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란 도민기자

민주적인 사회란 '출신, 성 정체성, 성적 지향, 장애 유무, 나이, 직위 등 어떤 이유로도 자유와 권리가 제한당하지 않는 사회'라고 배워왔다. 70~80년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피흘렸던 수많은 학생 열사들을 키워냈던 대학은 앞으로도 민주 시민을 길러내야 하기에 마땅히 사회에서 가장 민주적인 곳이어야 한다. 

인터넷 검색창에 '서울대'라고만 적어도 부끄러운 사건들이 줄줄이 뜬다. 현재 학생들이 소리 높여 파면을 외치는 서문과 A교수사건 이외에도 사회학과 H교수, 수의대 H교수, 의대의 B교수, 자연대 K교수 등의 수많은 사례가 현재 서울대학교의 온상이다. 한 나라의 최고 교육기관이라 할 수 있는 서울대학교의 현실이 이러하다. 

서울대학교 현재 학생들이 소리 높여 파면을 요구하는 A교수는 학생을 대상으로 3차례에 걸쳐 성폭력을 저지르고 수많은 대학원생들에게 번역 강요, 사생활 침해 등의 '갑질'을 저질렀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인권센터는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음에도 A교수에게 고작 정직 3개월을 권고했다. 이 사건은 지난 2월에 처음으로 공론화됐으며 인문대 학생회는 집회, 단식농성, 총회 등을 이어오며 꾸준히 학교에 A교수 파면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 있었던 인문대 학생총회에서는 300명의 인문대 학생들이, 5월에 있었던 전체학생총회에서는 1800명의 서울대 학생들이 모여 대학본부에 A교수 파면을 요구했다. 인문대 학생회장 이수빈과, 서어서문학과?어울반 학생회장 신유림, A교수 사건대응을 위한 특별위원장 윤민정은 지난 4월 3일부터 도합 26일간 단식 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A교수 사건의 피해자 김 실비아는 학교 차원에서 당연히 해결될 줄 알았던 사건이 4개월 간 아무런 결과도 내지 못하자 이에 분노하며 A교수를 직접 고소하기 위해 6월 중순 미국에서 귀국했다. 

학생들의 요구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성폭력·갑질을 저지른 서어서문학과 A교수를 파면하라는 것이며 둘째는 이러한 사건들이 반복되는 이유를 규명하고, 제도적인 개선을 이뤄내라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러한 사건들이 반복되는 이유가 비민주적 징계규정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학교측은 '정직 3개월'이 아니면 '해임'을 선고해야하는데 해임이 너무 강한 조치이기에 선고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핵심적인 문제는 서울대 교원징계과정이 '비민주적'이라는 것이다. 학교가 구성하는 교원징계위원회는 구성부터 회의 내용, 판결 근거까지 모두 공개하지 않는다. 판사는 자신의 작성한 판결문을 공개하고 이는 민주사회에서 '판례'로서 기능하고 때때로 대중의 견제를 받으며 법치 국가를 실현시킨다. 그러나 학교는 학생들이 최소한의 판단 근거라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성폭력을 저지른 수의대의 H교수는 3개월의 정직 기간 후 복귀해 강단에 다시 서고 있다. 그를 비호해준 수의대의 다른 교수들은 그가 '한 가정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용서하고 수업 듣고 졸업하면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팔이 안쪽으로 굽는' 교수사회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학생 참여 없는 비민주적인 교원징계규정은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해 준다. 서울대에서 권력형 성폭력·갑질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서울대학교 이수빈 인문대학생회장은 "학생들은 약하다. 우리의 목소리는 약하다. 그러나 우리는 연대할 줄 알고, 함께 부당한 것에 항의할 줄 안다. 지금까지 어려운 길을 걸어 왔다. 나는 학생들의 연대를 믿는다. 우리는 결국 공고하던 구조를 깨트릴 것이고, 민주적인 대학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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