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취재2팀 부장 대우

집에 있으면 돈을 아낀다는 것도 옛말이다.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대부분의 여가는 물론 소비활동까지 해결하는 '홈족'들이 증가하고 있다. 퇴근 후 귀가해 소파에 누워 'TV 다시 보기'로 놓친 드라마를 보면서 스마트폰의 배달앱을 이용해 저녁 식사를 주문한다. 사람을 집으로 불러 자녀나 반려동물을 돌보게 하고 출장 청소나 세차 등을 이용한다. 

집이 단순히 주거공간이 아닌 휴식·여가·레저를 즐기는 공간으로 확대되면서 집안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경제활동을 일컫는 '홈코노미(Home+Economy)'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실제로 국내 모 카드사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25~54세 고객이 홈코노미 관련 5개 업종(음식배달앱, 가전렌털, 일상용품 배송, 집안·차량관리, 홈엔터테인먼트)에서 결제한 4492만건을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4~6월) 홈코노미 관련 업종의 하루 평균 카드 결제 건수가 작년 1분기의 1.9배로 증가했다. 이 중에서도 음식 배달앱 결제 건수가 2.14배로 증가해 5개 업종 중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이어 집안·차량관리(2.01배로 증가), 홈엔터테인먼트(1.83배로 증가), 일상용품 배송(1.38배로 증가), 가전 렌털(1.35배로 증가) 등 순으로 증가율을 보였다. 홈코노미 관련 업종을 가장 많이 이용한 연령대는 25~34세로 전체의 53.7%를 차지했다. 이중 35~44세 여성(19.1%)은 건당 2만8840원을 결제해 전체 평균 결제액(2만4393원)을 웃돌았다. 또 해당 카드사가 홈코노미 관련 업종을 이용한 고객 1200명을 상대로 모바일 설문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5.9%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작년보다 늘었다'고 밝혔다. 여유 시간이 생겼을 때 '집에서 보낸다'는 응답은 51.7%로 '외부에서 보낸다'는 응답 21.2% 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홈코노미가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1인 가구 급증,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적인 변화, 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문화 확산, 소비 심리 변화 등을 주요 원인으로 들 수 있다. 편리해진 디지털 환경 덕분에 '집돌이' '집순이'들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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