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박람회 지난 7~11월 개최
실패 사례 수집…각종 이벤트 공모

'실패'라는 단어는 어떤 인상을 줄까. 기꺼이 실패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실패는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은 결과일 것이며, 나의 실패 사례를 굳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실패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르게, 실패를 축하하는 파티를 여는 회사가 있다. 클래시오브클랜 등 게임 3개로 1조8500억원을 번 '슈퍼셀'이라는 핀란드 회사의 이야기다. 슈퍼셀CEO 일카 파나넨은 "완벽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없는 모험을 해야 한다"며, 회사에서는 게임을 출시했을 때, 시장에서 실패를 하면 샴페인을 떠뜨리는 파티를 열고, 직원들은 케이크를 나눠먹으며 실패의 원인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경험을 공유한다.

실패 사례를 수집하여 전시하는 박람회가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제주시 소통협력센터 및 온라인으로 열린다. 행정안전부에서 주최하는 이 박람회에 출품할 실패 사례를 수집하기 위하여 각종 이벤트와 공모전, 모임 지원들이 전국적으로 열리고 있다. 이름하여 실패박람회. 제주에서도 지역사회혁신 지원 협의체가 구성되어 박람회 준비에 힘쓰고 있다. 실패 사례를 수집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좋은 정책을 발굴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정책이 있다면, 그런 실패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까. 어떤 정책이 있다면, 그런 실패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까.

그런데 "실패한 사례를 이야기해 주세요"라는 표현은 조금 불편하기도 하다. 무엇을 기준으로 실패했다고 판단해야 할까. 아직 성공하지 못한 것에 관하여, 지금 실패라고 결론내려야만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실패'라는 단어를 국어사전과 영영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실패: 어떤 일에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하거나 완성하지 못하다.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실패라는 단어에는 다음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무언가를 하려고 시도하였다. 원하던 결과가 있었다. 결과가 성공적이지 못하였다. 실패 사례를 수집하기 위하여,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 어떤 결과를 원했나요. 그 결과를 얻기 위해 어떤 노력·시도를 했나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던 원인은 무엇이었나요.

실패를 바라볼 때, 한편으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상태'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좋은 정책을 만들어내는 '실마리'로 바라볼 수도 있다. 실패를 실마리로 바라볼 수 있으려면, 실패를 실마리로 삼아 좋은 정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실패의 경험을 유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인식과 문화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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