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를 향유하다 8. 중국 구이린 '인상 유삼저' ①

제주해녀문화 브랜드 가치·가능성 비해 활용 더뎌
'일회성' '소모성' 한계 여전…컨트롤타워 부재 약점
5년여 준비 문화상품 '지역 살리는 힘' 전환 모델
'제주해녀'는 존재 가치는 물론 브랜드로 활용 가능성이 높지만 환경변화와 고령화 등으로 그 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무거운 현실을 안고 있다. 해녀공동체의 유지가 지닌 의미는 다양하다. 해녀의 존속에 무게를 두면 복지 정책과 중복과 특정한 대상에 한정한 수혜성 지원 같은 논란과 마주해야 한다. 무엇보다 해녀문화와 연계한 여러 사업들이 '일회성' '소모성'에 비춰진다는 약점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연속성을 담보한 '문화 콘텐츠'의 개발은 과제이자 목적이 되고 있다.
△ 정제·정돈 없는 진행
문화콘텐츠를 만들자는 논의는 오래됐다. 2016년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된 이후 크고 작은 시도가 있었다. '호오이 스토리'라는 뮤지컬과 해녀축제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정돈되고 정제되는 것이 아니라 소모성 논란과 퍼주기식 사업 운영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제주도는 해녀문화의 다양한 활용을 위해 '해녀문화 우수 예술창작 지원 사업', '해녀문화 우수콘텐츠 운영지원 사업'(이상 제주문화예술재단), '2019 해녀문화콘텐츠 문화상품 개발 전국 공모전'(이상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을 진행했다. 올해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해녀문화 우수 예술창작 지원 사업'은 문화예술활동 경험 3회 이상으로 제주도에 거주하는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2019년만 2억2400만원 상당(개인 최저 50만원· 최고 100만원, 단체 최저 1000만원·최고 3000만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해녀문화 우수콘텐츠 운영 지원 사업은 해녀가 주체가 되는 단체 또는 도민으로 구성된 동호회를 대상으로 해녀문화를 소재로 한 공연, 전시 및 퍼블릭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설계했다.
해녀문화콘텐츠 문화상품 개발 공모전은 제주해녀문화 콘텐츠를 소재로 향후 문화
상품으로 판매 가능한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 도민 체감 제자리·이해 부족 지적도
해녀문화라는 제주의 특색 있는 문화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지역문화 정체성이 짙은 창작활동을 통해 지역 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나아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제주 해녀문화에 대해 널리 알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지원사업 규모나 횟수에 비해 도민 체감도가 낮은 것은 물론 지원 작품의 완성도나 충실도에 있어서 상이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 2년 동안 '해녀문화 우수 예술창작 지원 사업'은 심사과정에서 사업 성격이나 해녀에 대한 이해 부족 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문화 행사를 했다는 실적은 남았지만 이를 통한 문화 일자리 창출이나 후광효과 등에 대한 분석이 없다는 점도 우려를 사고 있다.
'제주해녀'라는 지역에 특화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이유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기는 하지만 컨트롤타워의 역할 부족과 구체적인 방향성이 없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런 논쟁들에 있어 중국의 '인상 시리즈'는 꼭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들을 가리킨다.
인상시리즈의 출발은 줄잡아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3월 20일부터 중국 광서장족자치구 계림시 양삭현의 이강에 대형 산수실경 연극 '인상유삼저'가 공연된다. 산을 배경으로 하고 강을 무대로 삼은 공연은 아직까지 '진행중'이다. 초연 이후 '중국 문화 산업 영역에서 관객 수가 가장 많고, 영향이 가장 크며, 수익이 가장 높은'공연이란 명성까지 유지하고 있다.

△ 주민 1000여명 일자리 창출
중국이라는 거대시장과 문화상품에 대한 투자가 만든 결과라고만 보기에는 영향력이 지대하다.
이 공연은 우수한 문화 콘텐츠로 중국내 소수민족 문화와 지역문화 홍보 및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현지 지역 경제의 발전을 촉진시킨 것은 물론 국가 문화콘텐츠 시장의 발전에도 기여했다.
공연 기획 단계에서 부터 관광업계와 공연 전문가 모두 공연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장예모 총감독조차 반신반의했던 '인상·유삼저'는 2004년 초연하던 해 31만 명이던 누적 관람객이 지난해 8000만명 가까운 수를 헤아릴 만큼 증가했다. 연 공연 횟수도 263회에서 500회 이상으로 늘었다. 총수익도 첫해 인민폐 255만위안에서 2018년 2억1500만 위안으로 80배 이상 늘어났다.
그만큼 오랜 준비 과정과 노력이 있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창작에서부터 시장 운영까지 예상 밖의 일이 많이 속출했다. 이강 생태 환경이 바뀔 수 있다는 환경보호위원회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기획과 마케팅을 거쳐 초연을 하는데까지 5년 넘는 시간을 소요했다.
그 과정에서 실연(實演)의 오페라 형식을 버리고 정경을 위주로 현지 농민을 출연시켰다. 스타도 없고 스토리도 단순했지만 많은 관객들이 웅장한 장면에서 감동을 받았다.
'인상 유삼저' 공연 초기의 흥행 수입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넉 달의 시장 적응기간이 지난 후 거의 매일 공연을 진행했다. 공연은 1000여 명의 현지 주민의 취업 문제를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주변의 음식점, 숙박 및 관련 시설의 발전을 가져왔고, 현지 주민의 생활수준과 지역 인지도를 높였다.
2007년 3월 30일 항저우에 '인상시호(印象西湖)'가 등장했고, 예술성과 호응에 힘입어 '인상 리장', '인상 하이난다오', '인상 다홍파오', '인상무릉', '인상 푸퉈' 까지 7개 시리즈가 만들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