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의 가치 세대전승 <5> 역사 기록화

유네스코 등재심사 지체…객관적 자료 확보 등 요구
4·3평화재단 미국 현지조사…수뇌부 개입 정황 확인

1949년 1월 “최고 수준의 사고(top level thinking)”라고 극찬한 내용의 미 극동군사령부 문서

△객관적 자료 확보·연구 급선무

제주4·3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역사다. 4·3특별법 제정 이후 진상조사를 통해 희생자·유족 명예회복과 왜곡된 역사교과서 수정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객관적인 자료 확보와 연구는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 

이는 4·3기록물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도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이 지난해 12월 6일 제주시 아스타호텔에서 개최한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국제 심포지엄에서도 객관적인 자료 확보 필요성이 제기됐다.

4·3의 중요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학술·비교연구 등이 필요하며, 유네스코와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핵심단어 발굴도 요구됐다. 

국내 기록유산 후보와의 경쟁에서 입지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도 과제다. 

문화재청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심사는 내년부터 재개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재 유네스코 내부 시스템 개선 문제로 심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심사 재개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우선 심사대상은 문화재청이 지난 2017년 내부심사를 거쳐 유네스코에 제출하기로 한 동학농민혁명과 4·19혁명 기록물 등 2건이다. 

세계기록유산은 유네스코 관련 규정에 따라 2년에 1회 국가당 2건의 기록유산 등재 신청을 할 수 있어 4·3기록물 등재 추진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여기에다 3·1운동과 한국전쟁 이후 산림녹화기록 등도 세계기록유산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4·3기록물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4·3기록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객관적 자료 수집과 비교연구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군정 제주도민 학살 묵인 

4·3 완전 해결을 위한 미군정 책임 규명도 빼놓을 수 없다. 

제주4·3평화재단은 지난해 미국자료현지조사팀 3명을 구성해 6개월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을 중심으로 4·3 관련 자료를 조사, 기록물 3만8000여매를 입수했다. 

평화재단이 입수한 연합군최고사령부 자료에 따르면 미군정 최고책임자인 하지 중장은 1948년 3월 제주에서 남한단독정부 선거를 반대하고 봉기한 사람에 대해 정치범이 아닌 범죄자로 규정, 4·3 대응방식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또 1948년 7월 미 국무부 문서에는 하지의 정치고문 제이콥스가 제주 최고지휘관 브라운 대령의 보고를 토대로 제주도민 80%가 공산주의자와 관계돼 있거나 공포 때문에 그들과 협조하고 있다고 국무부에 보고한 내용이 담겨 있다. 

1949년 1월 주한미군사고문단장 로버츠 준장은 "공산주의자들을 싹쓸이하기 위해 제주에 1개 대대를 추가 파병하겠다"며 초토화 작전을 언급한 사실도 미 극동군사령부 문서에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제주 초토화 작전을 극찬하거나 미정부와 군수뇌부가 우익세력의 도민 학살을 사실상 묵인하고 4·3 군사재판 수형자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세우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아직도 공개되지 않은 4·3 관련 문서들이 많아 추가 조사와 자료수집이 필요한 실정이다. 

미군정 책임 규명은 4·3을 올바르게 후대에 전해주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끝> 
김경필·양경익 기자

 

 
전국화 넘어 세계화 노력 이어져…'정신적 유산' 강조
국제적 관심·체계적 자료 수집…기록유산 등재 밑거름


"제주4·3은 비극의 역사이지만 평화와 인권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다각적인 전승 노력이 필요합니다"

허영선 제주4·3연구소 소장은 4·3의 가치가 '정신적 유산'임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제주4·3은 각지에서 세계화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록유산 등재 추진, 미군정 개입에 따른 책임 촉구, 세대 전승 등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허 소장은 "4·3의 역사를 기억해야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료들을 잘 수집하고 정리해 내는 일이 중요하다"며 "기존 수집했던 기록물이나 자료들이 분산돼 있는데 차근차근 정리해 체계를 잡아야 기록유산 등재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후대에 4·3을 올바르게 전해주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교육 현장에서 기억 수업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제주4·3연구소는 '미군정보고서'를 번역·발간하는 등 미국의 역할에 주목했다. 4·3의 세계화를 위해 미군정 개입에 따른 책임 촉구를 위한 것이다.

허 소장은 "단순히 자료 수집에 머물지 않고 분석 및 연구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국제사회의 관심 유도가 가능하다"며 "드러난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에 근거한 책임을 분명하게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미흡했던 부분들을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4·3의 진실은 규명된다"며 "역사적 평가가 이뤄질 때 비로소 4·3의 정명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경익 기자

김경필·양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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