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제주민예총 31일 4·3 72주년 한림 한수풀 해원상생굿
제주큰굿보존회 위령굿, 현장 증언·시·노래·춤 등 보시
“손으로 더듬어야 읽히는 점자책처럼/겨울 지나 봄이 오는 동안, 숲에선/아무 일도 없었다고 했다/…/섬이 초가지붕보다 더 납작 엎드려/숨죽인 시절/공포는 엄동의 한기처럼/때로는 팔월의 폭염처럼/얼다, 녹다, 짓무르다/더러 잊히고/더러 외면되었는데…”(이종형 ‘각명비’중)
㈔제주민예총 이사장인 이종형 시인이 토해내는 한 단어 한 문장에 누군가는 눈시울을 붉히고 누군가는 에인 가슴을 추스렸다. 그럴 수 있음에 울고, 그럴 수밖에 없어 또 울었다.
꽃보다 먼저 간 이들을 열명할 때마다 흐느낌은 커졌고 들썩이던 어깨는 땅으로 꺼지듯 푹 내려앉는다. 이미 70년 넘게 시간이 흘렀지만 마치 어제처럼, 아니 오늘만 같다고 통곡하던 이들은 이내 고마움을 전한다. 익숙해지지 않는다. 익숙해질 수없다.
제주도 주최, 제주민예총(이사장 이종형) 주관으로 31일 오전 10시부터 제주시 한림읍주민자치센터 주차장에서 4·3 72주년 '한림 한수풀 해원상생굿’이 열렸다.
2002년 구좌읍 다랑쉬굴을 시작으로 4·3학살터에서 해마다 펼쳐온 해원상생굿의 열여덟 번째 판이다.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하늘을 비집고 억울한 원혼이 나리고, 기억하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소리쳐 그날 그때 억울하게 이승을 떠났던 이들을 불렀다. 심방의 사설이 살자, 그러니 살자 하는 소리로 들린다. 희생자 유족인 강순아 할머니(명월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아픈 상처를 꺼냈다. 꿈에도 잊은 적 없는 기억이다.
'제주4·3사건추가진상보고서 Ⅰ'에는 거주지를 기준으로 한림면에서만 1037명이 희생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한림리 일대에선 한림국민학교, 한림지서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고 이후 한림리 물왓, 묵은오일장 터, 한림중학교, 동명리 신겡이서들(미모루동산), 대림리 붕근굴(봉근굴)에서 총살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날 해원상생굿에는 코로나19여파로 온라인에서 펼쳐졌던 제주민예총의 제27회 4·3예술축전 프로그램이 진행돼 관심을 모았다.
싱어송라이터 최상돈이 창작곡 '그리운 옛 님-한수풀 바람(願)' 노래로 원혼을 위무했고, 마로의 '순지오름 꽃놀이' 춤과 서천꽃밭 질치기가 산자와 죽은 자를 하나로 묶고 또 위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