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를 향유하다 17. 유산 관리 방안과 방향④
코로나19 이후 사회 회복 화두와 연결 가능
불턱 소통 신뢰 관계 구축, 협력·배려 아이콘
공유자원 활용·지역재생 등 미래 발전적 접근
코로나19는 상상해보지 못한 현실을 세상에 끌어냈다. '비대면 환경'이란 것이 올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접목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위드 코로나와 포스트포로나, 그리고 혹시 모를 또다른 '코로나'에 대한 위협까지 동시에 생각하고 대응해야 하는 과제도 생겼다. 그 가운데 이목을 끄는 단어가 있다. '생존'과 '지속 가능성'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협까지 피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 단어가 같는 의미는 그 어느때보다 크고 단단해진다. 이런 상황을 제주해녀와 연결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특유 생명력 국제적 관심
FAO(유엔식량농업기구)는 코로나19로 물적·인적자원의 이동이 제한되고 국제물류시스템 위축으로 세계 식량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검토를 시작했다. 최근 긴 장마와 집중호우, 태풍 등 지구 온난화에 따른 빈번한 기상 이변과 코로나19 이후 환경 변화는 삶과 식량 생산 기반의 유지와 균형성장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위기가 처음이었을까. 여기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제주해녀 공동체'의 생명력이다. 시작점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회 환경 변화나 역사적 굴곡 속에서 공동체를 지킬 수 있었던 힘은 '생존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많은 학자들이 무형문화유산 전승에 있어 '생존자'의 의미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형문화유산은 환경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유산이라는 인정을 받기는 했지만 현재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로지 공동체 내부의 지속 가능한 자원관리와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와 대응 영역이 포함돼 있다. 사회적 관념에 묶여 있기 보다는 경험을 통해 터득한 지혜를 쌓아 실패나 피해를 최소화하고 회복 속도를 끌어올린다.
문제는 어떻게 접근하느냐는 점이다.
제주해녀의 전승·보존을 위한 고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움직임이 공동체를 흔들 수도 있다.
해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누구나 해녀가 될 수 있는 지원 수단을 마련하는 것(평등·Equality)과 '해녀 정신'을 고취해 해녀문화의 가치를 전승·보전하는 것(형평성·Equity)이 균형을 잡기 보다 날카로운 각을 세우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문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 대한 지적도 있다. 해녀어업·문화의 기본인 협력과 배려 대신 소득 등 이윤이 우선 된다면 지금처럼 자연발생적으로 유지되던 해녀 공동체의 약화는 물론이고 경제효과를 내세운 문화 변질과 사막화까지 우려해야 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해녀 공동체를 유지하기에는 제주 등이 치러야할 사회적 비용이 상당하다.
△'인간성 회복'접근도
코로나19로 얻은 교훈이 있다면 해녀어업·문화를 통해 제주가 얻을 수 있는 것이 관광 효과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도시화·개인화로 삭막해진 현대 사회에 인간성 회복과 지역 재생 코드로의 적용이 필요하다. 해녀 공동체 문화의 상징인 '불턱'의 현실 적용은 충분히 의미 있는 실험이다.
디지털화와 비대면화가 사람들의 일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인간관계'나 '삶'에 대한 기본 요구는 바뀌지 않는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일상을 파고든 감염에 대한 걱정,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심리적 제약, 경제적 곤란 등이 쌓이면서 생존 위협․집단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조 모임 성격의 공간인 불턱은 해녀공동체가 내부적으로 어떤 갈등 없이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핵심 역할을 했다.
능력이나 실력을 기준으로 상군·중군·하군 등의 구분을 하기는 하지만 불턱 안에서는 수평 관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터놓고 얘기한다. 진정한 소통은 소통 당사자 간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구성원 사이에서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 있다. 해녀 공동체는 불턱 안에서 '불평등', '불신', '불안' 등의 요인을 꺼내 함께 고민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왔다.
2018년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은 자체 제작한 세계시민교육자료에는 "제주해녀문화는 '물질 시기를 조정하여 지속가능한 바다 생태계를 만들고, 물질로 얻은 이익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문화' '지형적 특성에 영향을 받아, 자연환경을 존중하고 보존하려는 지역 주민의 주인의식'을 담고 있어 다양한 세계 이슈에 대한 갈등과 이에 대한 조정·해결 방법이 다양하게 논의되는 현대 세계에 공유와 협력이라는 미래 발전적 가치를 일깨워준다"고 소개하고 있다.
제주 해녀문화의 장점은 경제적 공동체라는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환경 자원에 의존했던 경쟁적 자본주의가 점차 자원 고갈의 위기를 맞이하고, 경제력의 차이로 인한 빈부 격차가 커짐에 따라, 그 대안으로 협동조합, 공유 경제가 관심을 얻으면서, 제주 해녀문화가 현재의 삶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제주 해녀의 어로 작업은 개인의 경제 활동과 더불어 공유 자원에 대한 이용이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율되어 지속가능하게 운영되는지를 보여주는 성공적인 운영 사례로 꼽힌다. 고미ㆍ한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