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를 가리켜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한다. 그만큼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는 얘기이다. 주민들이 지방의회 의원들에게 보내는 성원도 지방의회가 주민 곁에 항상 가까이 있으면서 지역의 현안을 논의하고 지역의 실정을 보다 바르게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그럼에도 지방의회 의원들이 자신의 본분을 무시하고 중앙정치에 휩쓸려 다닌다거나 예속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면 바람직스런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지방의회 의원들이 산적한 지역현안을 도외시하고 국회의원 선거판에 뛰어드는 바람에 의회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요즘 4·13 총선을 앞두고 제주도내 도·시·군의회 의원들이 여야의 표몰이에 대거 동원되고 있는 것도 그 한 예이다. 아무리 지방의원들이 현행법상 정당 당적이 허용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총선 표몰이꾼으로 전락하고 있다면 지방의회의 위상과 존립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최근 제주도내 여야 선거대책본부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거참모가 모두 지방의원들로 임명된 사실만 보더라도 총선과 지방의원들의 상관관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공천이 허용되지 않고 있는 기초의회 의원까지 선거판에 동원되고 있다면 본분을 한참 망각한 행위이다. 심지어 제주시의회의 경우는 정당 지구당 선거대책본부 현판식에 참석한 의원들로 예산심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고 하니 누구를 위한 지방의회인지 모르겠다. 어떤 지역의 기초의회 의장은 선거상황실장까지 맡아 총선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니 어이없는 일이다.

이러한 현상에는 지방의원들과 중앙정치권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 중앙정치가 지방의회 의원들의 공천권을 쥐고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악용해 지방의원들을 선거판에 내모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또 지방의원들은 이번 선거를 공천을 따내기 위한 줄서기로 여겨서도 안된다. 지방의원들의 활동이 정당정치의 한 연결선상에 있다고 보아도 의정활동에 지장을 줘서는 안되겠기에 하는 말이다. 만약 그러한 행위가 지속된다면 지역주민들을 우롱하는 행위일 수 밖에 없다. 지방의회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림을 잊어선 안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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