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사람은 누구나 나름대로의 '오만'과 '편견'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이런 감정을 본인 스스로는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자신이 이런 품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잘못된 독선에 빠지거나 그릇된 판단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오만이란 뽐내거나 거만한 태도를 말하는 것이며, 반면에 편견은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일컫는다. 이런 감정은 아주 편협 되고 잘못된 것이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사람들로부터 흔히 보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인간 본성이다. 그러나 이런 본성으로 인해 우리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되고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못하게 한다. 우리 주변에는 편견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사람, 오만하며 허영심까지 있는 사람, 허영심으로 가득하며 비굴한 사람 등의 다양한 인물들이 존재한다.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은 윌리엄 세익스피어와 함께 문학사상 후세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끼친 18세기 영국의 소설가이다. 영국 남부 햄프셔 태생으로 목사였던 아버지는 고결한 인물로서 마을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았고 어머니도 지적인 사람이었다. 그녀는 미혼의 작가로 일생을 살다가 생을 마쳤다.

오스틴의 대표적인 소설인 「오만과 편견」은 인간의 속된 욕망과 생활의 논리, 즉 결혼과 돈의 문제를 건전하고 합리적인 시각에서 훌륭하게 묘파한 작품이다. 재기발랄한 위트와 유머, 경쾌한 현실 풍자와 비판까지 곁들여 널리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오만과 편견」에는 다섯 자매가 등장하여 각자의 결혼관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작품에서 베넷 가문의 큰딸 제인이 지순한 태도로 훈남 빙리의 사랑을 기다린다면, 둘째 딸 엘리자베스는 부유하지만 오만한 남자 다아시의 청혼을 단칼에 거절한다.

막내딸 리디아는 바람기가 많은 남자 위컴과 사랑의 도주를 감행한다. 베넷 부인은 딸들이 노처녀가 될까 봐 안절부절 못한다. 딸들 중에서 가장 주체적인 인물은 단연 엘리자베스이다. 그녀는 다아시의 재산에 현혹되지 않으며 다아시에 맞선다. 그렇지만 점차 자신의 편견 때문에 다아시의 사람됨을 제대로 보지 못했음을 반성하고 그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엘리자베스의 태도로 인하여 다아시도 오만한 젊은이에서 책임감 있는 신사로 성장한다. 다아시와 엘리자베스는 오만과 편견을 상징하던 인물이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오만과 편견을 내려놓음으로써 결국 부도 사랑도 모두 차지하게 된다. 성격적 결함과 오해로 서로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비난하다가 자신들의 과오와 결점을 인식하고 변화함으로써 진정한 사랑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오만과 편견」은 주인공들의 오만과 편견으로 서로를 오해하고 싫어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과 인간다움의 태도가 아님을 우리에게 교훈적으로 깨닫게 한다. 작가는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보다 개인의 물질적인 속된 삶을 보여주지만, 현실에 바탕을 둔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 속에서 오만과 편견을 끄집어내어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

약 200년 전에 쓰인 책이지만, 사랑과 결혼 그리고 돈과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내용은 오늘의 우리 일상과 맞닿아있는 주제라서 여전히 흥미롭다. 더 나아가 이 소설은 인간의 감정이란 흑과 백으로 나눌 수 없는 것이며, 화해와 조화에 의해서 더욱 창조적일 수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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