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이제는 기록유산으로 5. 에필로그

 

미완의 역사 기록물 중요성 커져…민간 소장 기증 관심
현지조사팀 파견 꾸준…아카이브 구축 상설전시실 마련
매년 포럼 개최 토론·논의 활발…"기록은 과거의 증언"

제주4·3은 73년의 세월 동안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여전히 미완의 역사로 남아있다. 특히 진상규명 등 과제 해결과 기억으로의 역사로 세대 전승에 있어서 기록물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70여년 전 객관적인 기록물 확보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관련 연구는 꾸준히 이어지면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라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제주4·3이 제주만의 고통스러운 역사로 남지 않기 위해 공감대 형성 등 전국화·세계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방대한 자료 체계화

제주4·3평화재단은 수집된 제주4·3 관련 기록물을 체계화하는 작업을 거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기록물 종류만 해도 신문자료, 사진, 동영상, 기자 취재 수첩, 증언 등 방대한 상황이다.

앞서 진행한 제주4·3 민간 소장 기록물 수집 캠페인에서도 4·3 당시 사용됐던 등잔, 놋 주걱, 태극기 마대, 고무신 등 유물 약 100여점이 기증됐다.

민간 소장의 경우 현재까지 모인 기록물 및 유물은 약 400여건으로 집계됐다. 기증품 중에는 1919년 조천3·1만세 운동을 주도했지만 4·3의 광풍에 목숨을 잃고 2018년 국가유공자로 선정된 한백흥 선생의 초대 함덕리장 임명장이 포함됐다.

특히 최근 재심 개시가 결정된 생존 수형인 김두황 선생이 손수 작성한 4·3 당시 상황과 이후 마을 재건을 위한 노력 등이 소상하게 적힌 회고록도 주목받았다.

미국 자료 수집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자료 현지조사팀을 구성해 6개월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을 중심으로 4·3 관련 기록물 3만8000여매를 입수했다.

올해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현지조사팀 파견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위드코로나' 시대에 맞춰 미국 자료 수집 역시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 진실 기록으로

해당 기록물들을 후대에 남기고 여러 곳에 알리기 위한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제주4·3평화재단은 4·3 관련 자료 약 1만2000여건을 온라인에서 검색할 수 있는 '제주4·3아카이브'를 구축했다.

'제주4·3아카이브'에는 메이데이로 알려진 'May Day in Cheju-do(미국 1948)' 원본영상과 형무소 및 후유장애 등 주제별 증언 영상 등이 수록됐다.

또한 1945년부터 1961년까지의 4·3 관련 자료집 원문 및 1988년~2015년 4·3 신문 자료집 기사 검색도 가능하며 '4·3진상조사보고서' 등 문헌자료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제주4·3평화재단은 4·3평화기념관에 역사적 진실을 기록한 상설전시실과 특별전시실, 기획전시실, 개가자료실, 영상관 등을 마련했다.

정부의 '4·3진상조사보고서'를 토대로 전시 연출된 상설전시실은 4·3의 발발, 전개, 결과 진상규명 운동 등 전 과정이 차례로 펼쳐져 있으며 이를 통해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제주4·3어린이체험관'을 통해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에 대한 어린이 교육 등 올바른 가치관을 성립시켜 나가고 있다.

 

△국제적 교류 확산

제주4·3평화재단은 4·3의 진실을 토대로 학술연구를 확장하고 국제적인 연대를 통한 공감대 확산을 위해 '평화포럼'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올해에도 지난달 21일부터 22일까지 제주KAL호텔에서 '제11회 제주4·3평화포럼'을 '제주4·3 기억과 기록의 연대'를 주제로 각계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 얀 보스 유네스코 등재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이 '기억의 기록화와 유네스코'를 주제로 한 토론에 이어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적합성 검토' '4·3 기록 아카이빙 전략' 등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됐다.

이날 얀 보스 유네스코 등재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은 "기록은 굉장히 강력한 힘을 지니는 것은 물론 과거에 대한 증언이 된다"며 "제주4·3의 기록물을 보존해 모든 사람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제주4·3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계획과 관련해 앞으로 공식 기록으로서 그 가치와 역사적 위상을 확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끝> 양경익 기자

"제주4·3 기록유산 등재 국제적 공감대 얻어야"

 

[인터뷰]양정심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장

"제주4·3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는 국제적 감각에 맞게 해석하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정심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장은 제주4·3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선행과제로 이같이 제시했다.

양 조사연구실장은 "현재 방대한 제주4·3 기록물을 체계화하는 작업에 이어 국제적·세계적인 공감대를 얻기 위한 조언과 자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기록유산 등재가 내부적인 심사가 아니기 때문에 초안을 잘 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제주4·3은 많은 성과가 있었고 과제 또한 적지 않다"며 "유네스코 등재와 함께 기록을 후대에 전승하기 위한 사업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문가 논문 등 단일 사건으로 관련 연구는 상당히 많이 진행된 상황"이라며 "제주4·3 당시와 진상규명 자료에 집중한다면 과거사 청산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주4·3평화기념관은 역사를 기록·보존·연구하는 국제적 아카이브를 지향하는 공간으로 지속적인 사업을 통해 또 다른 시대를 사실에 기초해 반영해 나갈 것"이라며 "제주4·3이 도민만의 역사가 아닌 세계적 문제로 인식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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