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과 크기가 마치 콩 조각 같다. 색깔만 진한 녹색을 띨 뿐이다. 나무 등걸이나 바위, 돌무더기, 돌담에도 다닥다닥 붙는다.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도 검은 색깔이 진한 뿌리가 보인다. 좀 더 자세히 보면 덩굴 같은 것이 보인다. 표면에는 갈색의 비늘이 붙어 있다. 굵기가 불과 1㎜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가느다란 줄기다. 이게 바위나 나무 등걸에 달라붙는다. 이 식물이 없는 곶자왈은 없다. 콩짜개덩굴이다. 이처럼 땅에 뿌리를 박고 살지 않고 다른 물체에 달라붙어 사는 식물을 착생식물이라고 한다. 좁은 의미에서는 식물의 표면에 붙어 자라는 식물만을 지칭하기도 한다. 

콩짜개덩굴은 고란초과에 속하는 양치식물이다. 콩짜개고사리, 콩조각고사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학명은 레마필름 미크로필름(Lemmaphyllum microphyllum)이다. 레마필름이란 '판막처럼 생긴 잎'의 뜻이고 미크로필름은 '작은 잎을 가진'의 뜻이다. 

잎은 2가지다. 하나는 영양잎이고 또 하나는 포자잎이다. 영양잎은 잎자루의 길이가 4㎜ 이하로 짧고 잎몸은 원형이거나 넓은 타원형이다. 길이와 너비가 각각 1~2㎝인데 대체로 너비에 비해서 길이가 다소 길다. 다육식물처럼 두툼하고 겉이 반짝인다. 이건 아무래도 착생식물이라 건조에 견디기 위해 수분을 많이 보유하고 증산을 억제하기 위해 큐티클층이 발달한 때문일 것이다.   

포자잎은 너비가 3-4㎜인데 비하여 길이는 2㎝를 넘는다. 뒷면에는 어두운 갈색의 비늘조각이 있다. 이 포자잎의 뒷면에는 포자낭군이 전면에 퍼져있다. 제주도에는 아주 흔한 식물이지만 육지부에는 드물다. 전남북과 남해안 도서지방에 분포할 뿐이다.  

곶자왈에서 만난 사람들 열이면 아홉이 이게 콩란이냐고 물었었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정보가 넘쳐서 그렇게 묻는 사람은 별로 없다. 또 한 가지 단골 질문은 이 식물이 착생한 식물에는 해가 없느냐는 것이다. 

콩란이란 콩짜개란을 말하는 것이다. 덩굴난초 또는 콩짜개난이라고도 한다. 이름이 아주 비슷하기도 하려니와 모양도 비슷하다. 그다지 관상 가치는 없어 보이지만 난초라면 맥을 못 추는 사람들에게는 인기가 있어서 무차별적으로 채취하기 때문에 수난을 당하고 있다. 제주도와 남해안 도서지방에 드물게 자란다. 

콩짜개란과 같은 속 식물이면서 외모가 아주 유사한 식물로 혹난초가 있다. 보리난초, 혹란초라고도 한다. 이 종은 더욱 드물어서 제주도의 곶자왈과 서귀포의 울창한 상록수림에 간혹 관찰되는 정도다. 콩짜개란과 유사하지만 잎의 밑 부분에 혹이 있다. 마치 보리쌀처럼 생겼지만 그보다는 크다. 

콩짜개덩굴과 이들 콩짜개란 혹은 혹난초간 구분은 알고 나면 아주 쉽다. 우선 콩짜개덩굴은 양치식물이므로 포자로 번식하는 식물이다. 그런데 콩짜개덩굴은 양치식물 중에서도 영양잎과 포자잎이 따로 되어 있다. 이 두 가지 잎은 기능에서만 다른 것이 아니라 모양과 크기에서도 다르다. 이렇게 두 가지 형태의 잎을 가졌다면 콩짜개덩굴이다. 그리고 포자잎은 거의 연중 달려 있는데 잎 뒷면에 갈색의 포장낭군이 가득 달려 있어서 선명하게 보인다. 

그 외에도 다른 점은 또 있다. 콩짜개덩굴은 줄기는 물론 포자잎의 뒷면에도 비늘이 붙어 있다. 이건 양치식물의 특징의 하나다. 그러나 콩짜개란은 결코 이런 비늘이 달리는 법이 없다. 이건 난초과 식물의 특성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뚜렷한 특징은 콩짜개덩굴의 뿌리는 가늘고 여러 갈래로 갈라지만 콩짜개란은 한번 나오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 줄기로 자란다. 또한 흰색을 띠며 다소 굵고 털이 없다는 것이다. 

신비로운 착생식물의 세계

착생식물은 다른 물체의 표면에 붙어 자라며 공기, 비, 물(해양 환경에서) 또는 그 주위에 쌓인 부스러기에서 수분과 영양분을 섭취하는 식물이다. 착생식물은 생태계의 영양순환에 참여하고 다른 생물과 마찬가지로 살고 있는 생태계의 다양성과 생물량 모두에 기여한다. 그들은 많은 종들에 중요한 영양의 원천이 된다. 일반적으로 나무의 경우 오래된 부분일수록 착생식물이 많이 붙어 자란다. 착생식물들은 물리적인 지지를 위해 다른 식물에서 자라며, 숙주식물 엄밀히 말하면 기대는 식물에 반드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생식물과 다르다. 

착생식물은 대개 온대에선 많은 종류의 이끼류, 지의류, 기타 조류 등이, 열대 지방에서는 많은 종류의 양치식물, 선인장류, 난초 및 파인애플 종류들이다. 가장 잘 알려진 착생식물은 이끼, 난초, 파인애플류들이지만 식물계의 거의 모든 주요 그룹에서 발견된다. 육상 착생식물 종의 약 89%(약 2만4000종)가 현화식물이다. 두 번째로 큰 그룹은 약 2800종(착생식물의 10%)을 갖는 양치식물이다. 실제로, 양치식물의 약 1/3은 착생식물로 파악되고 있다. 세 번째로 큰 그룹은 190종의 석송식물, 그 다음으로는  뱀톱류 및 마황식물 등이다. 

착생식물은 토양에 연결되어 있지 않으므로 안개, 이슬, 비와 같은 다른 원천에서 영양분을 얻는다. 또는 땅에 뿌리가 있는 식물에서 방출되는 영양분을 얻거나 질소고정을 해야 한다. 수관이 높은 숙주에 부착된 착생식물은 빛이 적고 초식동물이 더 활동적 일 수 있는 땅에서만 자라는 초본보다 생존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생태적으로 착생식물은 동물, 균류, 박테리아 및 점균류를 포함한 여타의 생물들에게 풍부하고 다양한 서식지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특정 개구리 종류와 일부의 절지동물과 같은 물 상태가 있어야 생존 가능한 동물들에게 서식처로서 중요한 기능을 갖는다. 드물게 착생식물은 물을 보유하고, 많지 않은 빗물을 땅까지 내려가지 않게 함으로써 숙주와 생태계의 미소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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