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넉줄고사리과인 줄 알고 있다가 지금은 줄고사리과로 소속이 분리된 줄고사리라는 양치식물이 있다. 줄고사리 종류들은 전 세계에 20종 정도가 알려져 있는데 동남아시아, 네팔, 인도, 아프리카, 남북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등 열대지역에 널리 분포한다. 중국에는 5종이 있고, 일본에는 3종이 있는데 한국에는 1종만이 있다. 이 종은 필자가 제주도 서부지역의 동굴입구에 자라는 것들을 발견했는데 2005년 문명옥박사 등과 함께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줄고사리라고 부르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아주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잎의 모양이 마치 칼을 세워 놓은 모양을 연상시킨다고 직립 칼 고사리, 칼 고사리 중 덩이줄기가 생긴다고 해서 덩이뿌리 칼 고사리, 잎의 모양이 생선의 등뼈를 닮았다고 해서 생산 등뼈 고사리 등으로 불린다. 일본에서는 구슬고사리라고 부르고 있다. 중국에서는 콩팥고사리라고 한다. 사실 이 식물의 학명은 네프로레피스 코르디폴리아(Nephrolepis cordifolia)인데 네프로레피스는 '콩팥'을, 코르디폴리아는 '심장을 닮은 잎을 가진'의 뜻이다.    

이 종은 독특하게도 다른 나무에 붙어 자라는 착생식물의 특성이 강한데 한편 땅속에 뿌리줄기를 고착하여 사는 지생식물의 특성도 함께 갖는다. 어떤 경우에는 바위위에서도 잘 자라는 것이 보고되어 있기도 하다. 제주도에서 돌담 밑에 번식하거나 혹은 화분에 심은 것들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이외 지역에서 자생하는 것이 발견된 바는 없다. 

키는 보통 50㎝ 정도 되는데 잘 자란 것은 80㎝에 달하기도 한다. 뿌리줄기는 짧은데 기는줄기가 단단하고 길게 나온다. 양치식물이기 때문에 당연히 포자번식을 한다. 다른 일부의 양치식물들처럼 지하줄기로도 번식한다. 그런데 이 종은 또 다른 번식기술을 가지고 있다. 기는줄기를 통한 번식이다. 이런 번식방법은 딸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식물계에서는 비교적 흔한 방법이긴 하다. 무엇보다도 이 식물에서 독특한 번식방법으로 마치 감자 같은 덩이줄기를 만든다는 점이다. 이 덩이줄기는 번식의 기능이 크지만 수분을 저장하는 기능도 갖는 것으로 보인다.

꽃피는 식물에서는 감자, 토란, 돼지감자처럼 간혹 이런 덩이줄기를 갖는 경우가 있지만 아마도 덩이줄기를 갖는 양치식물은 이 경우가 유일한 사례일 것이다. 그러니 이 종은 포자로, 기는줄기로, 지하줄기로, 덩이줄기로 번식을 하는 유일한 양치식물로서 따뜻한 곳이라면 그 번식속도가 엄청날 뿐만 아니라 생존능력도 뛰어나다. 특히 덩이줄기는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죽지 않고 남아 있으면 언젠가 다시 발아하여 새로운 개체로 생장하기 때문에 다른 종에 비해 더욱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엄청난 능력 때문에 세계 여러 곳에서 잡초로 악명을 날리고 있기도 하다.

이 식물에서 눈이 가는 곳은 단연 덩이줄기다. 마치 작은 감자 같다. 이걸 감자처럼 먹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양치식물을 날것으로 먹는 사례는 없었다. 그러나 이 종에 대해서만은 예외일 것 같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네팔 사람들은 이 덩이줄기를 날것으로 또는 구워 먹기도 한다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해서 잘 먹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걸 먹기도 하고, 즙을 내어 열, 소화불량, 두통, 기침, 감기, 혈뇨를 치료하기 위해 복용하기도 한다. 그 외로도 식물 전체를  신장, 간, 피부 질환을 치료하는데 사용한다. 

이 덩이줄기를 분석해 본 결과 전체의 95.27%로 대부분은 수분이었다. 그 외로는 지방, 탄수화물, 칼슘이 비교적 많이 함유되어 있는 반면, 단백질은 뿌리줄기에서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치식물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습성을 가진 줄고사리, 내가 이름을 지었다면 감자고사리라고 했을 것이다. 

덩이줄기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줄기라는 말을 많이 쓰게 된다. 그래도 줄기란 종자식물과 양치식물처럼 관다발식물 또는 관속식물에만 존재한다. 이들 포자체에서 뿌리와 함께 주요 영양기관 중의 하나를 구성한다. 축 모양 구조로 되어 있는데 극성을 가진다. 여기에 잎, 싹, 생식기관이 측 방향으로 달린다.

조류나 이끼류에는 아직 줄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발달한 축 모양 구조가 분화하지 않았다. 경정 또는 정단은  보통, 줄기의 선단에 있어 활발한 분열조직으로 이루어지는데, 주축을 따라 계속 앞으로만 세포를 외생적으로 증식함으로써 새로운 줄기와 잎을 형성한다. 이건 줄기의 아주 특이한 성질이다. 

경정에서 멀어짐에 따라 기본조직계, 관다발계가 확립되고, 물질통로, 개체의 증대, 식물체의 지지 등 완성된 줄기로서의 기능을 다하게 한다. 

그런데 이 줄기라는 것이 나무의 줄기처럼 대형이면서 하늘을 향해 곧추 서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뿌리줄기, 덩이줄기, 덩굴손줄기, 기는줄기, 비늘줄기, 잎줄기, 둥근줄기 등 구조와 형태가 조금씩 다른 여러 종류가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 덩이줄기는 전문용어로는 투버(tuber)라고 한다. 감자나 뚱딴지에서 보는 지하줄기의 일부분이 비대생장을 하고 그곳에 다량의 저장물질을 축적한 특수한 기관을 말한다. 주로 지상부가 매년 고사하는 초본에서 보이는 월동휴면기관이다. 대부분 영양기관을 동반하기 때문에 여러 조각으로 잘리더라도 싹이 있으면 새로운 개체로 자랄 수 있다. 

줄고사리에서 보는 덩이줄기는 양치식물에서 유일한 사례다. 그러므로 피자식물에서 나타나는 덩이줄기와는 발생학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다. 이름도 스켈리 투버(scaly tuber)라고 하는데 비늘덩이줄기라는 뜻이다. 덩이줄기 종단면사진에서도 표면에 비늘이 많이 덮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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