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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생으로 빚어낸 착한 일자리 효과馟(도)·栖(서)·關(관)프로젝트 / 도서관, 마을 삶의 중심이 되다 <12>타이페이시 도시재생정책과 사례
고 미·이은지·우종희 기자
입력 2019-09-10 (화) 20:53:11 | 승인 2019-09-10 (화) 21:08:58 | 최종수정 2019-09-11 (화) 08:58:01
화산1914문화지구 앞 광장.

옛 도심 잔류 주민을 위한 ‘생활 속 문화체험’ 시도 성과
일상성·장소성 등 자부심, 젊은 예술·기획자에 기회 제공
역할 분담·새로운 일 창출, 교육 효과 극대화 등 ‘선순환’

타이베이 문화재생이 만든 결과물 중에는 지역주민에게 역할을 분담해 만드는 일자리 효과가 크다.

즈쉬엔씨(28)는 화산1914원화촹이찬예위안취(華山1914文化創意産業園區·이하 화산1914)으로 ‘출근’을 한다. 올 초부터 숍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화산1914에는 지역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매장이 있다. 독립매장을 꾸릴 수 없는 예술가들이 만든 상품을 알리고 판매하는 편집매장이 일터다. 젊은 세대가 그렇듯 주거비용에 대한 부담은 큰 편이다. 즈쉬엔씨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 역할이 즐겁다”며 “이 곳을 떠날 수 없는 이유”라고 귀띔했다.

화산1914문화지구 입구 안내소

△개발 대신 문화 기반 재생

타이베이의 도시재생은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타이베이시 문화국은 1990년대부터 ‘문화로부터 일상생활로’, ‘전통으로부터 현대화로’, ‘지역으로부터 세계로’를 내걸고 문화에 기반을 둔 도시재생 정책을 추진했다.

세계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개발·성장 흐름에 원도심 공동화가 심각해졌고, 양극화로 인한 문제도 불거졌다. 재건축 기준이 까다로워 30~40년이 훨씬 넘은 노후 건물을 함부로 손댈 수 없는데다 정부나 시 소유 부지 관리에 있어 균형감각을 유지하는데 집중했다.

문화 기반 도시재생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사회문제와는 거리를 두며 나름의 효과를 내고 있다. 2000년 본격화한 문화기반 도시재생정책은 ‘일상생활에서의 문화체험 실천’을 1순위로 뒀다. 1999년 문화사업추진단을, 2003년에는 문화창조산업발전위원회를 설립한다. 이를 통해 공공문화자산을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저렴한 임대공간으로 제공했다. 2007년 타이베이시 문화시설개발재단 등 추진조직이 만들어지며 문화장초산업의 요소인 자본과 재능, 조직 구성과 장소형성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보피랴오(剝皮寮) 고건축물 역사지구 입구

2010년부터 도시개발·도시마케팅 같은 단어가 등장하지만 도시재개발사업처 역시 문화사업을 핵심으로 두면서 ‘문화허브’ ‘창조 클러스터’라는 공간 개념이 도입된다.

시가지 내 공공기관 이전 적지나 보전해야 할 근대 건축물 등 기존 도시공간 및 건축물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으로 일상성과 장소성을 살렸고 주민 접촉면을 확대했다.

보피랴오(剝皮寮) 고건축물 역사지구에서 학생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지역 커뮤니티의 요구 먼저

문화거점인 시먼홍루(西門紅樓)는 1908년 타이완 총독부가 건립한 최초의 공영시장이다. 팔각루에서 경극과 만담을 하고 1960년대에는 24시간 영화상영관으로 이용했을 만큼 사람들이 많이 오가던 공간이었지만 1990년 이후 용도를 잃기 시작한다. 빈 채 낡아가던 공간은 2010년 ‘문예창작 꿈의 부화 기지’를 내건 문화거점 프로젝트로 생명을 얻는다. 16개 공방이 입주해 시민들과 바로 만나 판매하는 장소로 변한다. 지하철역과 연결된 이점도 있지만 큰 길 하나만 건너면 젊은이들이 모이는 시먼딩이다.

타이베이 대표 문화거점인 시먼홍루(西門紅樓). 외부 모습은 1908년 처음 지어진 상태 그대로다

도시공간 자체를 유산화한 사례도 있다. 보피랴오(剝皮寮) 고건축물 역사지구는 청나라 시대부터 노동자 위락거리로 형성되어온 항만지역으로 현재까지 원형에 가까운 거리 및 고건축물이 보존되어 있다. 기존 상인들은 도시 정비 후 상권이 들어서길 희망했지만 학교교육과 커뮤니티 문화를 접목하고 싶어한 주민들의 요구가 우선권을 가졌다. 고건축물을 활용한 향토교육전시관과 생활사박물관, 창작전시와 영화촬영공간, 생활사박물관 등은 지역 환경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의 장소성을 살리는 효과를 봤다.

타이베이 대표 문화거점인 시먼홍루(西門紅樓) 내부

타이완 당대문화실험장(台灣當代文化試驗場·Taiwan Contemporary Culture Lab·C-LAB)은 원래 공군 총사령부 기지였다. 기지 이전 후 빈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던 끝에 정부와 민간 합동으로 복합적인 예술 장르를 실험하고 자생할 수 있는 인큐베이터 공간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8월 공개한 공간은 아직 만들어지는 중이다. 대부분의 사례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어느 정도 완성 시켜 놓고 그 안에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것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과 달리 이 곳은 현재를 기준으로 5년후를 목표로 다양한 예술, 문학과 관련한 창작활동을 복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궤도 수정도 유연하다. 문화부와 국립타이완문학관, 대학 등이 운영·관리에 참여하고 있다.

△건전한 공동체 문화 뿌리

유사한 예는 더 있다. 창조구역을 위한 I-타이베이 프로그램과 설탕산업문화공원, 사사남촌 군부대 이전적지 등이 도심 곳곳에서 젊은 예술가와 기획자들을 끌어안고, 시민들은 문화향유를 위해 이 곳을 찾는다. 즈쉬엔씨처럼 유지·관리에 참여하는 시민도 있다. 역할 분담이다.

타이완 당대문화실험장(台灣當代文化試驗場·Taiwan Contemporary Culture Lab·C-LAB)

다양한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것 같지만 정리하면 단순하다. 공공건물·공간을 유지하는 것으로 무리한 개발을 통한 내몰림이나 지가 등락 등의 저항을 최소화하고 잔류 주민들은 새로운 예술가 등과 교류하며 건전한 커뮤니티를 만든다. 입주 예술가들은 특정한 성과를 내는 대신 문화의 일상화를 통해 지역에 합류한다. 그 과정에서 낡고 빈 자리가 자연스럽게 채워지고, 문화 공간의 관리와 해설 안내 같은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이런 과정을 배우고 자연스럽게 동화한다.

타이완 당대문화실험장(台灣當代文化試驗場·Taiwan Contemporary Culture Lab·C-LAB)

촨린 시먼홍루 매니저는 “시민들이 이곳에 오는 것은 역사를 지닌 옛 건물과 그 안에 담긴 문화콘텐츠를 동시에 만나기 위해서”라며 “정부 차원에서 관련법을 만들고 기금을 조성하는 노력도 있지만 이곳을 지키기 위한 지역공동체의 노력이 만든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타이완 당대문화실험장(台灣當代文化試驗場·Taiwan Contemporary Culture Lab·C-LAB)

고 미·이은지·우종희 기자  popm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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