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뭇가사리 제주 지역 경제 효자 노릇 톡톡

5월부터 8월까지 제주지역 해안도로 곳곳에서 검붉은 색 해초를 말리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납작한 실 모양으로 깃털처럼 가지를 많이 내 다발을 이룬 해초가 바닥에 널려있는 모습은 초 여름철 제주 해안도로를 가봤다면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을 풍경이다.이 시기 햇볕을 쐬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짝 말라가는 해초는 십중팔구 제철을 맞은 '우뭇가사리'다.

우뭇가사리는 여름철 임금도 즐겨 먹던 음식 가운데 하나인 한천의 원료로 쓰이는 해초다.

한천은 우뭇가사리를 끓인 후 굳힌 것으로 제주에서는 '우미, 다른 지역에서는 '우무', '우무묵' 등으로 불린다.한편 검붉은 우뭇가사리가 어떻게 우윳빛 반투명한 우무로 바뀌는 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우뭇가사리를 맹물에 씻어 소금기를 빼내고, 원래의 붉은색 대신 하얗게 바뀔 때까지 햇볕을 쬔다.이를 쇠솥에 넣어 눅진눅진해질 때까지 삶거나 주머니에 넣고 짜낸 뒤 그 즙을 냉각시키면 우무가 된다. 우무를 얼렸다 녹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불순물을 제거해 건조시킨 것이 한천이다.한천은 칼로리는 낮고 식이섬유는 풍부해 냉채와 무침 등 다양한 음식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어촌계가 우뭇가사리 제철을 맞아 채취 작업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각 어촌계는 이 시기 일정한 기간을 정해놓고 우뭇가사리를 채취하는데 공동작업과 개인 작업으로 나뉜다.

공동 작업을 하는 날은 각 어촌계 소속 해녀가 다 같이 모여 우뭇가사리를 채취해 말린 뒤 출하한다.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어촌계도 5월부터 시작한 공동우뭇가사리 채취 작업이 마무리되고 있고 있지만 개인 작업은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해녀들의 1년 소득의 절반가량을 우뭇가사리로 버는 만큼, 우뭇가사리 작업을 할 때는 채취 경쟁이 치열해진다.밭은 경계가 있지만, 바다는 그렇지 않아 먼저 채취하는 사람이 임자다.

우뭇가사리 철이 돌아오면 해녀는 온 가족을 대동해 바다로 나간다.해녀가 우뭇가사리를 채취해 망사리에 가득 채워 뭍으로 끌고 오면 집안 남자는 경운기나 트럭을 대동하고 있다가 물을 잔뜩 먹은 망사리는 무거워 잠시 갯바위에 두어 물이 빠지면 두 명이 들어 트럭에 싣고 가 집 마당이나 공터에 널어놓는다.

예전과 달리 몇 년 전부터 기중기(예전에는 100% 수작업)가 큰 일손을  보태고 있으며 근처 항만 매립지를 건조 장소로 이용할 수 있어 예전에 멀리 떨어진 자기 집 마당으로 옮겨 건조하는 불편은 줄어 들였다.

해녀가 망사리를 밀어 왔는데 남편이 늦게 마중하면 숨을 참고 있던 해녀에게 호통을 들어야 한다.우미 마중을 할 남편이 없을 경우 다른 남자가 일정한 대가를 받고 망사리를 받아준다. 대가를 받지 않기도 하는데 그 집 밭일을 해주며 품앗이 한다.

해녀 삼촌들이 고됨도 고됨이지만 불볕더위 속에서 갓 채취해 물먹은 무거운 우미 태왁을 옮기고, 널어 말리며 우미에 붙어 있는 잡다한 해초 따위를 솎아내는 작업 또한 만만치 않은 고된 작업이다.

더욱이 젊은 청년들은 없고 대부분 60대 후반, 70이 넘으신 삼촌들이라 고된 작업 모습이 제주 농어촌 사회의 현실을 느낄 수 있다.  

제주에서는 우뭇가사리 작업으로 신경이 곤두선 해녀의 비위를 거스르지 말라는 뜻으로, '봄 잠녀(해녀)는 건들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우뭇가사리 등 해조류의 경우 2∼3년 간격으로 해 갈이를 해 연도별로 물량이 크게 늘었다 줄었다 하지만 제주의 동쪽 바다에서 생산되는 우뭇가사리는 한천 생산량과 소비량 1위를 차지하는 일본에서도 인정하는 1등급 품질을 자랑한다.

우뭇가사리를 빵빵하게 담은 한 망사리는 보통 20∼30만원을 호가해 제주 해녀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제주 해조류 생산량이 지난 10년간 많게는 80% 이상 감소했지만, 2018년 오조· 시흥· 성산 어촌계 판매 금액이 약 6억 3천만 원의 수입을 올려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성산읍 오조리 김순춘 해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어렵지만 바다에도 해거리 현상이 있으며 내년에는 대량으로 우뭇가사리를 채취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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