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주해녀', 길에 서다-프롤로그
사회 역사적 가치 재조명, 공동체 재활성화 유도
불턱아카데미 등 교육·학습 지속…향유 영역 부각
경계·신뢰·유대 의미 관심, 미래 보는 접근법 모색
'어깨너머'는 경계(境界)·신뢰(信賴)·유대(紐帶)의 다른 말이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움직이거나 한 사물이 다른 사물을 만나는 접촉, 떠난 세계와 떠날 세계, 다시 만날 세계가 길항(拮抗)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2년여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두드러지고 있는 공동체의 역할과 필요성의 핵심 열쇳말이기도 하다.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된 지 6년차가 되는 올해, 그 가치를 다시 살피고 '일상 회복'의 중심에 둬야 하는 이유를 찾는 걸음을 시작한다.
△'해녀' 가치 재평가 주문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협약 정부간 위원회가 오는 2023년 우리나라에 대한 협약 이행 모니터링 계획을 구체화했다. 목표와 지표 및 기준을 포함한 종합적인 결과 틀(Overall Result Framework, 이하 ORF)을 적용해 협약 이행의 성과를 평가한다. 단·중·장기 성과와 26개 핵심지표 및 86개 평가 요소로 구성된 8가지 주제영역에 걸쳐 '주어진 상황이 존재하거나 변화가 달성된 범위'를 인정받는 작업이다.
여기에는 무형문화유산을 보유 유지하고 전승하는 공동체, 집단과 개인들의 협력과 참여, 무엇보다 공동체 또는 집단 내에서 일어난 이니셔티브(주도권)와 외부 공동체 또는 집단의 중재 노력 등이 포함된다.
쉽지 않아 보이는 작업은 행정 차원의 보고 프로세스가 아닌 무형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우선 순위를 정의 또는 재정의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를 더한다.
무엇보다 관련 전문가 그룹에서 제주해녀문화를 관련 모니터링 연구 모델로 지목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제주특별자치도의회·한국유네스코협회연맹 주최로 열린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 등재 성과 검토 학술대회에서 임돈희 동국대 석좌교수(대한민국 학술원 회원)는 "2023년으로 예정된 유네스코의 모니터링 계획에 앞서 신뢰성 있는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며 "공동체를 중심으로 파생한 문화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제주해녀문화가 중요한 역할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살아있는'과 '소멸하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유산 공동체'라는 수식어를 붙인 함한희 무형문화연구원 원장은 마을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해녀 문화의 다양한 전승 양상에 대한 존중을 강조했다. '살아있는' 문화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어서 공동체를 오히려 약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팬데믹이 만든 관계의 단절이 마을공동체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는 단순히 제주해녀문화에 국한해 볼 문제는 아니게 됐다.
마을은 인류의 생활 기초 단위이자 일상적인 삶터의 바탕이다. 마을이 무너진다는 것은 문화 창조력이 소멸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마을'은 시공을 넘어 의도적으로 과거의 삶과 현실의 삶을 연결하는 고리다. 그 과정으로 전승지식을 활용했다. 전승지식을 과거에 박제된 전통이 아닌 현재에 살아있는 전통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계속해서 생명력을 부여했다. 익숙하게 느껴지는 이 흐름은 제주해녀문화 전승을 얘기하며 수 차례 강조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전승·향유 등 다각도 접근
여기서 다시 신중하게 읽어야 할 것이 대상에 대한 해석이다. 제주해녀문화의 영역에 지역적 경계를 어디까지 둘 것인가, 그리고 전달(승)방식의 현대적 실현에 있어 향유자에 대한 고민이 요구되고 있다.
제민일보는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한바당 해녀 이어도 사나-신(新)물질로드'기획을 진행했다. 해녀문화 접근에 있어 '제주도'로 한정했던 기준점을 '제주에서 파생한'으로 확장한 첫 시도다. '바깥물질'을 통해 제주해녀가 한반도, 특히 지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와 해녀문화 전승 보존을 위한 공통의 고민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세계문화유산보존사업회를 통해 시도한 '청소년 해녀 불턱 아카데미'는 해녀문화라는 콘텐츠를 통해 제주에서 생산되고 향유된 전승지식의 문화 요소와 현상 사례의 교육·학습 방법의 대안으로 계속 사업 필요성이 부각됐다.
제주해녀의 수는 안타깝게도 계속해 줄어들고 있다. 이대로면 2040년 이후 제주해녀를 찾아오기 힘들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작은 수이지만 20·30대 해녀(남)이 나오고 있고, 그들을 통해 해녀문화 유지를 위한 방법이 제안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 제주해녀를 통해 지구온난화 등 국제적 관심사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의미있다. 바다가 황폐해 지면 해녀도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은 해녀문화를 지키는 것이 단순히 해녀가 아니라 우리를 위한 일이라는 공감으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