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녀'를 향유하다 18. 유산 관리 방안과 방향⑤
제주해녀의 날, 그리고 국제연안 정화의 날
청정·청결 연결한 문화콘텐츠 활용 '아쉬움'
과잉 경쟁·접근 한계 관에서 민으로 바꿔야
지난달이었다. 해양수산부는 '국제 연안 정화의 날'(9월 셋째주 토요일)을 맞아 반려해변 시범사업과 온라인 캠페인 등 다양한 행사 진행 계획을 공개했다.
개인이나 기업이 관심 있는 해변을 선택해 자발적으로 관리하며 무엇보다 제주도에서 시범 실시한다는 기획으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어딘지 익숙하다. 자발적인 해안 관리와 제주도를 묶을 수 있는 단어는 다름 아닌 '해녀'다. 특히 국제 연안 정화의 날은 제주도가 2018년 지정한 '제주 해녀의 날'이다.
△'해녀의 날'을 찾아라
해수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내년 5월부터 전국을 대상으로 반려 해변 사업을 시행한다는 구상이다. 아쉽다. 제주해녀를 문화콘텐츠로 키우겠다고 벌써 수년째 머리를 싸매고 있는 제주에서 이런 강력하고 매력적인 아이템을 놓치다니.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사실 눈 뜨고 뺏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주해녀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3주년 기념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서연호 고려대 명예교수(전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장)은 "해녀의 삶과 전승 문화를 축제의 기본에 두는 것은 당연하지만 풀어가는 데 있어서는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며 해녀축제를 소비하고 즐기는 '일반형'이 아닌 해양쓰레기 수거 캠페인 같은 청정·청결 코드와 축제, 관광을 접목해 참여하고, 알고 싶은 축제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반려해변캠페인을 해녀축제와 연결하는 방안을 서두른다면 이런 구상이 현실로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지역 균형 발전과 포용적 성장, 제주형 뉴딜 등을 연결해 문화·창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아니면 제주해녀어업을 우리나라 첫 어업 유산으로 등재한 해수부가 '제주해녀의 날'을 놓친 것을 상기시키는 작업부터 해야 지 않을까.
이런 상황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 더 신경 쓰인다.
제주해녀·해녀문화에 문화자산과 공동체 회복 등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했지만 보존과 개발을 동시에 해야 하는 과제는 늘 버겁다.
△양적 지표 기준 발전 제약
다양한 형태의 유산 활용은 공급과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지자체간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활용 한계라는 현실적 문제는 더 있어보이고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기 위한데서 비롯된다.
정확한 이해 없이 양적 성장에만 치중한 나머지 활용 품질과 수요자의 만족도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면서 유산 활용은 요란한 소리에 반해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활용 사업 성과를 관람객 수나 참여 인원, 프로그램 운영 횟수 등 양적 지표를 위주로 평가하고 있는 현실에서도 알 수 있다.
양적 성장은 유산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등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문화유산이 지닌 풍부한 가치를 향유하며 만족도를 키우는 지속가능한 활용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문화유산은 공동체가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하고 유지해온 산물로 이다. 이를 특별한 무엇으로 한정해 설명하기는 어렵다. 제주 해녀만 하더라도 사람과 자연의 관계, 자연현상을 읽는 지혜와 자연에 순응하고 그것을 이용하는 민속지식, 사람들 사이의 관계, 풍속과 관습, 갖가지 기술과 예술 등 다양한 의미와 가치가 함축돼 있다. 하지만 활용에 있어서는 특정한 가치만 단편적으로만 활용함으로써 유산적 가치를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해녀 불턱이 지닌 환경순환적 구조나 불턱 안에서 이뤄지는 민회 형태의 민주주의 발현, 물때에 맞춰 작업하면서 가능한 조리법을 최소화한 음식 개발 같은 접근을 확대할 수도 있다.
△상향식 추진, 역행 막아야
해녀축제 등에서 알 수 있들이 지금까지 유산 등의 활용은 '문화재'나 '특산물'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 활용은 주로 중앙행정기관인 문화재청이 주도하고 지역과 민간은 이를 따는 관 주도형 성격이 강하다. 문화재청이 큰 틀을 마련하면 지역과 민간은 그 틀 안에서 공모 지원 등을 통해 문화재 활용을 실현하는 것이 보편적인 것이다. 관 주도 활용은 해당 유산이 가치 왜곡 등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전해야 할 대상이라는 특성을 보면 효과적이다. 또한 현장 실행 주체들이 전문성과 역량을 충분히 갖출 수 있는 시간도 벌어준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접근 방법의 획일화와 지역 주민 소외, 민간의 창의성 배제 등 활용 활성화에 역행할 우려가 크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과 민간 등 각 주체가 자신들의 특성과 역량, 위치 등에 맞추어 적절히 역할을 분담할 때 지역적 특성을 담은 유산 활용이 용이해 진다.
실제 문화재청의 문화재 활용사업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 '해녀'관련 프로그램은 제주와 타 지역에서 진행하는 것들에 변별력이 거의 없다. 제주에 해녀학교가 있으면 거제에 해녀아카데미가 있고, '해녀'라는 이름을 붙인 체험을 하는 것으로 꾸려진다. 어업유산으로 해녀가, 아니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해녀문화가, 하나 더 국가중요무형문화재인 해녀가 무엇이고 지키고 보전하며 계승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는 아직 도출하지 못한 상태다.
제주해녀를 '유산'이라 부르는 배경에는 향유 기회 확대, 양적 성장, 최소한의 활용 기반 구축, 활용에 관한 인식 개선 등의 기대가 깔려있다. 지금까지 여러 주체들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이룩해온 활용 성과를 바탕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① 활용의 개념과 성격 확립을 통한 가치 중심 활용 실현 ② 지속적인 연구․개발 ③ 전문인력 양성과 실행 주체의 전문성 확보 ④ 국가, 지자체, 민간, 학교 등 주체간 역할 분담과 협력체계 구축 ⑤ 교육 콘텐츠 확충과 교육 지원 체계 강화를 통한 보존․활용 기반 강화 ⑥ 이상의 활용 정책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해나가는 데 필요한 제도와 조직, 인력 등 기반 마련 및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고 미ㆍ한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