, 연간 생산량은 6200t 이다. 시가로 15억5000만 위안 어치다. 이 지역에 1800개의 차 제조기업이 등록돼 있고 관련 업종에만 8만 명이 고용돼 있다. 

이 지역 시민들의 1인당 소득은 2012년 기준 2486위안으로 2009년에 비해 78% 증가했다. 이런 상황은 현재형이다.

2018년 기준 우이산 우롱차 가격은 ㎏당 12만5000위안으로 1년 전 10만8000위안 보다 20% 가량 올랐다. 우롱차의 가격은 지난 십 수년 간 연간 10%가량 꾸준히 증가했지만 최근 1년 사이 상승폭이 더 가팔라졌다. 가격 상승 덕에 차 재배 농가는 소득 증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차 재배를 해온 농가들 중에는 찻잎 판매 단가가 높아지면서 연소득 800만 위안(13억원)을 기록한 농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것은 고스란히 지역 자부심으로 이어졌다. '우이산'과 '다홍파오'란 브랜드가 지역에 미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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