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 윌리엄 셰익스피어 「오셀로」

질투와 시기는 인간의 본성적 심리 중의 하나로 일컬어진다. 질투는 경쟁자의 성취나 이득에 대한 부러움을 의미하며, 특히 대상의 사랑을 차지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질투는 흔히 사랑하는 사람을 독차지하고자 하는 심리 상태를 수반하여 일차적 대상과 독점적인 관계를 맺으려는 소망이 점차 다른 대상에게로 옮겨지게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그 목적은 욕구 충족이나 관심만이 아니라 경쟁자를 제거하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소망도 포함된다.

질투와 시기의 심리는 개인은 물론 집단에도 엄청난 불행을 가져오게 된다. 고대 그리스의 영웅 서사시에 나오는 기원전 12세기에 있었던 그리스군과 트로이군 사이의 '트로이 전쟁'은 여인들의 질투와 시기에 의해 발단이 되었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와 펠레우스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남긴 황금 사과를 두고 헤라와 아프로디테(로마신화의 비너스), 아테나가 서로 자신이 차지하겠다고 다투게 된다. 불행하게도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심판을 내려 아프로디테가 주인이 되었다. 그 대가로 파리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게 해 주겠다고 약속한 아프로디테는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의 사랑을 얻게 해 준다. 아내를 빼앗긴 메넬라오스는 형 아가멤논과 함께 트로이 원정길에 나서게 된다. 

세계전쟁사에도 기록될 정도의 10년 동안의 트로이 전쟁 원인이 전적으로 여신들의 미에 대한 시기와 질투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 속에는 남성들의 폭력욕과 제국주의적 심리가 자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시기와 질투는 여성의 전유물로 알려져 있지만, 반드시 그러한 것만도 아니다. 남성들의 질투와 시기도 여성의 그것에 못지않다.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의 하나로 꼽히는 「오셀로」를 보자. 이방인인 오셀로는 당대의 맹장으로 출세의 정점에 선 인물이다. 격렬한 전쟁터를 평정해 온 영웅이지만 그는 자기 마음속에서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아내에 대한 불신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격렬한 질투심을 어쩔 수 없다. 오셀로는 질투에 눈이 멀어 사랑하는 아내를 죽이고 결국 자신도 죽게 되는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사람들은 이웃의 불행과 행복 중 어느 것에 더 동화될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이웃의 기쁨과 행복보다는 불행과 아픔에 더욱 잘 동화된다고 한다. 짐짓 우리는 타인의 아픔과 불행을 슬퍼하지만, 타인의 기쁨과 행복을 진심으로 공감하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이디푸스와 같은 보이지 않는 심성이 도사리고 앉아 있어서, 누군가를 질투하고 시기하여 밀어내고 그를 나의 것으로 차지하고자 하는 마음이 꿈틀대고 있다.  

영국의 평론가인 새뮤엘 존슨은 "모든 질투는 욕망에 비례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성취에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질투와 시기를 낳는 모든 욕망을 가라앉히고 순수하고 착한 마음을 간직한다면 인간과 세상은 더욱더 평화롭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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