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지금 가을축제로 들떠 있다. 26일 서귀포칠십리축제를 개막으로 한라산영산대재(28일), 탐라문화제(10월 5∼10일), 제주억새꽃축제, 감귤축제 등 가을 축제가 속속 이어지고 있다.

축제는 ①축하하여 제사 지냄 ② 경축하여 벌이는 큰 잔치나 행사다. 굳이 국어사전식 풀이를 빌리지 않더라도 축제는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필자는 제주의 축제를 떠올릴 때 즐거움보다 갑갑증이 먼저 인다. 이런 갑갑증은 비단 취재를 위해 축제 현장을 기웃거리는 ‘삐딱한’기자들만의 생각은 아닐 터이다. △변별성 없는 내용 △국적불명의 먹을거리와 잡상인 △동네잔치 △예산낭비 △행사를 위한 행사. 축제가 끝나면 매년 되풀이되는 총평들이다. 축제가 시작되는 마당에 결과도 보지 않고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빈정거릴지 모른다.

허나 지난 한해 제주에서 대중을 상대로 치러진 40종 가까운 축제 내용을 들여다 본 이들이라면 필자의 이런 우려가 결코 허무맹랑한 소리로만 들리지 않을 것이다.

축제 종류가 많다고 해서 문제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왕벚꽃축제, 유채꽃축제, 억새꽃축제, 감귤축제, 고사리축제, 방어축제, 한치축제, 자리축제 등,이들 축제가 소재만 다를 뿐 유명가수 초청공연, 사생대회, 먹을거리 장터에 너무나 닮아 있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서귀포칠십리축제가 끝나면 바로 탐라문화제, 덕수리 마을축제, 성읍리 마을축제 이어진다. 한라문화제에서 탐라문화제로 이름을 변경한 이번 탐라문화문화제는 과연 어떤 형식으로 치러질지 도민들 모두 두 눈 동그랗게 치켜 뜨고 감시해볼 일이다.

제주의 축제가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은 축제 내용이 변별성이 없고, 비슷한데다 시기가 중첩돼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축제전문가와 뜻 있는 도민들 사이에서는 특징 있는 제주의 축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비슷한 축제는 통합하고,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려 튼실한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자치단체가 축제 만들기 경쟁도 지양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축제는 분명 즐거워야 한다. 그 즐거움 너머에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 그 즐거움과 감동은 주최측과 출연진들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 스스로 축제의 주인으로 당당히 참여할 때 획득할 수 있다. 축제 숫자를 늘이기 보다 개성 있는 축제를 만들어 가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제주의 축제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때가 아닐는지.<문화부장 직무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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