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선풍기 없어 부채로 더위 쫓아
초복·중복·말복 삼계탕 몸보신에 좋아
제주표 미숫가루 보리개역도 효능 만점
여름 무더위가 드디어 시작된 요즘이다. 더위하면 생각나는 것이 피서다. 그리고 피서지로는 산 속의 계곡이나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를 떠올리게 된다. 이들은 더위를 시원하게 채워주는 물이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더위를 없애줄 물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과거에도 있었다. 몸을 물로 씻어내 상서롭지 못한 기운을 피하려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옛 조상들의 전통 피서법은 어땠는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제주인들의 여름 대처법을 살펴본다.
△죽부인·삼베옷·부채로 더위 피해
한여름의 더위는 예나 지금이나 별로 차이가 없었지만 더위를 피하고 식히는 방법이 다양했다. 옛 조상들은 그늘진 사랑방 옆 마루에 대나무로 만들어 차가운 성질을 지니고 있는 죽부인을 끼고 누워 무더위를 쫓아냈다. 죽부인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 특징인데 통풍이 잘되게 해주는 요인이었다.
또한, 모시옷과 삼베옷 등의 시원한 옷을 만들어 몸 안으로 바람을 솔솔 통하도록 했다. 삼베옷은 식물의 줄기에서 원료를 얻어 베틀로 짠 옷감으로 여름철에 땀이 나도 옷감과 피부가 들러붙지 않아 쾌적한 느낌을 준다.
옛날에는 에어컨과 선풍기가 없어서 부채를 이용해 햇볕을 가리고 부채로 바람을 일으켜 더위를 식혔다. 부채는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이 더위를 이기기 위해 휴대하고 다니고 있다.
△닭 잡아 먹는날
여름이 되면 돈내코 계곡으로 들어가는 곳곳에 닭백숙·치킨 배달이라는 안내판과 현수막을 볼 수 있다. 산골짝까지 들어와 닭을 맛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물놀이 후 닭백숙으로 허기를 달래는 것은 과거에도 있었다. 제주에는 특별히 닭을 잡아 먹는 날이 있다. 땀이 많이 나고 체력소모가 많은 여름에 몸이 허함을 방지하기 위해 보양식을 섭취하는 것도 일하고나서 지친 사람들이 물맞이를 하는 것처럼 몸을 보호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이었다.
요즘은 보통 초복·중복·말복에 주로 삼계탕으로 몸보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옛 제주 사람들은 음력 6월 20일을 닭 잡아먹는 날로 정하고 몸보신을 했다.
닭 잡아먹는 날은 제주의 풍습 중 하나로 제주 사람들은 이날 먹을 닭을 봄부터 미리 마당에 놓고 키웠다. 특히 마당에 두고 기르다 지네를 쪼아 먹은 닭을 최고의 보신닭으로 생각했는데 허리병에 지네만한 것이 없다는 민간 속설 때문이었다.
게다가 지네 또한 만만찮은 생물이라 닭에게 잡혀 먹기 전에 가지고 있는 독을 쏘아 닭을 죽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렇게 만날 때마다 싸우는 앙숙을 보고 제주방언으로 닭과 지네라는 뜻을 가진 독광 지넹이라고도 부른다.
△제주표 미숫가루 보리개역
여름에는 보리수확 후 도정하지 않은 보리를 볶아 가루로 만들었는데 이것을 보리개역이라고 한다. 쌀이 귀했던 제주에서 보리개역 한 사발을 물에 타 얼음까지 동동 띄워 마시면 한 여름 최고의 좋은날로 여겼다. 보리가 주식이라고는 하지만 가난했던 제주사람들은 식량 사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보리조차도 마음껏 먹을 수 없었다.
그래서 보리개역을 만들면 먼저 시부모에게 대접했는데 이를 소홀히 하면 개역 한줌도 안주는 며느리라고 타박을 받았다.
보리를 여름철 건강 음료로 챙긴데는 보리의 찬 성질이 몸의 열기를 가라앉히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보리의 씨눈 부분에는 섬유소인 베타글루칸이 다량 함유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저하시켜 심장질환을 예방하고, 항암작용 및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여름 더위가 절정인만큼 제주표 미숫가루인 보리개역을 한 잔하면서 폭염을 이겨내보자.


