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 주는 남자]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인간의 삶은 끊임없는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모든 인간관계는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으로 이루어진다. 삶의 행복과 불행이라는 것도 모두 어찌 보면 그 만남을 얼마나 아름답게 승화시켰느냐 그렇지 못하였느냐의 차이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만남과 헤어짐은 인연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인연이 있다. 잘못된 배우자와의 인연,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안겨주는 자식과의 인연, 바람부는 거리에서 만나야 했던 낯선 사람들과의 인연, 저 지긋지긋한 인연을 끊지 못해 우리는 오늘도 울고 웃는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수많은 문학작품은 만남과 헤어짐, 인연의 소중함에 대하여 이야기해 왔다. 서양 고전문학의 필독서 목록에 자리하고 있는 19세기 영국 작가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에서 만큼 이런 주제를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은 드물 것이다. 소설은 남녀 주인공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을 통하여 만남과 헤어짐, 사랑과 증오,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얻게 해 준다.
「폭풍의 언덕」은 영국 요크셔의 황량한 들판을 배경으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격정적인 사랑과 증오, 그리고 처절한 복수가 제삼자의 입을 통해 회상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영국 북부의 조그마한 마을에 위치한 '워더링 하이츠(폭풍의 언덕)'라는 저택에 록우드라는 사람이 찾아온다. 그는 이웃에 있는 스러시크로스 저택에 세를 든 사람으로 집주인을 만나기 위해 워더링 하이츠를 찾은 것이다. 눈보라 때문에 발이 묶인 그는 가정부 넬리 딘으로부터 워더링 하이츠의 언쇼 집안과 스러시크로스의 린튼 집안에 얽힌 사연을 듣게된다.
워더링 하이츠의 주인 언쇼 씨는 리버풀에 일을 보러 갔다가 고아 히스클리프를 집으로 데려오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그는 자신의 아들 힌들리와 딸 캐서린과 함께 그를 친자식처럼 키운다. 힌들리는 아버지가 히스클리프를 지나치게 아끼는 것에 반감을 품고 그를 미워하지만, 캐서린은 그와 사랑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아버지 언쇼가 죽자, 힌들리는 히스클리프를 하인 취급하며 학대한다. 그럴수록 캐서린과 히스클리프 사이는 더욱 끈끈해지고 사랑은 깊어간다. 그러다가 마침내 파국에 이르게 되는 이들의 비극적 관계는 만남과 헤어짐, 인간에 대한 사랑과 증오가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게 하면서 작품은 끝난다. 언젠가 필자가 어렵사리 찾아갔던 영국 중부 맨체스터 북쪽에 있는 하워스(Haworth) 구시가지의 작은 마을, 그곳에서는 끝없는 황야와 거친 바람이 불면서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잘못된 만남을 보여주는 듯 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만나기 싫은 사람을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인생의 전체 과정을 뒤바꿀 정도의 운명적인 만남도 있다. 사람과의 만남은 우리가 어딘가 먼길을 떠나기 위해 바삐 역으로 향해갈 때, 가로등 아래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처럼 우연하게 다가온다. 만남이라는 것, 느닷없이 빗줄기를 만나는 우연과 같이 우리에게 다가온 인연은 언제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다.우리의 삶에서 그만큼 만남과 헤어짐,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은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아름답고 황홀한 사랑이라고 하더라도 거기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헤어짐이다.늙음과 죽음이 혹은 운명이 그 사랑을 갈라놓게 된다. 사랑하는 부모님, 배우자, 자식들과 언젠가는 이별해야 한다. 언제나 우리는 만남이 있을 때 헤어짐을 준비해야 하고 헤어짐을 연습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들의 만남의 인연을 항상 소중하게 간직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