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센터 프로젝트 남는채소연구소
채소 산지폐기 문제 시민과 고민 눈길
"제주도는 채소를 많이 생산하는데 왜 비싼 거지" "눈 앞에 비트밭이 보이는데, 비트를 내가 살 수 있는 곳은 어디지" "애써 경작한 채소를 수확하지 못하고 갈아엎는 이유는 뭐지" "이런 장면은 왜 계속 반복되는 거지" 제주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이런 의문을 가져보았을지 모른다.
'남는채소연구소'는 지역의 문제를 문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지향하는 제주시 문화도시센터의 프로젝트다. 특히 제주에서 반복돼온 '채소의 산지폐기' 문제를 시민과 함께 고민하는 프로젝트다. '연구소'라는 이름이 거창하지만, 취지는 지역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시민들과 머리를 맞대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나가보자는 것이다. TV에서 목격하고 주변에서 목격하거나 듣는 채소의 산지폐기, "해결이 필요한 문제일까요"라고 물었을 때, 대부분이 "해결해야죠"라고 답하는 이 문제는 왜 해결되지 못했던 것일까. 남는채소연구소에서 그 실마리를 과연 찾을 수 있을까.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우리는 문제의 해결책을 아이디어로 내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채소의 산지폐기가 문제라면, 남는 채소를 가지고 이런 멋진 이벤트를 하면 어떨까. 산지폐기가 되기 전에 채소를 판매할 방법을 찾아주면 어떨까. 그러나 문제해결의 첫 걸음은 우선은 현재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문제가 진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지,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살피는 것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남는채소연구소에서는 채소의 산지폐기 문제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10명의 시민 인터뷰어가 15명의 농업 관련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직접 찾아가서 목소리를 들었다. 농사짓는 사람, 직거래 장터를 운영하는 사람 등 다양한 분들을 찾아갔다.
직접 현장의 이야기, 각 분야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산지폐기는 정말 해결되어야 한다는 이야기, 산지폐기가 일어나는 현장의 이야기,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 농산물이 유통되는 방식 등 산지폐기가 일어나게 되는 과정과 경위,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산지폐기가 일어나는 원인을 한 마디로 결론내릴 수는 없었다. 설사 한 마디로 표현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동의해서 '합의'라는 것에 과연 이를 수 있을까 싶었다.
산지폐기 문제에 관한 이야기 이외에도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며 '식맹탈출'해야 한다는 이야기, 제주도내 먹거리 순환체계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 농업의 중요성과 다양한 기능에 대해 새로이 인식해야 한다는 이야기, 산지폐기 뿐 아니라 농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도 내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시도와 그 어려움, 남는채소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야기 등이다.
남는채소연구소는 고정된 형태가 아니다. 오히려 형성되고 있는 과정에 더 가깝다.
남는채소연구소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좋을까.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해 보았다. 남는채소연구소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이 아니라, 지역의 오랜 문제들에 대해, 연구자와 현장의 간격을 시민들의 활동을 통해 좁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어떨까.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를 충실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