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제주한라병원·제주근로자건강센터 공동기획 근로자 건강지킴이 '로하스 프로젝트' 23. 만성 경막하 출혈

경련·마비·의식저하 증상 보일 때 신속히 병원 진료
치료 간단하나 재발율 높아 오랜기간 방치 후유증도

B할머니(72)는 어느 날 아침 일어났을 때 왼쪽 팔이 잘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남편을 부르러 침대를 내려오는데 다리마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며칠 동안 머리가 아프더니, 중풍에 걸렸구나"라고 생각한 할머니는 신속히 119를 통해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MRI 검사를 받은 후 신경외과 의사가 최근 한달 사이에 머리를 다친 적이 있는지 묻자, B할머니는 한달쯤 전 방문에 머리를 부딪힌 일을 기억해냈다. 최근 며칠동안 머리 통증은 있었으나, 한달 전 머리를 부딪힌 사실은 사고 다음날부터 두통이 사라져 잊어버렸던 것이다. B할머니는 머리에 관을 넣는 간단한 수술을 받은 후 그날 오후부터 두통도 좋아지고, 마비도 빠른 속도로 풀려 일주일 뒤 퇴원할 수 있었다.

급성 경막하 출혈과 구분

두통, 어지럼증, 마비 증상이 있으면 누구나 뇌경색을 의심한다. 이런 증상이 모두 뇌경색은 아니지만 뇌경색은 골든타임이 중요하므로 먼저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증상의 환자중 적지 않은 수는 '만성 경막하 출혈'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몇몇 특이한 혈관 질환이나 머리 수술을 받았다거나 하는 상황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만성 경막하 출혈은 외상으로 생긴다.

경막하 출혈에서 경막하 라는 말은 경막의 아래 라는 뜻인데, 경막이란 두개골 안쪽에서 뇌를 둘러싸 보호하고 있는 단단하고 질긴 막을 의미한다.

경막하 출혈이란 뇌와 경막 사이에 출혈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머리를 크게 다치면 뇌와 경막을 연결하는 정맥이 찢어져 발생한다.

그래서 환자는 머리를 다친 이후 곧바로 심한 두통이 발생하거나, 의식이 나빠지는 등 신경학적 증상이 생겨 응급실을 찾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를 급성 경막하 출혈이라고 한다.

급성 경막하 출혈은 혈관이 찢어졌으므로 갑자기 많은 양의 뇌출혈이 생기고, 즉각적으로 뇌를 압박해 환자를 혼수상태에 빠뜨리곤 한다.

반면 만성 경막하 출혈은 이와는 다르다. 우리가 어딘가를 부딪히면 빨갛게 부으며 충혈되는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상처받은 조직을 치료하기 위해 염증반응이 일어나며 피가 몰려서 생기는 현상이다.

뇌에도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데, 머리를 다친 후 경막에 타박상이 생기면 이곳에 염증반응이 생기며 충혈된다. 이때 다친 곳을 치료하기 위해 갑자기 몰린 혈관들은 정상혈관에 비해서 약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에 걸쳐 찔끔찔끔 피가새어 나오는 것이다.

진단은 뇌 CT나 MRI 촬영으로 할 수 있다.

약을 먹어도 잘 조절되지 않는 두통이나, 사지의 마비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경우 대부분 이 둘중의 한가지 검사를 하게 되므로, 병원에 오면 진단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 다만 증상 자체가 서서히 진행하고 모호한 경우가 많아 병원에 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일반적인 신경성 두통과 비교한다면, 만성 경막하 출혈의 두통은 아주 심했다 좋아졌다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지속적으로 점차 심해지는 두통의 양상을 보인다.

급성 뇌출혈과의 차이라면 두통의 시작이 갑작스럽게 시작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만성 경막하 출혈은 응급한 치료를 요하지는 않으나, 마비 증상이나, 의식이 나빠지는 등의 증상이 보이는 경우에는 상당히 진행한 것이므로 서둘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노인에게 재발 경향 높아

만성 경막하 출혈은 그 양이 적을 때에는 지혈제 등 약물 치료를 하며 저절로 흡수돼 없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 있으나, 양이 점차 늘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이때 출혈된 피는 액체 상태로 녹아있기 때문에 두개골에 작은 구멍을 내 도관을 넣어 고인피를 빼내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갑자기 많은 양이 흘러나와 선지와 같이 굳어져 있는 급성 경막하 출혈의 수술을 위해서는 두개골을 크게 절제하고 혈종을 걷어내야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수술을 받으면 두통이나 마비 증상은 대부분 호전된다.

다만 만성 경막하 출혈은 특히 노인의 경우 재발하는 경향이 있는데, 수술 후 도관을 제거한 후에도 상당기간 지혈제와 항경련제를 복용해야 한다.

그런데 만성 경막하 출혈이 노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것을 감안할 때 지혈제의 사용은 재발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나, 심장질환이나 뇌혈관 질환이 동반돼 아스피린이나 와파린 같은 항혈전제나 항응고제를 사용해야 하는 환자에게는 기존 약물과 충돌해 곤란한 상황이 있다.

이러한 경우 선택적으로 출혈의 원인이 될 것으로 여겨지는 뇌혈관을 혈관 내에서 막아버리는 혈관 색전술도 시행한다.

만성 경막하 출혈은 제대로 진단만 되면 비교적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재발율이 높은 편이고, 무엇보다 증상이 급작스럽지 않아 병원을 늦게 찾는 경향이 있다.

백진욱 제주한라병원 신경외과 과장

뇌혈관 질환들에 비해 응급을 요하지는 않지만 오랜 기간 방치해서 경련을 하거나 마비가 오랫동안 지속된 경우에는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다. 머리에 가벼운 부상을 입은 후라도 보름 정도 후부터 예전에 없던 두통이 생기고 있다면 의사를 만나 진찰을 받아보는 것을 권한다.

※ 도움말=백진욱 제주한라병원 신경외과 과장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감정노동근로자 직무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최근 언론에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smile mask syndrome) 이라는 용어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증후군은 겉으로 웃고는 있지만 마음속은 우울한 상태로 '가면 우울증'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근로자가 조직의 목표달성을 위해 자신의 감정 표현을 억제하고 회사에서 요구하는 감정과 표현으로 고객응대 업무를 하는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나타난다.

이같은 '감정노동근로자'들은 상당한 수준의 피로감과 직무 스트레스를 느끼며, 제대로 해소하지 않으면 개인의 성과와 조직의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스트레스는 우울증, 신경과민, 불안, 자존감 저하 등의 정신건강 문제를 초래해 근로자의 전반적인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감정노동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지원 프로그램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기는 하나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근로자가 제한돼 있는 등 운영이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제주근로자건강센터는 '우리회사 주치의 협약'을 신청한 사업장 중 콜센터, 호텔 등 서비스업 관련 사업장을 집중 관리 대상으로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해 해당 근로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직무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적용 사례로 '우리회사 주치의' 협약 사업장인 모 콜센터의 신청을 받아 직무스트레스 예방 관리 프로그램의 수요도, 희망 교육 내용 등을 파악했다.

근로자 120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수준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고 이중 잠재적인 스트레스군과 고위험 스트레스군 12명을 대상으로 '직무스트레스 예방 집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프로그램은 2시간씩 8회로, 스트레스에 대한 이론 교육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힐링스트레칭 ' '음악명상 자화상 그리기' 등으로 구성했다.

대상 근로자들은 여러 가지 심리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직무스트레스 수준을 파악하고, 심리적 긴장감을 해소하며, 부정적인 정서를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표출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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