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민예총, 13일 해원상생굿
대정 읍오리 217명 희생자 위무
"'탕' 총소리에 눈앞 아득해져"
희생자 유족 현장 증언 '먹먹'

4·3학살터와 사라진 마을을 찾아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터를 해원하는 찾아가는 현장위령제 '해원상생굿'이 지난 13일 대정읍 인성리 일원에서 굿판을 벌이고 대정 읍오리 희생자 넋을 위로했다. 김은수 기자
4·3학살터와 사라진 마을을 찾아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터를 해원하는 찾아가는 현장위령제 '해원상생굿'이 지난 13일 대정읍 인성리 일원에서 굿판을 벌이고 대정 읍오리 희생자 넋을 위로했다. 김은수 기자

"오늘은 살고 내일은 죽었구나 그렇게 버텼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단 소식을 전해 들었지만 시신은 찾지도 못한 채 할아버지와 언니의 죽음을 눈앞에서 봤다"

대정읍에 자리했던 동헌터에서 희생된 4·3 유족의 증언이다.

㈔제주민예총(이사장 이종형)은 지난 13일 제주 추사관 앞 대정읍 인성리 일원에서 찾아가는 현장위령제 '해원상생굿'을 펼쳐 대정읍오리 4·3희생자들의 넋을 달랬다.

이날 굿은 제주큰굿보존회와 제주 전통공연예술팀 ㈔마로가 동헌터, 인성리 사만질 앞밭 등 학살터에서 영혼을 불러내 모셔오는 '초혼풍장'을 시작으로, 제주큰굿보존회 서순실 심방이 집전한 가운데 영혼이 좋은 곳으로 가도록 기원하는 '시왕맞이' '초감제'로 이어졌다.

이어 유족의 현장 증언과 강덕환 시인·제주작가회의, 문석범 소리꾼, ㈔마로의 시·소리·춤·보시, 서천꽃밭 질치기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제주4·3 당시 아버지와 할아버지, 언니를 잃은 4·3희생자 유족 고정자씨(89)가 지난 13일 거행된 대정읍오리 해원상생굿에서 4·3 현장을 증언하고 있다.
제주4·3 당시 아버지와 할아버지, 언니를 잃은 4·3희생자 유족 고정자씨(89)가 지난 13일 거행된 대정읍오리 해원상생굿에서 4·3 현장을 증언하고 있다.

이날 현장 증언에 나선 고정자 할머니(89)는 "지금 보성초등학교가 자리한 동헌터에서 마을 사람들과 앉아 있었다. 홍살문 거리에 할아버지, 언니와 함께 모여 있던 20여 명의 사람들을 우리 앞에 세우더니 '탕탕탕' 총소리가 나고 끝이 났다"며 "길이 없어 같은 길로 걷고, 물이 없으니 같은 물을 먹고 지냈다. 열일곱 살부터 구십 살까지 죽지 못해 살았다"고 증언했다.

아버지를 잃고 1948년 11월 20일 동헌터 집단학살을 목격한 고씨가 담담하게 내뱉은 현장 증언으로 몇몇 관객은 눈물을 보였다.

대정 읍오리는 대정고을 보성·인성·안성리 등 3개 마을과 인근 신평리와 구억리를 포함하는 지역이다.읍오리를 본적으로 두고 있는 사람부터 학업, 취업, 결혼 등 사유로 거주했던 사람까지 지금까지 밝혀진 대정 읍오리 4·3희생자는 217명이다.

4·3학살터인 동헌터(현 보성초)와 사만질 앞밭(추사관 동쪽 성벽과 붙어 있는 삼거리)에서는 각각 16·30명이 학살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4.3 당시 대정 읍오리(보성·인성·안성·신평·구억)에서는 217명이 희생된 것으로 기록된다.  김은수 기자
제주4.3 당시 대정 읍오리(보성·인성·안성·신평·구억)에서는 217명이 희생된 것으로 기록된다.  김은수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