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 주는 남자] 그레고리 베이트슨 「마음의 생태학」

이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살아가고 있으며 그들의 생김새만큼 제각각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다.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뚤어지고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다. 사람들은 인간의 심성이란 본래의 타고난 성품으로 정해져 있다고 주장했다. 근본적으로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는 성선설,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는 성악설, 그리고 사람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백지상태라는 성무선악설 등이 그것이다. 

성선설을 주장했던 맹자는 "인(仁)은 사람의 마음이요, 의(義)는 사람의 길이다. 사람들이 그 길을 버리고 따르지 않으며 그 마음을 버리고 찾을 줄 모르니, 슬프도다! 사람이 닭이나 개가 없어지면 찾을 줄 알면서도 마음을 버리고는 찾을 줄 모른다"고 개탄했다. 이런 잘못된 인간의 마음이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불행과 재앙을 가져오게 된다. 

바르지 못하고 왜곡된 마음을 가진 사람은 개인적으로 불행한 삶을 낳게 되지만, 이런 마음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 전체에까지 해악을 가져오게 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가운데 한 사람인 그레고리 베이트슨의 「마음의 생태학」은 현대 문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책이다. 

베이트슨은 현대 문명의 위기가 육체에서 마음을, 물질에서 정신을, 자연에서 인간을 분리한 데서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물질에서 마음이 배제되지 않은 마음의 원래 자리를 회복하기 위한 새로운 인식론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질의 세계와 마음의 세계를 재결합할 때에야 기술지상주의와 고도자본주의 아래 황폐해진 인간과 세상의 관계를 다시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늘날 우리의 마음은 인간은 물론 사회와 자연에 대해서도 욕망과 이기심으로 가득차 있다. 

베이트슨이 제시하는 '마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육체나 물질과 상대되는 개념으로서의 마음보다 훨씬 넓은 개념이다. 우리의 마음은 유기체들뿐만 아니라 살아 있지 않은 모든 요소들도 서로 안아주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한다는 것은 마음이 단순히 육체의 건너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과 마음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원래 인간은 영혼과 마음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했다. 그러나 과학과 자본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관심은 정신세계로부터 물질세계로, 영혼의 문제로부터 육체의 문제로 변해갔다. 마음은 이 지구상에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서로 공감하고 연결시키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마음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 인간과 자연을 나와 타자가 아닌 전체적으로 관련된 상호작용의 연결망이 되어야 한다. 인간에 대한 그리고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을 포함한 세상에 대해 공감하는 가운데 우리의 마음은 활짝 열리게 된다. 

이런 정신은 이미 오래전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의 「법구경」에서도 소중한 가르침으로 기록된 것이다. "마음은 모든 법의 근본이 되어 마음이 주인이 되고 마음이 지배한다. 나쁜 생각을 마음에 품은 채 말하고 행동하면 재앙과 고통이 그가 지은 대로 좇아온다. 수레가 삐걱이며 바퀴 자국을 쫓아가듯이"

언제나 따듯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타자와 공감하고 사랑한다면, 이 세상은 더욱 아름답고 풍요로운 삶의 공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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