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를 향유하다 11. 중국 구이린 인상·유삼저 ④

배우 양성 '학교' 투자 우선…지역 활용·인구 유입 효과
지역민 참여 유도, 문화 자부심·부가가치 창출 '일석이조'
생태환경 보호·지속가능한 발전 집중, 자생력 효과 확인

콘텐츠 산업의 성공 요인 중 공통점을 찾아 본다면 1차원적인 틀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단순한 캐릭터나 상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머천다이징을 통해 과감한 투자와 도전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새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도 있지만 예상하지 못한 부가가치와 자생력이 지속가능성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밑줄을 그어 살필 필요가 있다.

△성과 예측보다 꾸준한 투자 먼저

문화 상품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흥행 수입, 투입 수지(收支), 인문 가치, 사회 효과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인상·유삼저'는 하나의 창의적인 문화 콘텐츠 프로젝트로서 다사다난한 과정을 거쳐 왔다.

2003년 10월부터 실험적 공연을 시도해 2004년 봄에 정식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2004년 관객이 30만 명에 달했고 순수입이 1000만 위안이었다. 국가에 납부한 세금이 100만 위안을 넘었다. 10년 이래 연평균 400여회가 넘는 공연을 하고 매회 최소 2000명의 관객을 유치했다. 지금껏 안전사고나 공연과 관련한 별다른 시비없이 호평을 이어갔다.

위신지예 계림광유문화여행문화산업유한공사 총경리는 "운영비용과 인건비, 세금 등을 제하고 총수입의 절반 정도를 순수익으로 남기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결과를 남기기까지 꾸준한 투자가 이뤄졌다.

'인상·유삼저'는 장예모이강예술학교에서 출발한다. 프로젝트의 기획 및 준비 단계에서 공연을 위해 많은 배우가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와 공연의 질을 보장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설정했고, 광유문화유한회사는 배우를 양성하는 학교부터 설립했다. 주민 수가 그리 많지 않은 외진 마을에 세워진 '학교'는 기회가 됐다.

학생들은 낮에는 전공수업과 교양수업을 듣고 밤에는 '인상·유삼저'공연에 출연했다. 등록금, 숙박비, 교재비 등을 모두 면제받는 것은 물론이고 공연에 출연하는 것으로 매달 800위안 이상의 보조금을 받았다. 학교 운영비는 공연 수익으로 마련했다. 이 곳 학교에서 양성한 배우들은 '인상·유삼저' 무대뿐 아니라 중국의 기타 대형 실경 공연에 배치됐다. 이 흐름은 현재 진행형이다.

△문화 일자리를 '만들다'

'인상·유삼저'에 출연하는 배우 600여 명 중에서 300여 명은 현지 농민과 어민이다. 밭을 갈다가, 고기를 잡다가 무대에 오른다. '가능할까'란 질문이 앞서는 이런 상황은 오히려 공연의 전통적 면모를 강조하는 장치로 작동했다.

공연이 이뤄지기 전까지 양삭현 주민들의 대부분은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술을 마시거니 놀이를 하며 소일했다. 소득 수준이 낮아 해가 진 뒤 불이 켜진 상점가를 찾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공연 참여하면서 생활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처음 '인상·유삼저'기획 단계에서 이강 주변 주민들의 반발이 컸다. 대대로 농사를 짓던 땅을 내놓는다는 데 대한 저항으로 사업 추진이 쉽지 않았다. 지금은 땅 종류나 규모에 따라 1년에 우리나라 돈으로 100만원 상당의 보상을 받는다. 현지 직장인의 평균 월급이 6만~7만원 선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게 됐다. 

현지 어민은 종일 배 작업애 매달려 한달 1200~2000위안 정도를 벌지만, 공연에 참여하면 출연료 등으로 1만5000~2만 위안 정도를 더 벌 수 있다. 여기에 '출연진'이란 자부심까지 더해져 지역을 이탈하는 확률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주변 마을들에서 장예모이강예술학교 진학을 위해 아이들을 양삭현으로 보내거나 가족 전체가 이주하는 경우도 생겼다. 공연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농가 식당을 꾸리거나 공연에 필요한 소품들을 임대하거나 팔는 것으로 부수입을 얻기도 한다. 숙박시설 등이 생겨나며 일자리도 늘었고 기회를 찾는 유입 인구 증가 효과도 나타났다.

△산업구조에도 '창의성'을

이러한 방식은 농촌의 노동력 불균형 문제를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관광 산업 발전을 유도해 지역 경쟁력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하나의 상품의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듯이 예산 투입 효과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개인에게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 수익을 통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유효하다는 것을 현실로 보여준 좋은 예가 됐다.

인구 5만명의 낙후한 농촌 마을이던 양삭은 이제 도시경쟁력에 있어 계림에서 첫 손 꼽히는 마을로 부상했다. '인상 유삼저' 공연 이후 인구가 30만명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인상·유삼저'는 공연 완성도와 더불어 생태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한 발전 이념에 부합하도록 프로젝트 건설과 자연환경과 조화 추구로 문화자원의 개발과 환경보호의 균형을 유도했다.

얼핏 보기에 자연에 인위적 장치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장예모는 이 작품의 기획단계에 이미 많은 공연장비들이 이강 산수에 대해 미칠 영향을 염두에 두었다. 제작진은 무대를 설치하고 조명, 음향, 도구 및 공연 중 배우들의 동작을 설계할 때도 자연 환경을 최대한 배려했다.

'인상·유삼저' 산업구조에서의 창의성은 바로 전통적인 공연 형식(극장, 공연내용, 극작가, 연출 단체, 배우, 티켓 업무, 감독 중심 구성)에서 벗어나 정부, 투자가, 운영가, 창시자, 사회단체, 학교, 현지 농민 및 어민, 자연 경관, 광고주, 경제인 등 사회의 여러 분야가 결합해 함께 실현하는 것으로 변화됐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