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사랑의 열매 공동기획 희망나무 제주시각장애인복지관
중도시각장애인 대상 캘리그라피·플로리스트 과정 진행
잔존시력 활용 재능개발…'할 수 있는'기회 확장에 의미
어느 한 순간에 세상의 빛과 색을 모두 잃는다면. 상상하기도 힘든 고통을 겪은 중도시각장애인들이 다시 빛과 색을 찾았다. 상당 부분은 기억에 의존하지만, '할 수 있다'는 기회만으로도 오늘이 즐겁고, 내일이 기다려진다.
제주시각장애인복지관(대표이사 양예홍)이 제주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김남식) 지원으로 지난 2018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흰지팡이 문화스쿨'이다.
시각 장애는 선천적인 것보다 고령이나 사고, 질병 등 후천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시력을 잃기 전 기억이 우울감과 불안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며 현실을 인지하고 사회로 복귀하도록 하는 작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문화예술프로그램이다.
캘리그라피와 동양화, 플로리스트 등 심신 안정을 유도하고 취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창구를 고민한 결과다.
다행히 참가자들은 좋은 작품을 위해 수십에서 수백번 선을 그리고 조형하고, 또 꽃과 호흡을 맞추는 과정을 거치며 '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해볼만 한 것으로 바꾼다.
잔존 시력을 활용해 보는 능력을 강화하고, 교육 과정에서 그동안 몰랐던 숨은 재능을 발견하는 기쁨도 챙긴다.
비장애인 수준을 목표로 한 심층수업은 참가자의 의지에 더해 역량 강화로 진입 가능한 직업군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직까지 취업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기회만 있다면 해보겠다는 의지는 대단하다.
홍원혁 제주시각장애인복지관 과장은 "처음에는 망설이던 대상자들도 시력을 잃기 전 꿈과 희망을 다시 펼치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며 "이전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세상이지만 자신을 표현하고 창작하는 모습을 보면 존경심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가능성을 장애·비장애 잣대로 판단하는 분위기가 장애인들의 자립과 사회 진입을 막고 있다"며 "편견을 내려놓고 공정하게 실력만 본다면 프로그램 수료생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박시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