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턱' 높고 경사 '위험'
자동차 위주의 통행환경서
사람 중심 보행환경 전환해야
인터넷에 11월 11일을 검색하면 '빼빼로데이'가 상단에 있는데 친숙한 날이기는 하지만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11월 11일 하면 농업인의 날 및 '보행자의 날'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필자가 보행의 날을 맞이하여 성산읍 지역 도로 환경을 살펴보니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횡단 보도를 작정하고 들여다보자 눈살이 찌푸려졌다. 반듯해야 할 곳에 턱이 있었다. 높이가 25㎝에 달하는 곳도 눈에 띄었다. '휠체어나 유모차가 저길 넘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쯤 맞은편에서 휠체어에 의지한 한 장애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진땀을 흘리며 한참을 돌아 보행로로 올라섰다.
전동휠체어에 몸을 의지해 농어촌 도로 인도를 따라 이동하는 매 순간이 조마조마하다는 것이다. 폭 1m 인도의 가운데에 가로수가 심겨 있어 폭 60㎝짜리 전동휠체어로 지나려면 여유 폭이 2~3㎝에 불과해 매 순간 좌우 바퀴를 살피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는데도 결국 가로수 보호판 홈에 바퀴가 빠지면서 교통사고가 발생할 아찔한 상황들도 발생하고 있다.
인도와 차도가 맞물리는 경사면에서도 주의가 필요했다. 도로 곳곳에는 인도와 차도를 이어주는 경사로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거나 설치가 되어 있어도 그 높이차가 심해 휠체어로 올라가기는 힘들었다.
성산읍 동이 트는 집에서 동 마트 방향으로 인도와 차도를 매끄럽게 잇는 경사면을 지날 때 일반인들도 균형을 잡을 수 없어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지만, 전동휠체어는 아예 통행할 수 없는 상태다.
보행 약자에게도 걷기 편한 환경은 도시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인도 턱은 1.5㎝ 이하로 만들어야 하지만 대부분 규정보다 높아서 턱을 내려갈 땐 몸이 앞쪽으로 크게 쏠려 꼼짝없이 휠체어에서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제주대학교 김모 학생은 "1㎝ 높이의 턱 때문에 옴짝달싹 못 할 때도 많다"며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전동휠체어가 많이 보급되고 있지만 정작 열악한 도로 여건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성산읍 관계자도 "인도 위 시설물 배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무분별하게 인도 시설물이 들어서면서 시민들의 보행환경을 해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농어촌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이동 약자의 보행권 확보를 위해 무장애(Barrier Free) 시설 설치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배리어 프리는 시민 누구나 편리하고 행복한 보행권 확보를 위해 장애인 휠체어, 노인 실버 카, 여성 유모차를 이용하는 이동권 약자를 위한 문턱 제거 및 경사로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을 말한다.
지역주민 고모씨는 "보행권 확보와 보행환경 개선은 시민의 기본권과 행복추구권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며 "지금이라도 현재의 차량 위주 도로교통 시스템을 개선해 기본적인 보행 안전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보행자의 날이 행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보행자 권리 확인을 위한 날로 자리매김하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