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 레프 톨스토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전쟁과 평화」(1869)와 「안나 카레니나」(1877) 같은 유명한 소설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레프 톨스토이(1828-1910)는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대문호의 한 사람이다. 그는 소설가로서는 물론 사상가로서 일생 동안 삶과 죽음, 그리고 종교의 문제를 깊이 숙고했다.
톨스토이의 생애에 대해서는 평가하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톨스토이에게서 예술과 인간 모두의 완성을 발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그를 예술가로서는 인정하되 사상가로서는 부정하는 사람도 있다
톨스토이의 여러 저술 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중의 하나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1885)라는 단편 소설집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 난해한 철학적인 느낌을 주지만, 정작 작품에는 천사, 도깨비, 바보, 배불뚝이와 같은 순진한 인물들이 나타나 동화같이 친밀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비록 짧은 단편소설들이지만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덕목들, 이를테면 삶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진정성, 사랑, 윤리 등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
표제작인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하느님에게서 버림받은 천사 '미하일'이 구두수선공 '시몬'의 일을 도우면서 인간 세상에서 답을 찾아오라는 하느님의 뜻을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하나님은 세 가지 질문의 답을 찾게 되면 다시 천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허락하겠노라 말씀하신다. "사람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것은 바로 사랑 때문이다. 타인을 위한 사랑으로 살고 나를 위해 주는 사랑이 있다면 우리는 기꺼이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작가는 우리에게 준다.
사람들은 내일 당장 죽을지도 모르면서 욕심으로 행복을 놓치고 불행을 자초한다. 죽기 직전까지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아등바등 이기적으로 사는 인생은 참으로 슬프고 어리석은 모습이다.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의 종말이 어떠한지를 작가는 「사람에게 땅은 얼마나 필요한가」에서 잘 표현하고 있다.
지혜로운 바보가 들려주는 행복 이야기 「바보 이반 이야기」, 두 순례자가 들려주는 베풂 이야기 「두 노인」, 구두장이 마르틴이 들려 주는 나눔 이야기 「사랑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계시 나니」 이외에도 「일리야스」 「노동, 죽음, 병」 등과 같은 소설들이 인간과 삶에 대한 이해와 깊이로 우리를 감동케 한다.
톨스토이는 삶과 죽음, 육체와 정신, 사랑과 진리에 대한 관념들을 보편적 인간 감정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그는 작가이자 인생의 교사로서 이런 관념들에 대한 해답을 인류에게 제시하였다. 특히 오십대에 이르러 인생에 깊은 허무와 죽음의 공포를 느낀 이후 심오한 사상적 성찰에 잠긴다. 이때 자신의 내면 고백과도 같은 「참회록」(1882), 「인생독본」(1887) 같은 책들을 펴낸다. 특히 「인생독본」은 톨스토이가 자신이 쓰고도 죽기 전까지 매일같이 읽으며 그 지혜를 되새겼다는 책이다.
노년에 이르러 금욕주의와 도덕적 엄격함에 따라 살았던 톨스토이는 현대 문명의 악을 가차없이 비판하면서 비폭력, 무저항 정신을 주장하여 간디와 같은 여러 위인에게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문학과 사상을 통하여 인류사에 큰 족적을 남긴 톨스토이의 삶과 철학은 지금도 큰 울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