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를 향유하다 7. '페칼롱간의 인도네시아 바틱 무형문화유산 교육과 훈련'

전승·보전 해법 고민…역할 분담 통해 '가능성'채워
기존 체계 저항, 전문인력 양성·지역 이해로 극복

'기술 전문학교'설립, 자긍심 확대, 미래산업 기대

'제주해녀'의 문화유산적 가치에 반해 전승·보전에 대한 고민은 해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양성' 측면에서 해녀학교' 운영과 문화 콘텐츠 개발·활용 등 쉽게 답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모범사례인 '인도네시아 바틱 무형문화유산 교육과 훈련'은 일상화를 통해 방향을 찾았다.

△ '무엇을' '어떻게' 고민 여전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는 '해녀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해녀교육 활성화 방안'연구 용역을 진행했다. 문제는 가장 기본인 공동체 참여 정도와 교육 대상에서 불거졌다.

도의 정책 주문은 '해녀문화를 지속적으로 계승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의 수립'과 교육기관 설립 방안, 강사 구성을 위한 조례 재·개정 방안이었다.

한수풀·법환 해녀학교를 통한 양성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지만 정규 커리큘럼과 실제 어촌계 가입 후 정착에 대한 현실적 방안을 아직 찾지 못했다. 어촌계 가입비와 정착 지원금 등의 장치를 마련해도 어촌계가 받아들이지 않는 한계가 있었고, 가입 후 '공동체'부적응으로 인한 이탈까지 문제가 이어졌다.

'생활 직업'성격이 강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들이다. 공동체 내부에서도 후배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 '무엇을'은 과제인 상황이다.

인도네시아의 정신이라 불리는 '바틱' 역시 전승 체계가 무너지는 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기계식 공장이 들어서면서 수작업으로 바틱을 제작해 생계를 유지하는 일이 힘들어졌고, 수고에 비해 벌이가 좋지 않아 가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이대로는 '바틱 문화'가 사라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가장 먼저 한 행동은 교육 시스템을 흔드는 일이었다. 수업 등에 반영할 수 있도록 지역 학교들의 협조를 요청했다.

바틱 데이를 통해 '바틱 문화' 보존에 힘쓰고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문화유산'

현재 바틱 문화 배우기 과정은 학교 교육과정과 접목해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언어수업에서는 바틱과 관련한 글을 자료로 사용하고, 생물과 화학수업에서는 바틱 제조에 사용되는 천연 염색약에 관해 논의한다. 컴퓨터수업에서는 프랙털을 이용해 바틱 무늬를 만들고, 역사수업에서는 바틱의 변천사를 살핀다.

처음은 참여 학교가 늘면서 교육장소도 바틱박물관에서 도시의 모든 교육기관으로 확대됐다.

실습 경험은 크게 개념교육과 현장교육의 성과로 정리된다. 학생들은 재료를 다루면서 교사와 연행자로부터 공예기술교육을 받는다. 기술을 배운다고 하지만 다양한 도구와 옷감을 사용하고 밀랍과 염료의 특성도 직접 살핀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바틱을 만드는 기본은 간단하지만 숙련된 기술을 위해서는 상당한 지식과 기술, 재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실습경험은 또 바틱의 역사와 상징성 등 문화적 가치를 인식시키고 인도네시아인의 삶에 내재된 바틱의 중요성을 이해시킴으로써 바틱 연행자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했다.

교육 현장 접목에 있어서도 꼼꼼한 접근이 이뤄졌다. 교육자료도 학교급별로 학생들의 특정한 요구와 수준에 맞게 조정됐다. 프로그램은 대상 학생들이 수용 가능선 선을 유지한다.

유치원에서는 붓으로 밀랍을 칠해 만들고 싶은 무늬를 자유롭게 그리는 수업을 하고 초등학교에서는 기본 이해와 직접 체험 등의 교육과정을 포함한다.   

중·고등학교부터는 문화 정체성과 가치 이해를 추가해 접근 영역을 확장한다. 동아리 활동 지원으로 학생들 스스로 바틱과 연계해 '해 보고 싶은 것'을 찾게 하는가 하면 국어와 역사, 화학, 환경, 과학 등과 연계해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직업 고등학교 학생들은 교과 과정과 함께 바틱 박물관 안내원이나 훈련자로 정기적인 현장 경험도 쌓는다.

△연행 공동체 수용 효과

진학에 집중된 교육 환경에 바틱을 접목하는 데 따른 저항은 컸다. 교육 모든 단계에 바틱을 포함시킨다는 큰 구상은 실습과 이론 모두에서 나이와 교육 수준이 다른 학생들의 필요 및 역량을 감안한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변형하는 과정을 요구했고 관련 전문 인력과 예산을 요구했다.

바틱 교육 프로그램은 그래서 무엇보다 '교육자 훈련'에 공을 들인다.

교육과정 속에 지역적 과제를 포함시킬 수 있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언어·역사·생물·물리·화학·수학 같은 실제 수업에 무형문화유산의 개념과 지식, 기술을 포함시킬 수 있는 통로를 찾아야 했다.

바틱박물관은 워크숍 등을 통해 바틱의 문화적 가치와 전통 수공업 기술에 대한 설명이 가능한 인력을 양성했다. 프로그램을 꾸준히 확대해 별도의 교육기관을 두고 교사를 대상으로 한 과정도 운영했다. 훈련 워크숍 참가자들은 전통 방식인 구전을 통해 학생들에게 바틱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를 배운다.

프로그램 운영은 연행자 공동체의 자부심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연행자 가운데 일부는 바틱 박물관 또는 지역 학교에 강사로 등록해 활동하거나 다른 일부는 학교에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바틱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도구와 재료를 공급하는 후원자가 됐다. 전통으로 고수해 오던 비공식적인 전승과 도제 관계를 포기하지 않고 이룬 성과다.

△ 역할 분담과 공감의 힘

적절한 역할 분담과 공동체 공감도 중요한 부분이다.

페칼롱간의 프로그램은 지역 바틱공동체와 참여학생 가족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바틱 워크숍 후원자는 교육자료를 제공하며 사정이 좋지 않은 학생까지 포함해 모든 학생이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바틱 연행자는 '강사'라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았다. 학생을 중심으로 교육 공동체는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바틱 중요성을 공감하는 경험 기회를 나눴다.

전승 세대들이 자신들이 가진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마음과 손끝으로 익혀 체득했다는 성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페칼롱간 기술 전문학교는 바틱 분야에 종사할 학위 소지 전문가 양성을 위해 3년제 과정으로 설립됐다.

이런 과정들로 인도네시아 바틱은 '패션' 아이템으로 유럽, 미국, 일본 등 다수의 국가로 수출되고 있을 뿐 아니라 순수 예술로도 그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1970년대 이후에 순수 예술로서 바틱이 크게 발전하는 성과를 거뒀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