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따라 떠나는, 환상 자전거길
해안따라 달리며 일주 매력 빠져
익은 벼를 닮아 은은한 노란빛과 고개를 숙인 모양새와 함께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가을을 더욱 설레게 만들어 준다. 제주는 아직 따사로운 햇살과 선선한 바람이 불어 거닐어보기 좋은 날씨의 연속이다. 제주의 어느 곳을 가더라도 억새를 만날 수 있지만, 자전거 국토종주를 계획 중이라면 제주환상자전거길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제주환상자전거길
제주환상자전거길은 약 234㎞의 해안길을 따라 제주 한 바퀴를 일주할 수 있는 코스다. 자전거 국토종주 길 중 동해안과 제주환상자전거길에서만 해안로를 따라 달릴 수 있는 도로가 조성돼 있다.
제주공항 인근의 용두암에서 출발해 다시 용두암으로 도착하는 제주환상자전거길을 이용할 땐 이호테우해변 방향으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푸른 제주 바다를 따라 페달을 밟다 보면 멀리 해안 위로 이색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풍력발전기가 보이며 해거름마을공원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해거름마을공원
'해'와 '거르다'가 합쳐진 말인 '해거름'은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하기보다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때를 가리킨다. 공원 앞으로 탁 트인 제주의 바다와 일몰이 아름다워 전망대도 조성된 곳이기도 하다.
해거름마을공원은 제주환상 자전거길 3코스의 시작점으로 자전거 국토종주 인증센터가 있어 올레 코스 인증 도장을 찍는 것처럼 자전거 코스 인증 도장을 찍을 수 있다. 제주환상자전거길 인증수첩 개정판은 제주도관광협회 공항안내소, 제주항 안내소 등에 비치돼 있다. 자전거펌프도 인증센터 옆에 배치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수월봉
제주환상자전거길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낮은 돌담 사이로 드리워진 밭을 만나게 된다. 제주에서 가장 넓은 들이 펼쳐져 있는데, 해안로 방향으로는 솟은 작은 봉우리와 정자를 볼 수 있는 수월봉이 그곳이다.
수월봉은 자동차로 정상을 오를 수 있을 만큼 길이 평탄하게 조성돼 있다. 조금 가파른 길목이긴 하지만 자전거로 정상에 이르는 것이 가능하다.
수월봉은 전기자전거를 대여해 이색적으로 주변 인근을 돌아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월봉 옆 엉알 해안을 따라 제주 올레길이 조성돼 있어 전기자전거를 이용하는 이들이 해안선을 따라 바다를 즐긴다. 올레 코스인 만큼 보행자를 배려하면서 깎아지를 듯한 해안절벽과 차귀도의 전경을 감상해보는 것도 좋다.
△동일리포구
자전거를 타고 즐기며 제주의 바다를 마음껏 구경해봤다면, 이번엔 제주의 고즈넉한 마을을 따라 다녀보는 것도 추천한다.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리는 소금을 만드는 염전 터가 전해 내려오며 역사유적과 함께 유서 깊은 마을로 알려져 있다. 동일리 포구에는 용천수가 있는데 예전엔 동일리 남쪽 일대로 수많은 용천수가 솟아났으나 현재는 말라 있거나 식수로 사용되지 않는다.
이 순간만큼은 동일리 마을 주민이 돼 어업민의 일상 모습과 골목길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적한 마을 골목 이곳저곳을 다니며 제주를 특별하게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송악산
모슬포항을 지나 산방산과 푸른 바다를 앞에 두고 서 있는 송악산에 도착하게 된다.
송악산은 99개의 작은 봉우리가 모여 있어 일명 99봉이라 불리기도 한다. 제주 올레 10코스를 따라 이어지는 송악산 둘레길을 걷다 보면 방목해 놓은 말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송악산 주차장 옆에는 3코스 종착점이자 4코스 시작을 알리는 인증센터가 있으니 잊지 말고 도장을 찍어두는게 좋다.
해거름마을공원처럼 송악산도 자전거펌프가 마련돼 있다. 수동펌프 대신 전동식으로 돼 있으니 이전보다 손쉽게 자전거 바람을 주입할 수 있다.
제주 서쪽 일몰을 감상하고 싶다면 늦은 오후부터 3코스의 시작점에서 출발해도 좋다. 해거름마을공원부터 송악산까지는 어느 곳을 가더라도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만나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