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 문화로 꽃 피우다19 -제주해녀문화의 선택과 과제③

정보 부재 마찰 여전 소통 확대 통해 '합의점'찾아야
문화유산 접근 경험 바탕 지역별 다양성·특성화 요구
'창의계급', 주변 공동체 참여 유도로 문화적 협력 모색

한여름 태양이 작렬하는 시기, 마을어장 근처 해안은 그 어느때 보다 뜨거워진다. 산란기에 맞춰 뿔소라를 보호하는 금채기와 여름 휴가철이 맞물리며 '바다'를 놓고 곳곳에서 마찰이 인다. 해녀들 입장에서는 한해 농사와 직결된 만큼 과할 정도로 예민하게 살피고, 바다가 좋은 도민과 관광객들은 '언제부터 바다에 주인이 있었냐'고 항의한다. 제주특별자치도 차원에서 홍보를 한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해녀들을 대상으로 금채기를 지키지 않았을 때의 처벌 조항 같은 것을 강조할 뿐이다. '이 시기 제주바다에서는 조심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알림만 있어도 줄어들 일이다.

△ 관심 높아진 만큼 제약 많아져

제주해녀문화를 제주미래경쟁력으로 활용하자는 논의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해녀의 정체성부터 바로 하자는 주문도 여전하다. 해녀 양성을 위한 고민도 이어진다.

고령 해녀 관리에 이어 가짜 해녀 문제가 터진 것은 어쩌면 제주해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일지도 모른다. 해녀 합창단이 전부였던 해녀문화콘텐츠지원사업이 확장 기미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문화유산 창의산업 분야는 특히 지역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며 그와 함께 지역별 다양성과 특성화를 요구한다. 적어도 이런 창의산업이 지역의 정체성 형성에 이바지한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그에 걸맞는 장소는 중요한 성공 요소라는 것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문화유산 활용에 있어 현대 사회의 변화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성비' '가심비'의 개념이 단순히 소비 시장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화유산 전문기관들은 경험적 가치를 현장에서 또는 온라인 상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을 주문한다.

문화유산 현장을 단순히 여가를 즐기는 장소로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유산과 방문객들 사이에 새로운 소통 방식을 찾아 더 풍부한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축적한 경험적 가치를 서로 나누는 것은 '이미 검증된 것'이란 의미 부여를 통해 신뢰도를 높인다, 또 '다음'이라는 기회를 부여한다.

베트남 나무인형극

△ 교육 자체를 '상품'으로

베트남 수상인형극은 이런 점에서 교훈이 된다. 지역성과 독창성을 가지고 있지만 적절한 관리는 물론 경험적 가치를 끌어낼 인프라 구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활용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전승체계 구축은 물론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주문하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경제적 효과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아쉽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이다.

창의경제의 변화를 유도하는 핵심 요인은 창의력을 갖춘 인력의 집합체로서 이들을 창의 계급이라는 새로운 사회 계층의 등장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창의계급은 새로운 가치관, 업무 스타일,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창의성의 공급자로서 기술자, 예술가, 크리에이터, 매니저, 전문가 등을 포함한다.

문화와 예술 교육을 통하여 창의성을 계발하고, 문화창의산업을 이끌어갈 창의인력을 육성하기 위하여 문화 교육은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문화예술교육은 다음 세대에 문화적으로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일찍 재능을 키울 수 있도록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기회로 활용 가능하다.

다음세대를 대표하는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지역의 역사와 전통과 문화를 바르게 인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독특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은 박물관 하나를 짓는 것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다.

푸젠셍 인형극

문화유산 교육은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가르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교육 자체가 문화콘텐츠상품이 될 수 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모범사례인 '후세대 푸젠 인형극 실연자 육성 계획'은 전체의 60% 이상이 '교육'과 연관돼 있다. 전승자를 키우는 교육에 한정하기 보다 관람자 등 전승자를 위한 배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전승 의지를 끌어내는 것으로 '교육'개념을 확장했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긍지를 느끼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유산들이 국가 역사와 어떻게 연관되고 또 세계사적 차원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인식의 확대와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도록 한 적절한 예다.

여러 사례가 그렇듯 이런 작업 역시 지역 차원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

문화창의산업은 문화예술 분야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콘텐츠와 기술이 결합된 형태로 고부가가치를 생산해내는 것이다. 문화유산은 그동안 문화창의산업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었지만 문화유산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매우 제한된 영역에 머물고 있었다. '살아있는 문화유산'이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부정적으로 작용할지는 시도해보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앞으로 문화유산 활용은 지원 중심의 소모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역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 재생, 문화유산의 원천 가치를 활용하는 문화유산 산업을 활성화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앞으로의 연구는 '해녀문화'의 유산적 가치를 현재적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 모색과 단순한 부의 창출이 아니라 환경적으로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발전 전략을 구상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해녀·해녀 문화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주민·단체들까지 사례에 포함시킬 것을 조언한다. 해녀공동체는 물론이고 주변 공동체들이 느낀 문제점을 지역 사회 협력을 통해 개선해 가는 과정과 문화적 의미를 잃지 않게 하거나 교육과정, 지역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통합해 가치 기반 교육을 증진하는 것으로 하나의 사례를 구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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