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지난 97년부터 도로표지판에 대한 정비사업의 하나로 영문표기를 로마자로 통일했으나 아직까지도 잘못 표기된 이정표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면 제주시의 영문표기 하나만 하더라도 Cheju City, Cheju-shi 등 무려 여덟가지에 이른다는 것이다. 지난주에 독자가 직접 사진을 찍어서 본지에 고발한 잘못 표기된 표지판의 경우도 좋은 사례이다. 그러한 잘못된 표지판이 도내 곳곳에 버젓이 세워져 있어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니, 그러고도 제주가 국제적인 관광지를 지향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을런지 의문이다.

현행 도로표지판의 규정을 보면 도·구·동·리의 경우는 붙임표를 넣어 표기하도록 하고 있으나 시·군·읍·면의 행정구역 단위명은 생략해야 맞다고 한다. 하지만 앞의 독자고발 사례만 해도 제주시를 표기하는 영문자에 붙임표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있는 등 갖가지여서 제주를 처음 찾는 외국인치고 혼란을 일으키지 않을 사람이 없다.

더구나 이같은 이유중의 하나가 관련기관간의 책임소재 때문이라니 어이없는 일이다. 국도에 설치된 표지판의 관리책임은 해당 자치단체인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위임됐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제때 정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기관에서 맡고 안 맡고를 떠나서라도 도대체 표지판 정비업무 하나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들어오네, 안 들어오네 하고 말할 수 있겠는가. 보도에 따르면 이를 확인하는 취재기자에게 예규집을 찾아보고서야 대답하는 정도라면 이정표에 대한 행정당국의 관심은 아예 없어 보인다.

우리가 도로 이정표의 잘잘못을 가지고 이처럼 장황하게 지적하는 것은 결코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다. 비단 외국인 뿐만 아니라 같은 제주도 사람이라도 이정표만 의지해서 목적지를 찾아가라고 한다면 자신이 없을 정도이다. 그만큼 우리들의 도로 이정표는 아무런 원칙이나 제도없이 시설되고 있다. 아무튼 국도관리를 맡고 있는 제주개발건설사무소가 오는 6월말까지 잘못된 도로 이정표를 자치단체와 협의해서 정비해놓겠다고 밝혔으니 관광객들에게 불편과 혼란이 없도록 빠른 시일내에 개선해주기를 바란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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