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녀'를 향유하다 19. 유산 관리 방안과 방향⑥
지자체 국제화 우수사례 선정 가치 인정 '속속'
역량·프로그램 제자리걸음 전문성 확보 고민도
창의성·가치 전달성 부각 지속가능 방안 검토해야
최근 제주도의 '찾아가는 제주해녀문화 해외홍보사업'이 2020 지방의 국제화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입상했다.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들이 외국 지자체와 문화, 예술, 인적교류, 투자유치, 국제행사 등 다양한 교류 협력 활동을 진행한 중에 교류 성과와 파급 효과, 참신성 등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다행이면서도 '다음'에 대한 고민 역시 커진다.
△ 다양한 활용 주체, 현실은
제주 해녀를 알리는 방법으로 제주도는 벨기에, 스웨덴, 카자흐스탄, 오사카, 캐나다, 독일 등 해외 주재 공관의 현지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시회를 진행했다. 해녀합창단 공연도 진행했다. 제주 역사와 공동체 문화를 알리는 장치로 제주 해녀가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알겠지만 그 뿐이었냐를 묻는다면 아쉽다.
제주해녀를 기준으로 볼 때 활용 주체는 다양하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대표목록이자 국가지정문화재라고 문화재청의 관리만 받지는 않는다.
국가어업유산은 해양수산부 소관이다. 경관이나 공동체적 접근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와 접목을 허용한다. 문화 일자리 창출 등 고용노동부 사업을 연계할 수도 있다.
제주도를 기준으로 볼 때 제주해녀는 해양수산부의 영향력을 크게 받는다. 충분히 가능한 접근이다. 문화산업과 연관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
이웃 일본에서는 문화재 보존과 진흥을 담당하는 문화청 보다도 문화재 활용 유사사업은 농림수산성 등에서 더 많은 예산과 유사 사업이 추진하고 있다.
사실 '보존'에 우선 순위를 둔다면 문화재청이 활용정책 및 사업을 총괄해야 한다. 이번 국제화 활용의 예를 보면 접근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보존의 개념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양질의 유산 활용을 위해서는 프로그램의 재미와 의미 전달력을 모두 갖춘 기획과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
△ 활용 한계 극복 고민
유산이 지닌 특징을 살리고 효율적인 가치 전달을 하기 위한 연구가 미진하다 보니 축제 같은 이벤트나 민간단체의 아이디어에 의존하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제주도가 해녀의 날을 지정하고 해녀축제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지만 내용을 보면 늘 아쉽다. 여전히 축제의 '주인공'이 누군가를 찾고, 다른 축제에서도 볼 수 있는 흥행용 프로그램이 반복된다. 해녀 퍼레이드나 해녀아카데미 같은 사업이 반복, 재생산되는 현상에 대해 방관자적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들은 유산 특성별 활용 기획과 추진, 교육 및 교수법, 다양한 콘텐츠 전달 장치, 개별 문화재의 특성 전달 등 다양한 분야의 기초조사와 연구, 개발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프로그램의 질적 편차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역량 강화와 사후관리 시스템 작동도 필요하다.
'전승' 측면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학교를 연계한 프로그램 개발과 다양한 수요자층을 고려한 운영이 필요하다. 보다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 현 참여 인력 및 단체의 전문화, 향후 참여하게 될 인력 및 단체의 전문화라는 프로세스가 구축돼야 한다.
현 참여 인력과 단체가 현실적으로 겪는 어려움(예를 들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 홍보, 수익 창출, 정산을 하는 부분)은 양질의 인력 양성과 배치로 전문화하는 것으로 보완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은 다시 '문화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너지 효과로 연계된다.
전승이라는 틀이 어느 정도 단단해진 뒤 직접적인 경제 효과를 만들거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영리기업의 육성과 지원, 수익성 확보를 위한 적절한 투자 연결과 제도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 '공동체 중심'이라는 모호한 기준 대신 참여를 원하는 일반인의 접근성 확보와 마을기업 육성, 표준화한 교육프로그램 구축 등도 살펴야 한다.
△ 역할 분담의 필요성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각종 유산 활용에 대한 국가·지자체의 역할 및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창의성과 가치 전달성 등을 요구하면서 활용 주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지원 주체로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 분담을 바탕으로 지역에서 얼마만큼 활용할 수 있는지, 연대나 협업을 통한 공유 방안까지도 충실히 검토해야 한다.
해녀처럼 보유자를 특정하지 않은, 살아있는 문화유산(재)의 경우 전문가나 단체 교육·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반드시 밟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현장 주체들이 전문적 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마련해주고, 의무적으로 교육을 이수하도록 제도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업 특성상 수익을 얻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교육 등 인력 양성 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활용 주체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유산의 경우 실무 교육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해당 공동체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고 수익 사업 연결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제주의 해녀학교 프로그램을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 등 연관 사업과 연결해 청년실업에서부터 노인일자리, 경력단절 등 문제의 해법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
활용단체 역시 지자체 등에서 지원금을 받는 단편적이고 제한적 방법 보다는 창업운영·보육지원 등의 접근으로 사회적 경제의 틀을 접목하는 것으로 지속가능성에 힘을 실을 수 있다. 고미·한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