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생 취재2팀장 부국장

지난 12일 나는 오랜만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난처한 일을 당했다. 생각없이 시내버스에 오르려는 순간 버스기사로부터 탑승을 저지 당했던 것이다. 다름아닌 마스크 미착용 때문이다. 제주도는 지난달 27일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나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날 버스기사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승객들을 위해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사실 나는 읍소하다시피  탑승을 부탁했지만 결국 거절당했다. 시간은 늦었지만 근처의 약국을 찾아 마스크를 구매한 후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누구나가 기본을 지켜야 함에도 못 지키거나 안 지키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요즘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은 기초와 근본이 되는 기본이 있다. 이 세상은 자신 혼자만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켜야 할 규범이 만들어졌다. '기본을 지키는 것'  기본을 사전적 의미로 보면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 가장 먼저 또는 꼭 있어야 하는 것, 사물의 밑바탕이 된 토대와 근본,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것 등 세 가지다. 과연 우리는 이러한 기본을 잘 지키고 있는가. 이런 규범을 지키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로 인해 많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는 현실이다. 특히 기본을 지키지 않고 나타나는 일들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고 그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려는 이들이 만연한 사회다.  

최근 서울시 서초구의 한 아파트 상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발생한 일이다. 엘리베이터문이 자동으로 닫히기 전에 먼저 '닫힘' 버튼을 눌러 급히 타려는 사람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황여진 판사는 과실치상 협의로 기소된 A모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폭행 혐의로 기소된 다친 B씨에게도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내부에 먼저 탄 사람은 버튼 조작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엘리베이터문에 부딪혀 넘어져 뇌진탕 등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은 B씨는 격분한 나머지 A씨의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멱살과 손목을 잡아당긴 혐의를 받았다.어느 한 사람이라도 기본을 지키고 배려하는 마음이 앞섰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다. 

지난 17일 서울시 지하철 2호선 외선순환선 열차에서 임산부석에 앉으려던 임산부를 한 남성이 다가와 손으로 팔과 어깨를 밀치는 일이 일어났다. 당시 임산부의 남편은 "서초역 부근에서 임산부배려석에 앉아 있던 중년여성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바로 옆에 있던 제 아내가 자리에 앉으려고 했는데 출입문 쪽에 있던 노인이 다가오면서 밀치고 손으로 아내의 팔과 어깨를 수차례 폭행했다"고 밝혔다. 임산부에 대한 배려심이 아쉬운 대목이다. 

최근 내부 리모델링 공사 중 직박구리 알을 발견한 헌법재판소가 아기 새가 알을 깨고 나와 날 수 있을 때까지 공사를 잠시 중단하기로 했다. 헌법재판소는 내부 휴게실 창문을 교체하는 리모델링 작업 도중 새의 둥지를 발견했고 그곳에서 알 3개를 확인했다. 아기 새 두 마리가 알을 깨고 나왔지만 어미가 물어다주는 먹이를 먹을 수 있을 뿐 완전하게 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헌법재판소는 공사를 강행했을 때 먼지나 소음으로 인해 아기 새 성장에 방해가 될 것을 우려해 배려하는 마음으로 공사를 중단했다. 헌법재판소는 아기 새가 혼자 스스로 날 수 있을 때까지는 약 2주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가 바꾼 세상, 그 여느 때보다 기본을 지키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한 때다.  김대생 취재2팀장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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